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둠 화분
출근 한 달을 훌쩍 넘었고 첫 달 월급도 들어오고 안정적인 모드로 가고 있다.
첫날은 지옥이더니 이제는 출근하여 내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 편안하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 맞다.
보따리 싸서 언제든 집으로 갈 듯이 휑하던 책상에 이것저것 짐들이 늘어난다.
11개월을 더 다녀야 하니 나의 페이스를 찾아가고 있다.
오늘은 집에 있는 꽃과 초록이 몇 개를 가지 쳐서 모둠으로 심어 보았다.
메인 수박페페 화기가 너무 넓어 그 빈 공간을 기린선인장 화이트와 레드 두 쌍, 형광스킨답시스 두 가지를 삽목 했다.
작은 화분이지만 그야말로 모둠이다.
베란다에 흐드러지게 늘어진 장미 허브와 카랑코에 도 가위로 잘라 온 것이다.
이것 하나로도 여유와 힐링이 된다.
이 식물들은 모두 잘 자라고 키우기 쉬우며 삽목 번식도 잘 되고 꽃도 사철 피고 오래간다.
마침내 나의 색깔을 드러내기 시작한 셈이다.
오늘 식재했으니 날이 갈수록 푸르러질 것이다.
점심은 팀장님과 매생이 굴국밥과 굴전으로 여사님들과 함께 하고 카페에서 키위주스도 마시고 왔더니 오후가 한결 순조로웠다.
역시 작년과는 많이 다르다.
구마다 다른 양상을 보이는 것이다.
공무원과는 전혀 거리가 먼 스타일의 팀장은 역시나 나와 동항이 맞았다.
왠지 그럴 것 같았었다.
외모나 패션이 감독이나 예술인을 닮았다.
꼬이지 않고 소 쿨하니 얘기가 잘 통해 보인다.
역시나 함께 밥을 먹어야 친해진다.
그전보다 가까워진 식구가 된 기분이다.
나는 그들에게 적어도 민폐는 끼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진정성 있는 태도로 나의 임무를 수행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