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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사비나 Mar 23. 2024

“빨리 좀 해!” 재촉하는 엄마가 만드는 문제

버스를 탔는데 카드가 고장났다

기다리던 4212번 버스가 왔다.

버스를 타며 항상 쓰던 카드를 카드 기기에 갖다 대었다.


엇?!

“삐! “ 소리가 나지 않았다.

두 번, 세 번 대어봤다.

양손에 짐이 가득했던 나를 쳐다보는 기사님의 눈빛에 당황하기 시작했다.


“기사님, 카드가 안 되네요.”

“안 되는 카드를 가져오면 어떻게 합니까?”

“아....” 어떻게 해야 하지? 카드는 하나였다.

그러다 생각난 현금!

“현금으로 내도 될까요?”

그렇게 주섬 주섬 가방 속 흩어져 있는 현금을 찾기 시작했다.


이 순간, 나는 심장이 콩닥콩닥 뛰고, 머리는 복잡해졌다. 나를 기다리는 기사님과 정신없이 찾는 현금을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누구도 나에게 빨리 찾으라고 재촉하지 않았지만 무언의 압박감이 나에게 느껴졌다.


그 순간 기사님의 한 마디.

“앉아서 천천히 찾으세요. 서서 급하게 찾다가 다치세요.”


그 한 마디가 얼마나 감사한지 그제야 오롯이 현금을 찾는 데 집중할 수 있었다.

“기사님 찾았어요~ 감사합니다.”




가만히 앉아 창밖을 보니 아이의 마음이 이런 마음이었겠구나... 세모가 생각났다.


ADHD 때문에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떠다니느라 바쁠 세모. 세모가 지능 검사를 했을 때, ADHD 아이의 전형적인 특징이 보였다. 처리 속도가 낮았던 것이다. 처리 속도가 낮다는 것은 평균의 아이들이 특정 과제를 할 때 걸리는 시간보다 항상 더 늦게 걸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모야, 빨리 가방 챙기고, 핸드폰 챙기고 가!”

“세모야, 우리 늦겠어! 빨리 옷 입고 양치해!”


우리의 단골 멘트.

“빨리 좀 해!”


이 말들을 자주 듣는 세모의 마음이 이해됐다. 내가 현금을 찾고 싶었던 그 급한 순간처럼 세모도 다음 행동을 빨리 해내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 옆에서 들리는 엄마와 아빠의 재촉하는 말들, 교실에서 느껴지는 친구들의 재촉하는 눈빛들에 마음이 더 급해지진 않았을까?


사실 아이에게 필요했던 건,

기사님의 말. “천천히 찾으세요.”


“천천히 해도 돼.”

“네 속도를 기다려줄 수 있어.”

이런 말이 아니었을까?


그래야만 비로소 아이는 해야 할 일에 자신의 속도로 집중할 수 있지 않을까. 마치 내가 기사님에게 미안한 마음을 잠시 거두고 현금 찾기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처럼.


느린 행동의 아이들을 보며,
답답한 우리들은 ”빨리빨리 “를 외치죠.
당신의 재촉이 만드는 문제를 아시나요?
아이가 자신의 일에
집중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
아이를 집중하게 만드는 말을 해주세요.  
”천천히 해. 기다려줄 수 있어. “
이전 21화 <우리 아이가 ADHD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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