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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사비나 Feb 02. 2023

당신과 ADHD 아이에게 매일 필요한 것

약으로는 부족하다!

"엄마 내 키가 계속 이렇게 안 자라면 어떡하죠?"
"세모야, 사람은 다 다르게 태어나. 이 세상에는 단 한 명도 똑같은 사람이 없어. 그래서 각자 다 다르게 성장하는 거야. 너의 키는 지금은 작지만 나중에 클 수도 있어. 그리고 키가 크지 않아도 너에겐 장점이 훨씬 많아. 수학도 잘하고, 낙엽을 쓸고 계신 환경미화부 아저씨의 쓰레받기에 낙엽을 주워서 넣어주는 착한 마음도 아주 많고."
"맞아, 엄마. 그리고 세상엔 손가락 6개인 사람도 있대. 그러니 나는 키가 작은 것도 괜찮아."
"맞아, 세모야. 그렇지만 손가락 6개인 사람도 괜찮아. 그 모습도 생명이고, 생명은 다 소중하고 행복할 자격이 있거든."


  아이를 처음 내 품에 안은 날, 이 작은 생명체가 이리도 완벽할 수 있을까. 처음으로 신의 존재를 믿게 된 순간이었다. 꼬물꼬물거리던 10개의 손가락과 발가락, 나를 찾는 눈동자, 낯선 세상이 두려워 온 힘을 다해 외치던 울음... 단 하나도 완벽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나는 그 순간 다짐했다.


'이 초심을 잃지 마. 이 아이에게 이 이상을 바라는 것은 나의 욕심이고 나의 기대일 뿐이라는 것을. 이 아이의 건강함에, 심장소리에 이렇게 감사했다는 것을 절대 잊지 마.'

  

  중학교 아이들의 부모님과 상담을 할 때면, 부모님들께서 참 걱정도 많으시고 기대도 많으시다는 것을 느낀다.

"선생님, 땡글이한테 들어간 사교육비만 몇 천만 원인데 성적이 이 모양이에요. 저는 이제 기대도 안 합니다."

"아이가 PC방만 가고, 이래서 대학은 갈 수 있을지. 뭐 먹고살지 걱정이에요."

얼마나 걱정이 많으실까... 나도 부모이기에 사춘기 아이들이 공부에 손을 놓고 부모의 기대만큼 해주지 못했을 때, 나는 과연 의연할 수 있을까. 항상 생각이 많아졌다. 그 마음의 무게가 부모가 된 나에게까지 깊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항상 아이가 부족해 보일 때면 내 마음속 깊이깊이 넣어둔 다짐을 꺼내 다시 읽어본다.


'초심을 잃지 말자.'


  아이가 ADHD를 진단받았을 때, 잘하는 아이들이 멋지게 나아가는 모습과 아이들의 평균값을 아는 교사인 나는 무너졌다. 초심을 잃었던 것이다.

  이 초심을 찾기 위해, 나는 아이의 구석구석 반짝이는 모습을 매일매일 닦아주기로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이 아이들의 오늘이 행복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이 엄마의 작은 마음들이 쌓이고 쌓여 ADHD 아이들이 자신의 반짝임을 알고, 이 사회에서 느끼는 억울함으로부터 부디 안전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ADHD 아이를 위해 엄마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


1.  ADHD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존중의 말

“울고 싶어? 엄마가 기다려줄게.”

     아이는 부작용 때문인지 종종 울 때가 있다. 왜 우는지, 울면 친구들이 싫어한다던지 그런 말들을 내뱉을 때가 있었다. 이제는 기다린다. 그 울음에 익숙해져야 한다.

“하기 싫어? 그럼 어떻게 할까? 넌 어떤 방법이 좋을 것 같아?”

    아이는 공부가 하기 싫을 때가 있다. 그렇지만 안 하겠다는 뜻은 아니더라. 그 짜증은 본인이 책임져야 하는 감정이다. 하기 싫지만 그럼에도 해냈을 때 그때 무한한 칭찬의 말들을 해준다. 그런 작은 성공경험이 모여 아이에게 자기 조절 능력을 습득하게 한다. 보이는 보상이 때론 더 좋을 때가 있다. ADHD 아이들은 물질적 보상이 더 효과적일 때가 많다. 외적 동기를 잘 이용하기 바란다.

”세모야, 그렇게 물건을 던지면 이게 어디로 날아갈 것 같아? 그렇게 물건을 차면 그 물건이 친구 눈에 맞으면 어떻게 될까? 한번 던지지 말고 엄마한테 줘 봐.”

    아직도 잘 고쳐지지 않는 충동성이다. ADHD 아이들의 충동성은 연습이 필요하다. 몸으로 반복적으로 연습하여 체득해야 한다. 전에는 소리도 지르고 엄하게 몰아붙여도 봤지만 100번의 호통도 아이의 충동성을 고치지 못했다. 그래서 방법을 바꿔 체득하게 한다. 물건을 잡고 하나부터 열까지 세보는 것.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을 체득하는 것이다. 물론, 아직도 완벽하게 행동이 수정된 것은 아니다.


2. ADHD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 “따뜻한 친절”

아이의 지퍼를 끝까지 올려주고 볼을 따뜻하게 만져주기

  아이가 따뜻하길, 우리 아들 춥지 않기를 바라는 그 마음을 전달한다. 아이의 옷 저 아래 지퍼를 올리기 위해 키를 맞춰 앉아보고 아이의 옷을 여며 줄 때 느끼는 그 감정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따스함이다. 바깥에서 고군분투하느라 이 아이들이 받아보기 어려웠을지도 모르는... 이런 따뜻한 친절함은 내가 꼭 아이를 위해 채워주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꼭 안아주기

 ADHD 아이들은 불안이 친구처럼 찾아온다. 주의 집중력이 낮아 어딘지 모르게 안정되지 못한 감정을 갖고 있다. 사람은 무거운 이불을 몸에 덮고 자면 안정감을 느낀다고 한다. 그 이불보다 좋은 것이 작지만 큰 엄마의 허그다. 꼭 눌러 안아주자. 꼭 눌러서 아이의 불안이 밖으로 튕겨 나가 버릴 정도로!

눈을 맞추고 웃어주기

   눈 맞춤은 이 아이들에게 귀하다. 바깥에서 친구도, 선생님도, 우리 아이들에게 따뜻한 눈 맞춤을 보내기란 쉽지 않을 때가 많다. 하지만 돈도 들지 않는 엄마의 눈 맞춤이란... 거기에 곁들인 엄마의 미소는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여기 매일 함께 있구나.” 하는 안정감을 줄 것이다.


3. ADHD 아이를 키우는 엄마에게 필요한 것- “돌봄”

  ADHD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반 이상이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고 한다. 그만큼 이 아이들은 쉽지 않다. 내 새끼인데도 쉽지 않으니 그 좌절감과 자책감이 가득하면... 우울증에 안 걸리기도 쉽지가 않더라...

 가자, 상담센터로. 가자, 정신건강의학과로.

나를 잘 돌보아야 아이를 돌볼 수 있다. 나를 알아야 아이를 나와 분리하여 사랑할 수 있다. 당신의 우울함?

너무나도 정당하다.


모르겠지요.
무엇이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것인지...
오늘도 우리는 우울하지요.

그렇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많아요.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어쩌면 약도 아니고, 놀이 치료도 아닌

따뜻한 친절함

항상 고플 그것.
바로 그것일 것 같습니다.

우리 그것쯤은 매일 줄 수 있잖아요?



*사진 출처- pikb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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