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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합격

장애인 행정 도우미

by 스토리

4년 차 나이에 버거운 전일제 구청 계약직이다.

지금보다 좀 젊었던 시절에는 선발되지 않았었다.

그런데 다 늙어 버린 딱 온전한 노인에 접어들자 내리 사 년을 러브콜이라니 이런 운빨도 없지만 마냥 좋지는 않다.

힘에 부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남들이 모두 부러워하고 돈도 좋지만 시니어에게는 오버 타임 맞다.

대체로 서너 시간의 일을 주지 않는가 말이다.

다행스럽게도 나이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첫 해만 면접을 아주 잘 봤는지 정상 합격으로 중증 장애인 주간보호 센터로 배치되었었다.

면접장을 나오면서 합격의 예감이 들었다.

면접관에게 젊은이들이 기피하는 가장 열악한 곳으로 보내달라고 사정했더니 면접관 눈이 반짝했기 때문이다.

그다음 세 번은 모두 불합격 문자를 받았는데 결원으로 대기자로 불러 준 것이다.

시설 원장의 갑질로 마음고생은 했었다.

이듬해 내 생애 마지막 실업급여를 받고 있노라니 구청 담당에게서 청소년 쉼터로 갈 수 있느냐고 했다.

연말에도 러브콜이 왔었지만 교통편과 9시 퇴근이 꺼려져 포기했는데 다시 연락이 온 건 하늘의 계시라고 여겨졌고 나 아니면 갈 사람이 없다고 판단되어 가기로 한 것이다.

막상 가서 보니 일도 없고 경관이 특급호텔 수준이라 좋았다.

나이 어린 담당 선생님도 좋았었다.

느지막한 출근은 시골버스 대절 수준으로 한가로웠다.

환승지 화원에서 꽃을 사다 날라 꽃집인지 사무실인지 싶기도 했었다.

식사는 테라스에서 바다를 아주 보며 먹곤 했다.

지금 생각해도 편하고 행복했던 일터였다.

가끔 그 시절이 그립기도 하다.

저 수박페페 도 그때 데려간 식물이다.

그러고 보니 삼 년 차 되는데 삽목으로 세 개로 늘어나 있다.

역시 식물에는 진심이다.

아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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