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사비나 Jan 20. 2024

ADHD 아이를 공부하게 만드는 법

ADHD 아이의 징징거림을 오해하지 마세요

"엄마, 영어를 대체 왜 해야 해?"

세모는 수학에 과몰입하는 ADHD 아이다. 

엄마가 영어 전공자여도 영어를 싫어하는 아이. 

나도 영어를 왜 배워야 하는지 아이에게 속 시원하게 설명하기가 참 어렵다.


사람은 자아실현 욕구가 누구에게나 있다. ADHD 아이들에게는 이 자아실현, 성취가 가장 어렵고 귀하다. 

전두엽 기능 발달이 지연된 ADHD 아이들은 성공경험을 얻기가 참 어렵다. 성취하기 위해 필요한 자질들은 다 전두엽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계획하고, 실행하고, 끝까지 해내 그 과실을 맺고 보상을 얻는 과정이 ADHD 아이에게는 매우 힘든 과정일 수밖에 없다.


그럼 그냥 공부 안 하고 잘하는 거 하면 안 되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러기엔 학교에서 부정적 피드백을 계속 받는 ADHD 아이들. 학교는 ADHD 아이들이 자존감을 챙기기 어려운 환경이다. 더군다나 학습이 메인인 학교에서 학습을 포기한다? 더더욱 자신의 자존감을 빼앗기기 쉬운 길일 수밖에 없다.


단, 공부로 아이가 거대한 성공을 하길 바란다면, ADHD 아이에게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설명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공부란, 열심히, 끝까지 해서 성취하는 경험을 익히는 '수단'으로 봐야 한다. 공부는 평생이다. 국, 영, 수만 공부가 아니다. 농사를 짓든, 스포츠나 악기를 배우든, 그 모든 건 계획과 실행, 그리고 끝까지 해내 성취하는 경험들을 겪어내야 한다. 학교에서 아이들은 공부라는 수단을 통해 자신만의 성취하는 방법을 익혀갈 뿐이다.


ADHD 아이를 공부하게 만드는 방법은 'ADHD 아이의 특성'을 잘 이용하는 것이다.

일단, 아이와의 많은 대화를 통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정해야 한다. 되고 싶은 꿈, 정체성을 설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ADHD 아이의 특징, 과몰입하는 분야와 연결 지어 준다. 


세모의 경우, 수학과 과학에 과몰입하는 아이다. 자신의 꿈을 '과학자'라고 말하는 아이. 세모의 꿈을 이루기 위해 매일 어떤 공부를 해야 하는지 아이가 '납득'할 수 있도록 대화를 많이 나눴다.


"세모야, 과학자가 되고 싶어? 그러려면 각종 과학 지식을 알아야 하잖아. 책을 많이 읽고 국어 능력이 좋아야 다른 사람의 지식을 얻을 수 있어. 그리고 네가 만들어낸 과학 이론들을 글을 써서 알릴 수도 있지."

"영어는 왜 필요해? 난 과학자가 될 건데?"

"세모야, 세상의 놀라운 과학자들이 영어로 발표하고 영어로 글을 쓸 텐데 네가 직접 읽어서 알아야 하지 않겠어? 그리고 네가 만든 것들을 전 세계가 알면 더 좋을 텐데 영어를 배우면 너한테 더 좋지!"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항상 "공부는 엄마 것이 아니고 너의 것"이라는 개념을 심어주는 것이다. 가끔 보면 아이들은 엄마를 위해 공부하는 것 마냥 징징거리거나 거부할 때가 있다. 그때 꼭 짚어줘야 한다.

"세모야, 엄마를 위해 공부하는 거야? 그럼 안 해도 돼. 그런데 네가 하고 싶은 것들은 하기 싫어도 해냈을 때 이룰 수 있어. 그건 성공하는 사람들의 비법이야."



또한, ADHD 아이들의 또 다른 특징, '회피, 미루기' 성향을 꼭 잊지 말아야 한다.

아이들이 학습을 하다가 자세를 비뚤게 앉고 투덜투덜 대며 징징 거릴 때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이때 아이의 징징거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 


'나도 해야 하는 건 분명히 아는데 너~무 지금은 하기가 싫어요.'

라는 아이의 진솔한 마음이다.


이 마음이 답답해서 "때려치워!" "그럴 거면 하지 마!" 하면서 학습지를 찢는다든지 공부하는 아이의 연필을 빼앗는다든지 하는 실수를 범하지 마시기를 바란다. 징징거림은 단순히 아이의 순간의 감정의 표현이다. 그저 한번 받아주고 격려의 말을 툭 던져보면 된다.


"세모야, 원래 공부라는 건 하기 싫을 수 있어. 그런데 거기서 안 하면 얻는 것은 없을 거야. 그래도 네가 그걸 이겨내고 했을 때, 수학 경시대회에서도 상을 받는 거고, 먼 훗날 과학실험에 실패해도 계속해서 성공하는 과학자가 되는 거야. 거기서 멈추느냐, 아니면 하기 싫어도 일단 하느냐는 네 선택이야." 


그리고 하기 싫어도 해냈을 때, 아이에게 폭풍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 경험이 쌓이고 쌓이면 ADHD 아이들이 회피하고 못할 것 같고 두려울 때에도 '일단 하자. 나는 그래도 하기로 선택하는 사람이니까.'라는 정체성을 습득하게 된다.


만약, 아이가 징징거리고 다 하기 싫어한다면?

딱 두 가지다. 

1. 양을 줄인다.

2. 난이도를 낮춘다.

작은 성공 경험들을 맛보게 하는 방법이다. 하기 싫다고 안 하게 하면 성취도 없다. 그러나 영어 단어를 외우기 싫어하는 세모에게 10개 말고 5개만 해보자 했을 때, "5개? 그 정도는 할 수 있지."라는 마음이 들면 일단 5개를 외운 아이가 된다. 


그렇게 세모는 꾸준히 5개씩 쓰고 외우고 있다. 매일 성취하는 경험을 하고 있다.


그 성취감이 내일 또 하게 만들어주고, 그 매일이 모여 습관이 되는 모습을 봐왔다. 

그렇게 '하기 싫어도 해내는 사람'이 되어가는 것이다.



ADHD 아이도 잘하고 싶다.
그리고 잘할 수 있다.


이전 12화 ADHD 아이를 감당할 아이돌보미 계신가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