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을 자처하는 ADHD 아이

웃음 뒤에 숨은 아이의 진심

by 이사비나

교실에서 유난히 목소리가 크고, 엉뚱한 행동으로 친구들을 배려 없이 웃기거나, 때로는 선생님의 눈총을 받으면서도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는 아이들이 있다. 영어로는 '클래스 클라운(Class Clown, 교실의 광대)'라고 불리는 아이들이다.


부모님들은 이런 아이를 보며 "우리 애는 워낙 밝아서", "사교성이 좋아서"라고 생각하며 안심하거나, 혹은 "제발 좀 가만히 있지"라며 속상해하기도 한다. 나처럼(?)


하지만 그 아이가 ADHD라면, 그 웃음 뒤에는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생존을 위한 처절한 노력'이 숨어 있을지도 모르다는 사실을 부모인 우리는 알았으면 한다.


왜 아이는 스스로 '광대'가 되기를 자처할까?

ADHD를 가진 아이들은 충동을 조절하기 어렵고, 주변 상황을 세밀하게 읽는 데 서툴다. 또한, 약한 주의력 때문에 친구와의 깊고 긴밀한 관계를 맺기가 어렵고 충동성 때문에 쌓아온 우정을 실수로 날려버리기도 한다. 늘 친구 관계에서 겉도는 느낌이 들거나 쉽지 않다고 느끼는 이 아이들은 친구의 관심을 끌기 위해 자신만의 방식을 찾는다.

어떤 친구는 물질적인 것으로 친구의 환심을 사려 애쓰기도 하고, 일부러 괴롭히는 것으로 잘못된 방식을 택하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스스로 '광대'가 되길 자처하는 아이들도 있다. 우스꽝스러운 표정과 과잉된 말투, 소리, 행동으로 자신을 소진하면서 친구의 관심을 끄는 경우도 있다.


가벼운 웃음 뒤 숨겨진 마음

클래스 클라운형 ADHD 아이들에게 친구들의 웃음소리는 강력한 보상(도파민)이기도 하다. 평소 주의력이 부족해 성취감을 느끼기 어려운 아이들에게, '나로 인해 사람들이 즐거워한다'는 피드백은 자신이 쓸모 있는 존재라는 유일한 확인 절차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웃음은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다. 수업 흐름을 끊거나 선을 넘는 장난으로 이어지기 쉽고, 결국은 다시 지적의 굴레로 돌아오게 된다. 아이는 집에 돌아오는 길에 공허함을 느끼기도 한다. '나는 왜 적당히가 안 될까?', '애들이 나를 정말 좋아하는 걸까, 아니면 그냥 비웃는 걸까?' 하는 불안감이 찾아오기도 한다. 사실 부모로서의 불안감이기도 하다.


우리 아이가 교실의 광대를 자처하고 있다면, 부모님은 그 웃음소리 너머의 불안을 읽어주었으면 한다.


먼저 아이의 불안을 안아주자: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건 정말 멋진 능력이야. 그런데 혹시 사람들이 너를 오해할까 걱정되진 않아?" 혹시 아이도 자신을 우스꽝스럽게 만드는 것에 대해 속으로는 불안하진 않은지 대화를 나눠주자.


'적절한 타이밍'의 가치: 웃기는 것 자체가 나쁜 게 아니라, 장소와 시간에 따라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음을 구체적으로 알려줄 것. "친구들이랑 우스꽝스러운 소리나 말, 행동으로 웃기는 것이 재밌는 건 알지만 친구가 누구인지 그리고 어떤 상황인지를 자주 살펴야 해. 늘 재밌는 것이 아닐 수도 있어."


꼭 웃기지 않아도 챙길 수 있는 자존감 기회 넓히기: 웃음이 아니더라도 아이가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작은 성취, 집안일 돕기, 아이만의 재능 등을 발견해 "웃기지 않아도 너는 충분히 매력적이고 가치 있는 존재"라는 확신을 심어주자.


광대의 가면을 벗어도 괜찮아

ADHD 아이들이 '클래스 클라운'이 되는 것은 세상으로부터 미움받지 않기 위한, 그들만의 애처롭고도 치열한 사랑받기 위한 방식이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세모 역시 Joke Book 유머를 가득 담은 책을 들고 다니면서 친구들과 나만의 방식대로 소통하려고 애써왔다.


아이가 집에 돌아와 현관문을 열 때, 더 이상 웃기기 위해 애쓰지 않아도 되는 편안한 안식처를 선물해주고 싶다.

"다른 사람을 위해 너 자신을 우습게 만드는 데 너무 애쓰지 않아도 돼. 엄마는 세모 너의 존재 자체로 충분히 함께 있으면 즐겁고 행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