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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사비나 Jan 13. 2024

ADHD 아이를 감당할 아이돌보미 계신가요?

우리를 도와줄 육아지원군을 구하라

이제 겨우 9년 키워냈다.

ADHD 아이를 키우는 부침은 늘 시간의 곱빼기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18년은 키운 듯 내 마음은 평화로운 날이 드물었고, 흘린 눈물도 곱빼기다.


세모의 과잉행동은 5살부터 용납되지 않았다.

(이때는 세모의 ADHD를 몰랐었던 때다.)

친구들은 4세에서 5세가 되면서 놀랍게도 턱 의자에 잘 앉아있고 뛰지말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바로 “네!” 할 줄 알게 됐다.


유치원 선생님께서 세모를 너무 힘들어하셨다.

같은 교사로서 그 마음이 느껴졌다. 우리 아이가 VIP구나. 남편과 고민 끝에 “정부 아이돌봄 서비스”를 알아보기로 했다.


바로 매칭에 성공한 럭키한 나.

선생님께 계속 지적받느니 일찍 하원을 시켜서 자유롭게 놀아주실 분을 찾고 있었다. 이렇게 활달한 아이를 봐주시려면 체력이 되는 젊은 분이어야 한다 생각했다. 그런데 우리가 매칭된 분은 연세가 꽤 있으신 할머니 돌봄선생님이셨다.


‘괜찮겠지?...’


“여보세요.”

“세모 엄마, 일주일 해보니까 내가 너무 따라다니기가 힘들어서 다칠까봐 걱정되고 그래. 못할 것 같은데...“

“돌봄선생님, 저희가 세모 다시 가르쳐볼게요. 좀더 지켜봐주시면 안 될까요?”


역시나!

그땐 몰랐고 지금은 아는 ADHD지만, ADHD 아이를 감당할 수 있는 아이돌보미가 과연 얼마나 있을까? 아이를 돌봐줄 사람을 찾지 못할까봐 두려웠다.


그 두려움이 무색하게도 우리 돌봄선생님은 며칠, 몇주, 몇달을 아이와의 합을 맞춰가며 2년 동안 돌봄을 해주셨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우리 돌보미 선생님께서 ADHD 아이의 과잉행동 충동성을 감당한 비법은 무엇일까?


지나고 보니 ADHD 아이를 감당할 수 있는 돌보미인지를 따지기보다 아이를 맡기는 부모의 마음가짐이 더 중요했다. ADHD 아이를 맡길 땐, 이런 마음으로 맡겨야 한다.


첫째, 아이의 ADHD를 말할 수 있는 사람이면 제일 좋다. 아이의 조부모나 믿을만한 돌보미면 좋을 것이다.


둘째, 아이의 특성을 그대로 받아주는 분들을 선호한다.

세모의 돌봄 선생님은 세모가 곤충에 빠져있으면 몇 시간이고 아이와 메뚜기, 사마귀, 사슴벌레 등을 잡아주셨다. 엄마 아빠와 있을 때보다 훨씬 더 자유로운 놀이 시간을 가졌다.


셋째, 학습까지 봐주길 기대해서는 안 된다.

ADHD 아이에게 돌보미는 자유로운 해방의 시간을 주는 사람, 나를 있는 그대로 봐주는 사람이라는 따뜻한 관계여야만 한다. 학습까지 봐달라고 한다든지, 책을 몇 권 꼭 읽어달라 한다든지 돌보미에게 학습까지 기대하면 아이에겐 그 시간이 괴로운 시간이 될 수 있다.


넷째, 할머니 양육 방식을 감사해하자.

돌보미 선생님들은 대부분 60대 이상의 할머니 분들이 많으신 편이다. 젊은 분이 체력이 강하셔서 세모를 더 잘 봐주실 거란 건 나의 편견이었다. AD 아이를 키울 때 중요한 건 몸의 체력보다 경험치 만렙의 정신력이었다. 그분들은 ADHD라는 진단명조차 없기에 편견도 없으셨고, 아이에게 진정한 놀이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려주셨다. 바로 아이를 그저 두고 보는 것. 할머니들이 아이를 키우시는 지혜는 정말 본받고 싶었다. 세모의 과잉행동을 적극성과 도전으로 봐주시고 칭찬해주셨다. 말을 잘 안 듣는 때에는 “애들이 다 그렇지! 안 그럼 아픈 거야!” 하시며 나보다 세모를 더 긍정적으로 봐주셨다.


난 “할머니 육아”를 찬양하게 되었다.


ADHD 아이를 키우면 엄마는 몸도 마음도 너덜너덜 걸레짝처럼 축 처진다. 온 에너지를 모아 아이의 생활에 던진다.


아이의 감정 기복에 함께 휘둘리고, 돌발 행동으로 인해 불안감이 치솟고, 아이가 만들어내는 피해를 책임지는 생활을 계속 이어나가고 있다. 병원 진료와 약물 치료에 매진하면서 아이의 자존감을 지키려고 학습을 봐주고 겨우 잠에 드는 하루. 엄마는 이미 고립되어 터놓고 말할 이들도 없는데 아이의 친구를 신경쓰며 산다. 여기에 일까지 하는 워킹 AD맘의 삶에 그냥 자신은 없어진지 오래다.


ADHD 아이를 돌보기 위해 자기 돌봄을 해야 하는 우리는 누구보다 돌보미가 필요하다. 아이를 돌봐줄 도우미가 있어야 우리 자신을 비로소 돌볼 수 있을테니 말이다.


혹시 내가 아니면 까다로운 이 아이를
누구도 돌볼 수 없다고 생각하시나요?
나의 전적인 희생이
아이에게 필요하다고 굳게 믿고 계신가요?

나를 채우지 않고
아이의 시간만 채우면 결국 탈이 납니다.
자신을 돌보세요.
육아지원군에게 꼭 도움을 요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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