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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사비나 Mar 09. 2024

새 학기, 떨고 있을 ADHD 부모들에게

우리 이런 실수는 하지 말아요

새 학기가 되고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새 학기 첫날, ADHD 부모들이 모인 우리 오픈채팅방에는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며 긴장했던 하루에 대해 털어놓았습니다. (이 어려움을 나눌 이들이 있어 2023년 3월의 첫날과는 분명 달랐습니다.)


새로 만날 우리 반 아이들과 새 업무보다 떨렸던 것이 세모의 첫 하루였습니다.

ADHD 아이를 키우는 건 비 ADHD 아이를 키우는 것과는 분명 다른 것 같습니다.


1교시 수업을 하면서도 세모는 지금 무슨 수업을 듣고 있을까.

점심 급식 지도를 하면서도 세모는 오늘은 밥을 좀 잘 먹었을까.

약 부작용 때문에 또 두 숟가락만 먹고 버렸을까.

새로 짠 학원 스케줄은 잘 기억하고 갔을까.

걱정이 한가득이었습니다.


새 학기, 선생님께 또 전화 오는 건 아닌지 떨고 있을 ADHD 아이의 부모님들께 제가 겪었던 실수를 범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써봅니다.


만약 당신이 ADHD 아이를 키운다면,
새 학기에 이 실수는 하지 마세요.

첫째, 등교하는 아이에게 온갖 부정적인 말들로 당부하지 마세요.

"오늘은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와. 선생님한테 전화 오지 않게 잘해. 사고 치지 말고."

이 말들은 마치 "코끼리 생각하지 마." 하는 순간, 코끼리만 떠올리는 것과 같아요. 대신, 긍정의 말을 해주세요. "세모야, 벌써 3학년이네. 넌 2학년과 다를 거야. 수업 시간에 집중도 잘할 거고, 친구들에게도 친절하게 배려해 줄 거야. 넌 할 수 있어." 스스로 잘 해내는 모습을 머릿속에 떠올리도록 도와주세요.


둘째,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두 알려고 하지 마세요.

"오늘 학교에서 선생님한테 안 혼났어? 무슨 일 없었어? 친구랑은 안 싸웠어?"

학교에서 보는 아이들은 매일 혼나는 아이부터 조금 혼나는 아이, 혼나지 않는 아이까지 다양한 아이들이 있어요. 중학생의 경우, 종 치고 들어와서 벌점을 받는 경우도 많습니다. 청소를 까먹고 집에 가서 다음 날 선생님께 계단 벌청소를 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요. 아이가 학교에서 성장하면서 배우게 되는 사회적인 상황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시간을 지켜 수업 시간에 참여하기부터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친구에게 못된 말을 하지 않는 것까지. 이 모든 것들은 선생님과 아이와의 여러 소통을 통해 아이는 바른 행동을 습득하게 됩니다.


이런 시시콜콜한 사생활을 부모님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할까요? 아니요.

무소식이 희소식입니다.

부모님이 알아야 하는 중요한 일은 선생님이 몇 번의 고민을 거쳐 전화드리게 됩니다. 그러니 평화로운 하루를 위해,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마세요.


셋째, 아이를 ADHD 자체로 보지 마세요.

우리는 아이가 ADHD라는 진단을 받고 난 후, 사람들에게 그리고 선생님께 아이의 ADHD를 오픈해야 할까 말까 고민합니다. 말하지 못하는 이유는 하나. 나의 아이를 색안경 끼고 바라볼까 봐 그렇지요.


그런데 사실 우리도 색안경을 끼고 있지는 않나요?

이 사실을 점검해봐야 합니다. 아이가 징징 거릴 때, 선생님께 혼날 때, 지각할 때, 학원에 늦을 때. 이런 일들이 일어나면 갑자기 걱정이 됩니다.

'ADHD라 그렇지.'

하지만 ADHD가 아닌 아이들도 그 또래에 실수를 합니다. 징징거리기도 하고, 선생님께 혼나기도 하고, 지각하기도 해요. 우리들은 이런 일이 일어날 때 ADHD 때문이라고 쉽게 단정 짓고 아이에게 약이 더 필요한 건 아닌지, 난 뭘 더해줄 수 있는지 생각합니다. 아이는 그 또래의 평균치만큼, 또는 평균보다 조금은 느리게 자라고 있음에도 10년 후에도 우리 아이는 이럴 거라고 단정 지어버립니다. 이것이 색안경입니다.


선생님께 전화가 올 때, 좋지 않은 피드백을 들을 때에 내 아이가 ADHD라서 그렇다고도 생각하지 마세요.

ADHD가 아닌 아이들의 부모님들도 선생님의 전화를 받습니다. 아이는 성장하는 과정에서 실수하니까요. 미숙하니까요.


그러니 부디 아이의 ADHD에
나의 모든 하루를 내어주지 마세요.
아이는 아이의 몫이 있습니다.
우리가 할 일은 아이에게 무한한 믿음을 주고, '나'를 돌보는 것입니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걱정하기보다
커피 한잔을 마시며 도서관을 가세요.
가장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세요.
바꿀 수 없는 것과 바꿀 수 있는 것을 구분하고바꿀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세요.


아이의 담임선생님이 이렇게 해주셨으면 좋겠는데.... 아이가 더 잘해야 하는데... 이건 우리가 바꿀 수 없는 것입니다.


오늘 내가 무엇을 하며 즐거운 하루를 보낼 것인지. 이것은 우리가 바꿀 수 있습니다.


세모가 3학년이 되었네요. 초1, 초2 매년 다른 문제들을 마주하지만 어느새 깊이 고민하고 걱정하던 일들은 또 해결되어 있는 것이 많았습니다. 새로운 문제들을 마주하겠지만 또 믿어봅니다. 지금 걱정하는 것들은 내년엔 걱정하지 않을 일들이겠구나 하면서요.


3월은 선생님도 아이도 부모님도 모두 긴장하는 달입니다. 그러나 설레는 새 출발입니다. 아이는 얼마나 발전할지, 나는 또 얼마나 더 성장할지.

그렇게 긍정적으로 한 해를 그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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