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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사비나 Jan 06. 2024

선생님을 괴롭히는 것이 과연 ADHD일까?

우리 반에 ADHD가 있어도 힘들지 않을 수 있는 이유

세모의 ADHD는 내가 만난 첫 ADHD가 아니었다.

내가 처음 그 단어를 들었던 때는 우리 반 아이의 학부모가 나에게 아이의 ADHD를 오픈했던 그때였다. 고작 영유아 아이를 키우던 어린 20대 교사는 자기 아이가 ADHD를 갖고 태어난 지도 모른 채, 반에 있던 ADHD 아이 한 명을 만났다.


하영이는 과잉행동-충동형 ADHD였다. 조용하지 않은, 세모와 같은 ADHD 특성을 가진 아이였다. 공격성은 없었지만 하영이가 있는 우리 반은 1년 동안 모든 교과목 선생님이 힘들어하는 반이었다.


하영이의 ADHD 때문이냐고?

아니다. 하영이보다 더 심한 과잉행동을 보였던 아이들, 그러나 ADHD 검사를 받지 않고 치료조차 받지 않는 아이들 때문에 사실 더 힘들었다.



하영이가 약효가 있을 때는 하루 종일 조용했다. 그럴 때면, '아 약을 먹고 왔구나.' 알 수 있었다. 그 며칠의 평범한 날이 지나면, 하영이의 과잉행동은 교실에서 수업 진행을 어렵게 만들었다. 약을 먹지 않고 온 날이 더 많았다. 아이가 약효 있을 때의 느낌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45분 동안 강의를 하는 나의 말과 자꾸 오버랩되는 하영이의 말에 다른 아이들은 내 목소리를 잘 듣지 못했다.


"김하영, 조용히 하자."

"네. 죄송합니다." (죄송하다고 바로 수긍하는 편이었다. ADHD 아이는 모든 규칙을 잘 인지하고 있다. 그저 마음대로 안 될 뿐.)


수긍하고 나면 잠시 조용해지다 다시 떠들기 시작한다. ADHD를 잘 몰랐던 그때 내가 가장 처음 든 생각은 이거였다.


'나를 무시하는 건가?'

하영이는 친구들과도 자주 부딪혔다. 또래보다 사회성이 확실히 부족한 친구였다. 중2 아이들의 장난은 언제나 시끌시끌 정신없다. 그러나 그 선을 넘는 것은 언제나 하영이었다. 친구들과 자주 트러블이 생기다 보니 부모님께 전화드릴 일도 참 많았다.

"어머님, 하영이가 오늘 물건을 던져서 시영이가 맞았어요. 장난이었다고 하더라고요."

정말 장난이었다.


여기서부터 더 이상 나를 괴롭히는 것은 하영이의 ADHD가 아니었다.

부모님은 나를 원망하기 시작하셨다.


"왜 자꾸 전화를 하세요? 전화하실 때마다 일할 때 너무 힘이 듭니다. 제가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하나요?"


찾아오셔서 나에 대한 원망을 쏟아내셨을 때, 교사로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난 담임교사로서 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담임교사는 아이의 문제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할 때가 많다.


"이 선생, 선생님 반에 김하영. 너무 떠들어서 내가 계속 지적해야 해. 옆에 지민이 때문에 그런 거 아냐? 자리 좀 바꿔 줘." 다른 교과 선생님들의 하소연을 쉬는 시간마다 들어야 했다. 나를 찾는 동료 교사가 교무실에 들어올 때면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그럴 때면 난 생각했다.

'난 무엇을 더 해야 하는가?'

반 아이들은 선을 넘는 발언과 잦은 장난에 지쳤을 때가 있었다. 나에게 와서 또 말한다.

"선생님, 김하영이 이런 말을 했어요."

하영이를 불러 다시 지도를 하고, 또 부모님께 전화를 해야 했다.


지금은 안다. 하영이 부모님의 마음을. 교사의 전화 한 통 한 통이 걸려올 때마다 마치 자신이 혼나는 것처럼 느낄 수밖에 없는 부모의 마음을. 세모의 담임 선생님들로부터 걸려온 전화에 눈물 콧물의 통화를 했던 '교사맘'이니까.


여전히 나는 하영이와 같이 과잉행동-충동형 ADHD 아이들을 만난다. 올해 만난 민기는 하영이보다 더 학교에서 문제 행동(각종 충동성의 총집합인 담배, 무단 외출, 무단 조퇴)을 일으키지만 나는 하영이 때보다 덜 힘들다.


그때는 왜 괴로웠고, 지금은 힘들지 않을까? 분명 같은 ADHD인데, 민기가 더 매운맛이라면 매운맛인데 힘들지 않은 이유는? 무엇이 다를까?


학부모님이 교사를 적으로 돌리는지,
협력자로 손을 내미는지


바로 이거였다. 민기의 어머님은 언제나 나를 도울 준비가 되어 있다는 신뢰를 주시는 분이다. 나에게 항상 질문을 하신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집에서는 어떻게 해볼까요?" 어머님께서 함께 교육하고자 할 때, 나 역시 "협력 모드"가 된다. 덕분에 민기는 학교에선 나의 보살핌을 받고, 집에선 엄마의 보살핌을 받으며 천천히 성장해가고 있다.


교사를 정말로 힘들게 하는 것이 ADHD일까?

난 다양한 양상의 ADHD 아이들을 만나왔다. 교사는 교육전문가다. 다양한 인간 군상을 교육하며 그 경험치는 만렙으로 쌓인다. 사실 교사를 무력하게 하는 건, 아이의 ADHD가 아니다. 협력해 달라고 내민 손에 비난의 손가락질을 교사에게 돌릴 때다.


"선생님,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선생님, 아이를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요?"


교직이 아무리 힘들다 해도 내가 본 동료 교사들은 아이들을 혼내고서도 한번 더 뒤돌아 아이를 살피는 따듯한 분들이었다. ADHD 아이를 키우는 교사이자 엄마로서 말할 수 있다. 학부모와 교사가 서로에게 화살을 돌리는 관계는 우리 아이들에게 좋을 리가 없다. 최대한 많은 어른들이 협력할 때, 비로소 아이는 한 해를 건강히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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