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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사비나 Dec 27. 2023

<우리 아이는 조금 다를 뿐입니다>, 데보라 레버 서평

이사비나쌤과 함께하는 독서모임 2기 


이 책의 키워드는 "신경다양성(Neuro-diversity)"다.

ADHD, 영재, 틱 증후군, 자폐 스펙트럼 등 우리는 모두 Differntly Wierd 조금 다르게 특이하게 태어났다는 것. 두뇌회로가 다르게 태어났기에 진단명이 붙은 것뿐이란 것이다.


'다름'은 '결핍'이 아닙니다.

ADHD, 영재, 자폐스펙트럼으로 태어난 애셔라는 아들을 키우는 저자의 이야기를 보면서, 세모의 유치원 시절이 자꾸만 떠올랐다. 세모의 ADHD를 몰랐던 시절, 나는 유치원에서 계속 세모의 적나라한 사생활을 가슴 아프게 들어야 했다. 저자가 말했듯, "매일 아침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줄 때마다 상어 입속에 아이를 던져 넣는 기분" 딱 그 느낌이었다. 


등원, 하원 길에는 "아무도 마주치지 않기를" 바랐다. 저자의 모든 경험은 ADHD를 키우는 부모라면 한 번쯤, 아니 여러 번 겪어봤을 일들이었다. 


ADHD라는 진단명을 받아들이기까지 부모는 수많은 부인과 분노의 통과의례를 견뎌야 한다. 아마도 ADHD 같은 진단에 따라오는 '낙인'이 두려워서겠지. 진단과 관련해 잘 모르는 사람이 하는 이야기들, 허위 사실, 부모의 가슴을 한번 더 후벼 파는 선입견들, 미디어의 자극적인 ADHD에 대한 편파적인 방송까지. 우리가 싸워야 하는 것들은 너무나도 많았다. 병이 아니라 "방임적 양육" 때문이라는 비난까지. 부모가 이 편견들을 이기고서라도 나의 아이에게 ADHD라는 진단명을 붙일 용기를 낸 건, 오로지 나의 아이의 미래가 한결 편안하기를, 아이의 오늘이 부디 평온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틸트 페어런팅(Tilt Parenting) 
 신경다양성의 아이를 위해 우리가 각도를 기울여 아이에게 맞추는 육아

저자가 중반부부터 강조하는 것은 바로 이 신경다양성의 아이를 어떻게 육아할 것인가에 대한 제안들을 나누고 있다. "틸트 페어런팅" - '틸트'란, 기울이다는 의미이다. 신경다양성의 아이들은 정말 다양한 양상을 띠고 있다. ADHD여도 과잉행동-충동형, 조용한 ADHD까지, 그리고 동종질환이 있는 경우 더 복잡하다. 이런 아이들에게 한 가지 양육방식을 강요하기보다 우리가 '틸트'하여 기울여 바라보고, 아이에게 맞는 육아 방식을 택한다는 의미이다. 


얼마나 신박하고, 똑똑한 방법인지!


위 틸트 18가지 방법을 읽어보면, ADHD를 포함한 신경 다양성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을 위한 진심 어린 조언이 가득 담겨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들은 아래 부분들!



Tilt 2 고립에서 벗어나 필요한 사람을 만나자


ADHD 아이를 키우면서 느꼈던 고충과 내가 깨달은 인사이트들을 브런치스토리에 적기 시작했다. 그 시작 이후, 독자들이 늘어나 오픈 챗방에 모인 48명의 부모들. 우린 모두 고립에서 벗어나 서로가 필요해 모였다. 우린 모두 아이를 위해 치열하게 하루를 버티지만, 자기 자신을 돌볼 시간은 정말 없었던 것 같다. 우린 참 외로웠다. 이젠 모여있기에 편하게 아이와 나의 바닥까지도 다 드러낼 수 있고, 약에 대한 두려움도 솔직하게 내비칠 수 있다. 교사도 자식의 학교는 힘들다고 푸념할 수도 있고, 이곳이 대나무숲이다. 


https://open.kakao.com/o/g81xeRsf




Tilt 3 다른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든 그냥 놔두자


"아이의 행동이 창피하고 나를 당황스럽게 만들어서 오히려 지나칠 정도로 아이를 엄하게 키웠어요. 그렇게 나는 남의 시선을 너무 많이 의식했어요." - P. 161


나의 이야기다. 우리의 이야기다. ADHD 아이를 키운다는 건 등에도 눈이 달리는 일과 같다. 온 동네 사람들이 나와 아이에 대해 매일 떠들어대는 것 같고, 바깥을 나가면 모두가 나의 아이의 소리와 행동에 반응하는 것 마냥 따가운 시선을 받는 느낌이 든다. 점점 더 의도치 않게 우리끼리, 우리 가족끼리만 다니게 되고, 바깥 외식부터 활동에 제약을 많이 두게 된다. 


"자유로워지자."


남들의 생각과 의견을 우선순위에 둘 때 우리는 정작 봐야 할 우리 아이의 마음과 성장을 보지 못한다. 우리의 자아를 우선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를 보호하려는 순간, 아이의 마음에 쌓여가는 억울함과 성장을 보지 못한다. 


저자는 공공장소에서 낯선 사람들의 빈정대는 시선과 모호한 지적이 두려울 땐, "대꾸할 말을 솔직하고 과감하게 적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당황하지 않고 대응하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다. 


"자신의 체면을 세우는 일보다 아이의 상태와 감정을 먼저 생각하려는 결심이 필요하다." -P. 173


Tilt 10 자기 돌봄을 끈질기게 실천해 보자


"자기 돌봄은 선택이 아니다" - P. 263
시간이 없어서 나를 돌볼 수 없다가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다. 
이는 것은 먼 길을 떠나면서 자동차에 기름을 잔뜩 채우는 일과 같다.

나는 항상 ME타임을 10분 가지라고 권장한다. 오롯이 나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은, 통제 불가능한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가장 중요한 시간이다. 내 불안을 잠재우고 통제력을 가져오는 시간 말이다.


Tilt 16 현재를 드러내고 살아가자


"우리가 아이를 양육할 때쯤이면 인생의 많은 부분을 자동적으로 살아간다... 현재에 산다는 것은 우리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 몸과 마음이 그 자리에 함께 머무는 것을 말한다. (중략) 현재에 살지 않을 때 우리는 멈춰 서서 오늘 아이들과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고 산다. 그 시간은 다시 돌려받지 못한다. 너무 많은 것을 놓치지 말자. 지금 당장 겪는 것, 즉 힘에 겨운 날, 어려운 문제, 교사와의 면담, 눈물과 포옹으로 마무리하는 대화 이 모든 것이 인생이다." - P. 353


"Down to earth"라는 영어단어가 있다. 


바로 지구에 가장 가깝게 라는 의미면서 '현실적인'이란 뜻이다. 사람의 성격을 묘사하는 단어인데 아주 긍정적인 형용사 중 하나다. 현실에 발 붙여 사는 사람이야 말로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미래를 불안해하지 않는, 그저 현실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다. 


통제가 좀처럼 절대 되지 않는 ADHD 아이를 키우다 보면, '그때 내가 이렇게 했어야 아이가 잘 컸을까' 과거에 수많은 후회를 곱씹어보기도 하고, '아이가 영원히 학교를 못 다니게 되는 건 아닐까' 하며 일어나지도 않은 극단의 일들을 헤아려보다 밤을 새기도 한다. 그럴 때면 우린 느리게 자라는 아이의 작은 성장마저도 놓친다는 것을 모른다. 분명, 아이는 작년의 이맘때보다 한결 자라 있는데도 말이다. 아이는 여전히 엄마인 '나'를 보고 웃어주고, 힘이 들 땐 나를 붙잡고 울어댄다. 그 현실을 마주하지 않을 때, 우리는 소소한 행복을 의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현실에 발붙이고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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