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작용은 우리 모두의 몫
“선생님, ADHD 약을 복용하면 부작용이 뭔가요?”
“식욕 부진이 가장 뚜렷하고 각성제라서 잠을 잘 못 잘 수 있습니다.”
잠을 못 자면, 성장호르몬 나오는 시간에 깊은 수면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키가 덜 자라겠구나 생각했다. 가뜩이나 키가 참 작은 아이였다. 매년 영유아 검진에서 3~5%의 키였다. 상위가 아니라 하위 5프로였다.
약을 복용하고 나니 세모는 잠을 항상 11시에 자기 시작했다. 약을 복용하기 전에는 오후 9시면 잠에 스르륵 들던 아이였다.
그런데 키가 안 클까 봐 걱정되었던 게 무색하게도... 잠을 자고 싶어도 파도처럼 밀려오는 생각들에 어쩌질 못 하고 뒹굴뒹굴 거리는 아이를 바라보는 게 가장 힘들다.
“엄마 생각이 너무 많아서 잠을 자기가 힘들어.”
생각에 파묻혀 쉬이 잠들지 못하던 밤들은 누구보다 내가 제일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8살 아이가, 이젠 9살이 된 이 아이가 활동을 많이 한 날에도 편히 잠들진 못 한다.
키가 문제가 아니다.
그까짓 성장 호르몬이 문제가 아니다.
9살 인생에 찾아온 이 불면증은 언제쯤 나아질는지
막막함에 가슴이 답답할 때가 많다.
신생아를 재우듯 백색소음을 틀어줘 보고, 쭉쭉이도 해줘 보고, 따뜻한 탕 목욕도 시켜줘 본다.
“애쓰지 마 세모야. 잠은 언젠가 와. 애써 잠들려 하지 마. 재밌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잠이 올 거야. 오늘은 전천당 들을까?”
그렇게 오디오북을 듣다 이야기 속에 파묻혀 스르륵 잠들기 시작한 세모. 오후 11시가 넘어갔다.
부작용.
감당해야겠지?
우리가 낮에 약효 덕분에 편안히 보냈으니...
잠에 집착하지 말자, 우리.
깨어 있는 시간을 즐겁게 보내자,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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