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아이의 사회성, 친구에게 다가가기에 대하여

너무 가까이 가다가는 아이와 아예 다가가지 못하는 아이

by 이사비나

ADHD 아이의 특징은 사람을 좋아하는데 어떻게 잘 대해야 하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세모를 키우면서 늘 칭찬처럼 들었던 말이 있다.

"어머 아이가 너무 씩씩하고 자신감이 넘치네요."

모르는 사람에게도 질문을 잘하고, 놀이터에서도 처음 보는 친구들에게 다가가 아주 십년지기 친구처럼 신나게 놀 줄 아는 아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아이의 사회성이 부족하다고 느끼게 되는 순간도 바로 이런 순간이다. 너무 적극적으로 다가가 상대방이 부담스럽게 느낄 때 말이다.


사교성 Vs. 사회성


ADHD 아이를 키우면서 사교성과 사회성의 다른 점을 알게 됐다. 사람을 좋아하고 친근하게 표현하며 다가갈 줄 아는 능력이 사교성이라면 사회성은 때와 장소, 그리고 그 대상에 따라 적절하게 사회적 기술을 사용할 줄 아는 능력을 말한다.


세모는 누구에게나 친근하게 다가가는 사교성은 좋으나, 분위기와 상관없이 놀이 대상과 상관없이 다가가거나 트러블을 만들 때도 있다. 사회성은 부족한 것이다.


놀이터에 나가면 나이차가 5살 이상 차이 나는 형, 누나들의 무리에 들어가 자신도 껴달라고 한다든지 이미 놀이가 시작된 무리에 가서 먼저 묻지 않고 마음대로 같이 노는 등 소위 '눈치 없는 행동'을 자꾸 하고 있는 아이였다.


ADHD 아이라면 이런 모습이 너무 자연스럽다는 것을 알아야 하기에 이 아이에게 정말 기본부터 어떻게 알려주어야 할까 고민이 많았다.


"세모야, 저기에 노는 아이들이 있는데 상황을 잘 봐봐. 저긴 이미 놀이가 많이 진행된 것 같은데 저기 혼자 놀고 있는 친구한테 같이 놀자고 해볼까?"

"저긴 가족끼리 배드민턴 치고 있으니 우리가 끼지 않는 게 좋아."


아이와 놀이터에서 늘 "누구에게 다가가 놀이를 요청할지" 퀴즈를 내주었다. 세모는 점점 규칙처럼 이해해 주었다.


그런데 사실 이런 적극성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어느 날, 세모가 놀이터에서 혼자 놀던 친구에게 다가가 "같이 놀래?" 물어보았다. 그 둘은 그렇게 하루를 즐겁게 보냈다. 가끔 소극적으로 조용히 있는 친구들은 다른 친구들이 먼저 다가와주길 바라기도 하는데, ADHD 아이의 적극성은 이럴 때 큰 장점이 되었다.


만약 아이가 너무 적극적이거나 주변을 살피지 못하고 아무에게나 다가가는 아이라면 장점은 장점으로 보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언제나 사람의 성격은 동전의 양면처럼 단점이라 생각했던 것이 장점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



친구에게 말을 건다는 건,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ADHD 아이는 어릴 때부터 사회성이 또래보다 조금은 느린 편이라 친구들에게 다가갈 줄 모르거나 또는 다가갔는데 거절당했던 경험이 많을 수 있다. 이 경우, 관계 속에서 누적된 실패감이 아이들을 더 주저하게 만들 수 있다.

'내가 말을 걸어서 친구가 또 싫어하면 어쩌지?'


친구에게 말을 거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언제 말을 걸어야 할지, 지금 이 타이밍이 맞는지, 혹시 귀찮아하지는 않을지 아이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생각이 스친다. 그래서 우리는 먼저 ‘지금이 괜찮은 순간인지’ 살펴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혼자 앉아 있거나, 쉬는 시간에 멍하니 있을 때, 눈이 마주치며 가볍게 웃어줄 때 그런 순간들은 “지금 말해도 괜찮아”라는 신호다. 반대로 친구가 무언가에 깊이 집중하고 있거나, 다른 친구와 진지한 대화를 하고 있거나, 기분이 안 좋아 보일 때는 잠시 기다려주는 것도 배려다. 말을 걸지 않는 선택 역시, 상대를 존중하는 말이다.


말을 꺼낼 땐 거창할 필요가 없다.

“오늘 체육 힘들었지?”
“이 반찬 맛있지 않아?”
“같이 놀래?”
학교, 급식, 놀이, 관심사처럼 지금 이 순간을 함께 느끼는 말이면 충분하다. 질문 하나, 칭찬 하나가 대화의 문을 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내서 말을 걸었는데 돌아오는 대답이 차가울 수도 있다. 그럴 때 아이가 꼭 알아야 할 말이 있다. 거절은 ‘너 때문’이 아닐 수 있다는 것. 지금은 혼자 있고 싶은 순간일 수도 있고, 이미 다른 약속이 있었을 수도 있다. 모든 거절이 나를 향한 평가나 비난은 아니다.

“지금은 아니래. 다음에 다시 말 걸어볼 수 있겠지.”
“괜찮아, 나도 혼자 있고 싶을 때 있잖아.”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면, 아이의 마음은 조금 덜 다치고 오히려 단단해진다.


친구에게 말을 거는 연습은 결과와 상관없이, 용기를 낸 그 순간만으로도 아이는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다. 아이의 성격을 180도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언제나 부모가 한 발 앞서 아이의 변화를 이끌어보지만 아이는 늘 하던 대로 쉽게 다가가기도 하고, 반면 한 걸음조차 내딛지 못하기도 한다.


우리가 할 일은 '최선'을 다해 가르쳐주되 그 변화와 결과보다 아이와 내가 노력한 과정을 더 가치 있게 바라보는 일이다.


누구에게나 쉽게 다가가는 아이는 그렇게 세상의 모든 인연을 도전적으로 만들어갈 것이다. 다가가기조차 어려워하는 아이는 그만큼 '나'와의 관계를 잘 맺어갈 시간을 더 많이 갖게 될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고쳐야 한다고 믿었던 것들은
누군가에겐 세상과 연결되는
자신만의 특별한 방식일지도 모른다.
이 사실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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