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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사비나 Mar 30. 2024

남의 아이보다 나의 아이가 불편한 이유

학부모 상담주간을 마치며...

"어머님, 안녕하세요?

예인이 학교 생활 궁금하시다고요?"

3월 셋째 주, 어김없이 학부모 상담 주간이 되었다.


올해도 새로운 아이들을 맞이하고 고작 2주간 바라본 아이들을 점쟁이 마냥 파악해야 했다. 어머님들께서 궁금하신 점들을 담임교사로서 파악한 부분을 알려드려야 했기 때문이다. 중학교 상담은 학년에 따라 부모님들의 질문이 다르다. 중3은 고입에 대한 아이의 성적 이야기가 많았고, 올해 맡은 중2 학부모님들께서는 아이들의 교우 관계에 대해 많은 질문을 하셨다.


이번에 상담 신청을 했던 열두 분의 부모님들께서도 모두 "친구들과 어떻게 지내나요?"라는 질문을 많이 하셨다.


'흠... 2주 동안 본 아이들이 어떤 친구와 어떻게 지내는지 말씀드리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먼저 떠올랐다. 쉬는 시간마다, 점심시간마다 우리 반을 몰래 들여다보며 누가 누구와 어울려 붙어있나... 누가 누구랑 밥을 먹나... 자세히 살펴보았다.



"어머님, 안녕하세요?

예인이 학교 생활이 궁금하시다고요?"

"네, 선생님. 아이가 너무 내성적이어서 친구들한테 미리 다가가질 않아요. 계속 혼자 있는 것 같아서 걱정이 많이 됩니다."


"어머님, 안녕하세요?

형찬이 학교 생활이 궁금하시다고요?"

"네, 선생님. 아이가 너무 학교 얘기를 안 하고 집에서도 글자 한 자를 안 봐요. 계속 밖에서 친구랑 노느라 정신이 없어요."


"어머님, 안녕하세요?

기철이 학교 생활이 궁금하시다고요?"

"네, 선생님. 아이가 너무 공부만 해요. 친구를 유치하게 생각하고 교류를 안 하니 걱정이 돼요."



어머님들의 걱정을 모두 들어보고 나니,

이 모든 걱정은 하나로 귀결됐다.

어머님들은 모두 "적당히" 다 잘하는 아이를 원하신다는 것이다.


공부는 잘해야 한다.

아주 못해서도 안 된다.


친구는 또 적당히 있어야 한다.

너무 많으면 공부를 안 해서 걱정이고,

너무 적으면 또 혼자라 걱정이다.


"어머님, 예인이는 본인 성격을 '내성적이다'라고 적었어요. 근데 이런 친구들은 친구들을 사귀는 데 시간이 필요해요. 이제 고작 2주 지났는걸요. 이런 친구들은 사람들을 관찰하고 기다리면서 마음에 맞는 친구를 기다리는 거예요. 어머님은 성격이 어떠셨어요? 혼자 있는 게 편하세요? 아니면 친구들을 많이 사귀는 성향이셨어요?"

"저도 친구 사귀는 게 너무 어려웠거든요...

아이가 내성적인 게 너무 걱정이 돼요...."



당신이 당신의 아이가 불편한 이유는

아이가 나와 똑 닮았기 때문이다.

나의 가장 어둡고 감추고 싶은 부분까지 말이다.


ADHD 진단을 받은 세모의 과잉행동을 참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나 자신을 보면서 알게 됐다. 과잉 행동으로 인해 선생님께 혼이 나고,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했던 다소 특이했던 나의 모습. 그 모습을 아이에게서 자꾸 보게 되는 그 순간이 나의 어딘가를 쿡쿡 찌르는 것이었다.


나는 교사로 살아가며 수많은 아이들을 만난다.

아이들의 색은 빨간색, 주황색, 다홍색, 연두색, 핫핑크, 연핑크, 새까만 검정, 회색, 하얀색처럼 그 마음의 색이 다양했다. 그런데 내가 만난 수많은 부모들은 모두 다양한 색의 색안경을 쓰고 있었다. 어떤 부모는 주황색 색안경, 어떤 부모는 핫핑크 색안경, 어떤 부모는 아주 새까만 검은색 안경...


부모는 각자의 색안경으로, 각자가 경험한 딱 그만큼의 경험치만큼 자신의 아이를 바라본다.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아이가 노느라 마음에 들지 않는 마음도, 아이가 혼자 있어서 안쓰러워 보이는 마음도 모두 당신이 보는 색안경으로 본다는 사실을.


교사인 내가 쓴 안경으로 바라보았을 때, 예인이는 내면이 강하고 신중한 아이였다. 형찬이는 친구와 놀면서 더 많은 것을 배우는 친구였다. 기철이는 친구들보다 지식에 대한 욕구가 더 많은 친구였다.


나 역시 어떤 색안경을 끼고 있을지 모른다.

부디 그 안경이 투명해지길.

아니, 그 안경을 벗어던질 수 있길 바랄 뿐이다.


남의 아이보다 나의 아이가 불편한 이유.
당신을 쿡쿡 찌르는 그 불편한 지점.
당신이 마음에 들지 않는 면을
똑 닮아있기 때문이다.
방법은 하나다.
당신이 쓰고 있는 그 색안경을
벗어던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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