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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이라 좋다

양질의 일자리

by 스토리

사파이어



주변인들이 자주 묻곤 한다.

그 나이에 능력 있다고도 하며 부러운 표정으로 어떻게 하면 되느냐고 자기들도 좀 부탁한다는 반응들이다.

하지만 그걸 설명하기엔 나의 핸디캡을 노출해야 하고 설명이 길어져 특수직이라고 단언해 버리고 만다.

장애인 복지 카드 소유자라고 하면 또 멀쩡한데 어디가 그러냐고 질문하기 때문이다.

이젠 아니 십 년도 넘었겠다.

장애인이 부끄럽지가 않고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예전엔 장애가 몹시도 부끄럽고 창피했고 나의 아킬레스건이자 트라우마였었다.

나이 들어 그 산을 넘어버리자 그건 아무 것도 아닌 것이었다.

그 후로는 먼저 나의 장애를 알려 준다.

그것이 가장 좋은 대처법이다.

장애는 조금 불편한 것뿐인데 수십 년을 전전긍긍했었다.

누가 알아차리고 수군댈까 봐 노심초사였다.

그때는 그랬고 지금은 서로 복지카드 만들려고 한다.

그동안 인식 개선이 많이 되었고 세상 자체가 바뀐 것이다

칠순이 코앞인 내게 공무원이 하는 일을 시켜 주니,

솔직히 내 나이에 이런 양질의 일자리는 조선 천지에 없는 게 맞다.

그러니 또 감사하고 고마운 일이다.

그 관청운이 사 년 차 지속되니 이 머선 일이고 싶다.

늘그막에 나랏일은 하고 공무원과 나란히 내 이름 석자를 보노라면 뿌듯하다.

이제라도 적성에 맞는 일을 알았고 진짜 공무원이 되었더라면 참 좋았겠다 싶다.

먼 미래를 볼 줄 몰랐고 나의 적성과 성향을 파악해 적재적소에 심어 줄 부모도 나도 못 되는 위인들이었다.

그저 코앞의 먹고사는 게 고작이었으니까.

까마득한 삼십 년 전에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장애를 숨기는 시대였다.

그즈음에 보험료 할인해 준다는 문구를 보고 처음 복지카드를 발급한 것이다.

그것으로 인해 지금 나는 순조로운 경제활동을 하면서 잘 먹고 잘 살고 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틀째 감사일기를 쓰고 있잖아!

참고로 나는 우측 청력 장애인이다.

그러니 겉보기는 아주 멀쩡하다.

우측 사각지대 각도에서 잘 못 듣는다.

요즘은 이 정도로는 장애 판정을 해주지 않는다고도 한다.

어쨌든 그렇게 싫었던 장애가 지금 나를 먹여 살리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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