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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브리나Sabrina Nov 17. 2024

인도 생활에 대한 넋두리

일 년의 삼 분의 일 정도를 인도 방갈로르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일 년의 삼분의 일 정도를 인도에서 지내고 있다. 내가 머물고 있는 방갈로르(혹은 벵갈루루)는 인도에서 델리, 뭄바이에 이어 세 번째로 큰 도시이다. 이곳에서의 생활은 "크게" 불편하지는 않다. 인도의 다양한 지역과 소도시를 몇 군데 돌아본 경험으로 비추어 봤을 때 방갈로르는 정말 좋은 편에 속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으로 태어나 그리고 캐나다가 주 거주지인 나로서는 여전히 적응하기 힘든 점들이 몇몇 있다. 


1. 더럽다, 정말로. 

 나는 한국 사람 중에서도 굉장히 한 깔끔 떠는 스타일인데, 처음 인도에 왔을때는 정말 모든 것이 충격 그 자체였다. 이곳은 기본적으로 각종 흙먼지가 매일매일 엄청 날린다. 매일매일 메이드를 시켜 바닥을 쓸고 물걸레질을 하는 것을 하루도 거르지 않는 걸 보면 그 이유인 듯 하다. 게다가 열대 기후의 영향 탓인지 벌레들이 엄청 꼬인다. 특히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들 중 하나인 초파리들이 말이다. 이놈들은 대체 어디서 음식의 습기와 냄새를 맡고 날아오는 건지 심지어 레몬 한 조각을 잠깐 부엌에 놓아도 어디선가 날라든다. 그리고 크고 작은 개미와 파리, 모기들은 뭐 익숙할 뿐더러 차마 이름을 언급하기도 싫은 그 벌레(무엇을 말하는지 다들 알 것이다)도 가끔 출몰한다. 마치 세균을 배양하는 거대한 페트리 디쉬(Petri Dish) 위에서 살아가는 기분이다.


2. 신선식품을 구하기가 힘들다.

 이 역시 열대 기후와 토양 탓이리라. 이곳에서는 신선식품, 특히 깨끗하고 질 좋은 과일과 채소를 구하는 것이 정말 힘들다. 물론 내가 지내고 있는 방갈로르는 인도에서 그래도 세 번째로 큰 도시라서 그런지 이러한 것들을 구하는 것이 아주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그 신선함, 아삭한 느낌이 굉장히 덜하다. 살짝 과장해서 한국이나 캐나다에서 먹던 것의 절반 정도의 느낌밖에 안 난다. 게다가 나는 예전에 이곳에서 샐러드를 먹고 피부 알러지를 경험한 적이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솔직히 말해 재배 및 유통 과정이 썩 신뢰가 가지 않는다. 질 좋은 고기를 먹기 힘들다는 것은 뭐, 말해봐야 입 아프다. 아, 그리고 이곳에서 나는 해산물도 먹지 않는다. 역시 알러지를 유발하기 때문에. 사실 인도에서 나는 해산물 자체가 그닥 깨끗하지 않아서 추천하지 않는다. 인도에서 먹거리 조심하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참고로, 절대 길바닥에서 먹는 음식은 추천하지 않는다. 나는 음식을 주문할 때도 항상 어느 정도 검증이 된 맛집이나, 이름있는 곳에서만 주문하는 편이다. 이 나라에서는 무엇이든지 돈을 쓴 만큼 그 퀄리티가 보장이 된다. 


3. 시끄럽다, 생각하는 것 그 이상으로.

 소음에 예민한 사람이라면 인도는 절대로 추천하고 싶지 않다. 시끄러운 경적 소리, 차들이 왔다 갔다 하는 소리와 배기음. 아침이면 닭, 그리고 늦은 밤이면 개떼들의 울어제끼는 소리. 그 외에도 집 근처에 힌두교 사원이 있다면 매우 높은 확률로, 주기적인 파티 소음이 들린다. 그리고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이라면 높은 확률로 그 곳은 언제나 시끄럽다. 


4. 냄새 역시 힘들다.

 인도의 쓰레기 처리 문제는 아마도 굉장히 골치아픈 문제일 것이다. 가끔 바깥을 나가 돌아다니다 보면 길거리에 버젓이, 산처럼 쌓여있는 쓰레기 더미와 종종 마주하게 된다. 미관상 보기 좋지 않을 뿐더러 쓰레기 더미에서 나는 냄새는 상상을 초월한다. 지방 정부에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 않냐고 물어보았지만, 돌아오는 답은 치워도 치워도 사람들이 규칙을 무시하고 아무데나 쓰레기를 버리니 끝나지 않는 악순환이라는 것. 그리고 내가 지내고 있는 아파트 근처에는 불법으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지어놓은, 마치 움막과 같은 임시 거주지가 있는데 주기적으로 그들은 쓰레기를 태운다. 특히나 플라스틱과 같은 폐기물들을 태우는 날이면 유독성이 강한 냄새가 한참 동안 주변에서 머무는 지라 도저히 창문을 열어둘 수가 없다. 매캐한 연기와 냄새가 두통을 유발하기 때문에. 아... 그리고 갑자기 생각난 건데, 이곳 사람들의 Body Odor, 즉 몸에서 나는 냄새는 정말 적응 할래야 적응할 수 가 없다. 개인 위생에 대한 개념이 그닥 철저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고, 이를 지킬 수가 없는 환경에서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그렇지만 이해하고 받아들이기가 힘든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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