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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사비나 Apr 13. 2024

당신에게도 분명 허락될 이것

당신에게 보내는 희망

첫 책이 출간되고, 여러 독자분들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 ADHD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들, 아이의 ADHD를 의심하고 검사를 앞두고 있는 부모님들, 선생님께 가슴 아픈 피드백을 받고 급하게 책을 보신 부모님들까지.


내가 쓴 글로부터 깊은 위로와 가슴 저릿한 공감을 받고 눈물을 흘리셨다는 메시지를 보며, 내가 책을 낸 이유를 다시 한번 알게 되었다.


ADHD 아이를 키우며 가장 힘든 시기가 언제였을까 돌아봤다.  사실 아이의 ADHD는 우리 집에 초대하지 않은 불청객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아이의 첫 진단은 불청객 그 이상이었다.

"뭐야, 너? 왜 초대하지도 않았는데 우리 집에 나타났어?"

첫 진단을 받았을 때는 딱 이런 느낌이었다. 게다가 이 손님... 떠날 생각도 없이 온 가족의 일상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놓기까지 했다. 나는 밤마다 울며, 깜깜한 창밖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남편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아이에 대한 원망이 되어 날 선 훈육으로 아이와 대치 상태로 하루를 보냈다. 노력으로 고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오만함이었다.


그렇게 베갯잇을 눈물로 적시고, 하루가 지나면 마른 베갯잇을 또 적시는 날들을 보내는 부모님들이 내 책과 내 글을 읽고 메시지를 보내주셨다.

"선생님, 정말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눈물이 계속 나고 마음이 힘들어서 연락드리게 되었습니다."

"네, 우리의 이야기지요? 독자가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엄마, 나 축구장에서 놀다가 태권도 갈게!"

"응, 세모야. 형들이랑 사이좋게 놀아야 해. 5시 30분에 태권도 가는 것 잊지 말고!"

"알았어, 잘 가. 엄마!"


이 대화가 누군가에겐 너무나도 아무렇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나에겐 너무나도 소중한 순간들이다. 축구장에서 아이를 혼자 둔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사회성이 떨어지는 세모는 항상 형들에게 미움을 사는 아이였다. 시간을 맞춰 학원을 스스로 간다는 것은 기대하기도 어려웠다.


그렇다.

나에겐 어느새,

이런 일상이 찾아왔다.


누구는 마음 편히 맡기고 일할 수 있었을 유치원에서 오던 전화... 전전긍긍하며 전화를 받아야 했던 일상, 정신건강의학과에 아이의 손을 잡고 대기실에 앉아있던 순간들, ADHD라는 네 글자의 진단명을 받기 위해 받게 했던 그 많은 검사들, 그리고 아이와 외롭게 씨름했던 약물 적응기까지. 돌아보면 고작 몇 년이었지만 그 안에 들인 내 마음의 무게와 수많은 선택들은 글 하나에 다 담아내지도 못할 일들이다.


나의 글을 읽고 찾아온 당신의 마음을

깊이 꼭 안아드리고 싶다.

그 시기가 가장 어둡고 힘들기에.

그리고 고작 몇 년 앞서가는 엄마로서

말씀드리고 싶었다.


당신에게도 분명 일상이 찾아온다고.

나에게도 허락된 일상이

당신에게도 허락되지 않을 리가 없다고.



아이와의 긴 여정의 초입에 서 계신
부모님들께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그 순간, 가장 후회하던 것이 있어요.
ADHD라는 것이 너무 무섭고 두려워서,
온갖 정보를 찾느라
정작 아이의 소중한 일상을
챙기지 못한 것입니다.

하루에 꼭 한 번이라도,
당신과 아이의 즐거운 일
하나쯤은 만드세요.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고 미소 지어 보세요.
그리고 마음에 담아보세요.
당신이 낳은 아이가
얼마나 눈부시게 아름다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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