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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사비나 Jan 14. 2024

수영장에서 아이의 손을 놓았다

아이의 성장을 발목 잡는 건 바로

“이거 놔! “

세 돌짜리 딸의 외침이다.

구명조끼 하나 입고 발이 땅에 닿지 않는 풀에서 놓으라고 난리를 친다. 잡은 손을 놓으란다.


물을 먹을까 봐,

뒤로 넘어갈까 봐,

엄마는 네가 코가 매워질까 두려워 못 놓겠다고,

아이의 손을 더 꽉 잡았다.


아이가 발을 허우적허우적 거린다.

물속에서 걸어보려는 계획인가?

세 돌짜리 너의 의지는 가상하나 감히 놓아줄 수가 없단다.


“엄마, 손 잡지 마!”


‘그래. 물을 먹어봐야 나를 붙잡겠지.’

아이의 손을 놓았다.


손을 놓았더니 갑자기 퍼덕퍼덕  손발을 어쩌지 못해 물에서 허우적대는 아이. 그러더니 아이는 결국 자신의 계획대로 몇 센티씩 앞으로 전진하기 시작했다.


아이의 기어코 해내는 모습을 보며,

그리고 숨겨두었던 자신만의 계획을 실행하고 성취하는 모습을 보며, 많이 반성했다.


김종원 작가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아이는 작지만 몸만 작은 것이라고.


아이들에게는 항상 스스로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심지어 엄마의 도움을 안 받고 '내가 직접 해야' 진정한 성취라는 걸 3돌짜리도 이미 알고 있었다.


아이의 성취의 찐 맛을 방해한 건 오직 나의 손이었다. 손을 놓지 않은 마음은 불안감, 수영을 못할 것이라는 의심과 불신이었다.


아이들의 손을 일단 놓아봐야 알 수 있다. 아이가 수영을 할 수 있는 아이인지 아닌지. 결국 눈으로 보고 나서야 믿는 엄마들.


더 일찍 믿어주었더라면 어땠을까?

“물 좀 먹어보면 어때. 수많은 실수 중 하나일 텐데.”

내가 손을 놓지 않았더라면, 아이는 부모의 불신만 학습했을 것이다. 성취의 기회조차 얻지 못했을 것이다.



성취라는 건 자발성이 있어야 그 찐 맛을 알 수 있다. 부모는 그저 아이의 계획을 믿어주는 존재면 된다.


그러니, 강한 믿음으로
아이의 손을 한번 놓아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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