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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사비나 Feb 24. 2024

일기 쓰기, 엄마의 숙제가 되지 않는 법

ADHD 아이의 일기 쓰기, 이렇게 도와주세요

ADHD 아이가 학교에 들어갑니다.

초등학교 1학년에 들어가면 '한글'을 배우기 시작하죠.

그런데 '웬걸?!' 아이들이 한글을 이미 읽고 학교에 옵니다. 한글을 모르는 아이는 학교 수업에 한글이 많이 필요하지 않아도 왠지 자신감이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다른 아이들은 6세, 7세에 받침까지 읽도록 1년, 2년 배우며 익힌 아이들입니다.


그런데 한글을 초등학교 교실에서 처음 배우는 아이는 1학기 3~7월 몇 개월 만에 해내지요. 물론, 교육과정이 충분히 할 수 있는 나이가 됐기에 이때부터 글자를 가르친다는 심오한 교육자들의 의도가 있겠지요.

그럼에도 한글을 떼고 입학해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이 있는 건 무시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그래서 세모는 5세부터 한글 사교육을 시작했고, 7세에 한글을 뗐습니다. 아니 뗐다고 생각하고 초등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세모의 ADHD를 알고 입학한 학교, 긴장의 연속이었습니다. 한글을 떼고 들어가 조금은 수월했습니다. 우리에게 지겹고도 괴로운 하나의 숙제가 주어지기 전까지 말이죠.



일기를 주 2회 써오세요.


ADHD 아이와 일기를 쓰는 것은 앉혀놓고 "그냥 써." 하면 써지는 그런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ADHD 아이의 일기 쓰기, 왜 어렵나고요?


일단, ADHD 아이는 긴 글을 작성하거나 일기를 쓰는 동안 주의를 집중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주의 지속이 어려우니 한 문장 쓰고, 다음 문장 쓸 때까지 또 집중력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둘째, 말 그대로 '하루의 기록'을 해야 하는데 ADHD 아이는 대체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오늘 누구랑 놀았어?" "응? 몰라? 그냥 놀았어." "그럼 어떤 기분이었어?" "응? 몰라? 그냥 재밌었는데?" 바로 ADHD 아이의 낮은 작업기억력 때문입니다.


뇌의 작업기억력은 단기 기억과 실행 기능의 한 부분으로, 현재 작업 중인 정보를 일시적으로 저장하고 조작하는 능력을 나타냅니다. 이는 새로운 정보를 잠깐 기억하고, 그 정보를 사용하여 사고하거나 다른 정보와 연결하며, 복잡한 작업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기능입니다.
게다가 이 작업기억력은 주로 전두엽 내의 전전두엽과 전두엽의 하부 영역에서 조절되는데요. 작업기억력은 다양한 일상적인 활동에서 필수적이며, 수학 문제 풀기, 글쓰기, 지침을 따르기 등과 관련이 있습니다.


"전두엽"이 느리게 발달하는 ADHD 아이,

하루를 '기억'해서 그 일을 '글로 쓰는 일'인 "일기 쓰기"는 당연히 어려운 일이 아닐까요?


셋째, 이렇게 어려운 일이라고 느껴지면 ADHD 아이는 회피하고 싶어 합니다. 못할 것 같은 일에 자신감이 떨어지고, 재미가 없으니 지겨워지는 것이죠. 어떤 보상도 느껴지지 않는 일입니다.



그럼, ADHD 아이의 일기 쓰기가 엄마의 숙제가 되지 않기 위해, 어떻게 도와줘야 할까요?


제가 썼던 효과적이었던 방법, 주 2회 일기 쓰기를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제출할 수 있었던 방법입니다.


일단, 일기의 구성은 간단합니다.

있었던 일 - 감정 - 느낀 점(교훈)

첫째, 있었던 일을 상기시켜 주세요. 바로 "브레인스토밍"입니다. 있었던 일을 '사진'으로, '동영상'으로 보여주며 이야기를 나누세요. "세모야, 우리 오늘은 여기 갔었잖아. 사진 보니 기억나지? 어떤 게 제일 재밌었어? 일기에 뭘 적어볼까?"


둘째, 그 일에 대한 감정 세 가지 단어를 고르게 하세요. 저는 <아홉 살 마음 사전> 책을 이용했습니다. ADHD 아이는 감정에 대해 언어로 표현하는 것에 서툽니다. 아이의 '화난다'라는 말 안에는 '속상하다' '괴롭다' '아쉬웠다' '아까웠다' 다양한 감정이 들어있는데, '화난다'라는 말로 단순하게 표현하는 아이들입니다. (그래서 독서와 낭독이 이 아이들에게 매우 좋은 이유죠. 어휘가 섬세해질수록, 상대방에게 자신의 마음을 잘 전달할 수 있으니까요.) 목차에서 감정을 고르고 난 후, 그 어휘를 이용해서 일기를 썼습니다.

"네모가 내 장난감을 가지고 가서 서럽고 짜증 났다."


셋째, 느낀 점이나 교훈은 항상 세모의 마무리 문장이었습니다. 긍정적으로 마무리하는 글쓰기를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항상 있었던 일에서 얻을 수 있었던 긍정적인 교훈, 감사함이나 내일에 대한 기대감 등의 문장으로 마무리하도록 가르쳐주세요.


 - 감사하기

 "시훈이가 우리 집에 놀러 와서 하루가 즐거웠다. 시훈이가 내가 정한 보드 게임을 하기로 해줘서 고마웠다."


 - 또 다른 날에 대한 기대감

 "다음엔 어떤 친구를 초대할까?"


 - 교훈

 "네모가 내 장난감을 망가뜨리지 않도록 이제 잘 정리해 둬야겠다."





ADHD 아이는 전두엽 발달이 느려, 자신을 돌아보고 자기 자신의 사고의 흐름을 인지하는 '메타 인지' 발달도 늦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 아이들에게 '일기 쓰기'는 매우 어렵지만 더욱 필요한 활동입니다.


ADHD 아이에게 또래처럼
"일기 쓰기 숙제했어?" 하지 마세요.
ADHD 아이의 어려움을 알고,
도와주세요.

일기를 쓰며 자신의 하루를 돌아보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기록함으로써
감사한 일을 곱씹어보는
그 귀한 작업을 오래오래 할 수 있도록
가르쳐준다는 마음으로,
함께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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