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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사비나 Mar 02. 2024

ADHD, 한국이라서 더 힘들어요

게다가 하필 저출산 시대

출산율 0.65명
인류 역사상 최초로 겪어보는
출산율이라고 한다.


이런 사회에 역행할 뜻은 없었으나 나는 둘째를 낳았다.

둘째를 낳았더니 '다자녀'란다.


다자녀는 4명은 낳아야 하는 거 아니야?

라고 생각했었는데, 둘을 낳아도 다자녀라고 한다.


이제 나는 다자녀의 엄마가 되었으니 정부에서 이런 저런 혜택을 준다고 한다. 예를 들어, KTX나 SRT 할인 정도. 아이돌보미 서비스 지원금 정도.


그런데 그 혜택이 둘째가 세돌이 되는 순간 끝이 났다.

"뭐지? 이 아이들이 살아갈 날은 120살까지라던데 고작 3년 도와주고 끝?!"

첫째, 둘째가 하고 싶어하는 사교육부터 먹이고 재우는 데 들어가는 돈을 생각하면 터무니없이 혜택을 받은 느낌이 들지 않았다.



저출산 시대니까 나라에서 뭔가 열심히 돈을 뿌린 것 같은데, 다자녀 엄마인 나는 여전히 아이를 키우기가 힘에 부친다. 게다가 아이는 ADHD 진단을 받았다.


한국에서 ADHD 아이를 키운다는 건
어떤 삶일까?


ADHD 아이를 키워보지 않았으면 몰랐을 생활들.

아이들이 별로 없다는데 여전히 한 반엔 25명, 30명의 아이들이 모여있다. "라떼는 50명이었어!" 라며 통제하지 못하는 교사를 탓하는 사람들. 그땐 통제권이 많았겠지만 지금의 교사들은 별다른 힘이 없다. ADHD 아이들의 특성이 더 발현되기 쉬운 분위기의 학교. 교사는 아이의 ADHD를 눈치채도 검사를 권하기 어렵다.


많은 이들이 이 이야기를 들으면 고생하시는 선생님의 모습을 떠올리겠지만, 사실 ADHD 아이도 자신이 왜 이렇게 학교에 적응하기가 힘든지 알지 못한다. 부모가 인지하고 아이와 전문의를 만나러 가기 전까지.


세모의 학교 생활을 돕기 위해 ADHD 검사를 받기로 결심한 교사 엄마.

우리 지역엔 소아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없었다.

정신건강의학과 대기만 1년을 기다리라고 한다.

당장 아이는 학교에 가야 하는데 대기만 1년이라니.

취소가 난 자리에 겨우 간 것이 4개월 후였다.

ADHD 검사와 진단을 모두 마치고 카드를 결제했더니 50만원.

'아니 돈 없으면 ADHD 진단을 받을 수나 있을까?'


한국의 워킹맘은 아이를 낳아 배려받아야 한다고 하는데, 이상하게 직장에서도 집에서도 뭐든 잘 해내지 못하는 사람이 된다. 그런데 ADHD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 말도 말자. 어떻게 숨을 붙이고 사는지 모를 정도로 헥헥 거리는 일상이다.


한 달 한번씩 아이를 데리고 정기적으로 정신과 약을 받아와야 하는데, 아이에게 씌워질 편견이 싫어 상사에게 거짓말을 하고 연가를 써야 하는 일상.

"왜 계속 대학병원에 가세요? 아이가 어디 아파요?"

"아뇨. 성장 클리닉 다녀야 해서요." (마침 아이가 키도 작다.)


아이가 마음이 다치는 날이나 사회성 치료가 필요한 때에는 심리상담센터도 정기적으로 가야 한다. 아이들을 위해 심리상담 바우처도 있고 하겠지만, 무엇보다 지방엔 ADHD 아이들을 위한 상담 치료 센터도 현저히 부족하다. 병원과 센터를 오가면 왔다 갔다, 맞는 학원을 찾느라 동동거리는 일상. 학교에서 전화올까 전전긍긍하며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르는 하루들.



서울신문에서 2024년 새학기를 앞두고, ADHD 아이들에 대한 기획취재를 연재했다. 1화에서 선생님들께서 ADHD를 포함한 정서행동장애 아이들로 인해 힘들다는 내용으로 기획기사는 시작되었다. 나 역시 교직에 몸 담고 있는 교사로서 선생님들이 무력하게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알고 있다.


기사보다 마음 아팠던 것은 댓글들이었다.

한국 사회가 바라보는 ADHD 아이들에 대한 시선.

부모를 더욱 움츠러들게 하고, 음지에서 양지로 나오지 못하게 하는 편견들.


"부모가 금쪽이라 그래."

전 교육전문가라 자부하는 양심있는 교사입니다.

"때리고 가두면 ADHD는 사라질 걸."

ADHD는 뇌 신경 문제입니다. 때리면 폭력을 대물림할 뿐입니다.

"노산이라 애들이 그렇게 태어나는 거야."

전 20대에 낳았는데요.



ADHD, 한국이라서 더 힘들어요.
게다가 저출산 시대라니.
점점 줄어드는 아이들.
줄어드는 엄마와 아빠.
소수자가 될 이들을 위한
변화는 있을까?



평범한 80년대 여자로, 한국에 태어난 딸이었습니다.

엄마가 되고 나니 '맘충'이 될까 검열해야 했습니다.

엄마가 되고 돌아간 직장에선 '민폐녀'가 될까 조심해야 했습니다.

저출산 시대에 낳았더니 유모차를 끌고 가는 내 모습이 초라해보였습니다.

저출산 시대에 낳았더니 '노키즈존'이 생겼습니다.


제 딸에게 "너도 엄마가 되면" 이라는 말을,

저는 할 수 있을까요?

글쎄요.



https://www.seoul.co.kr/news/plan/heart_report/2024/02/29/20240229008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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