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나 나가시
나의 주말 루틴으로 목욕탕으로 간다.
이렇게 추운 날은 그게 더 상책이다.
거금이 들지만 난 늘 돈 주고 때를 민다.
피부에 안 좋은 걸 알지만 나의 최애 낙이다.
오늘 나가시 이모는 컨디션이 안 좋은지 허기가 져서인지 거친 손길이 거슬렸다.
이런 목욕 문화도 우리 세대가 마지막일 듯하다.
젊은 층은 보기 힘들고 우리 딸들도 가지 않는다.
구시대의 유물이 될 날도 머지않았다.
코로나 이후 폐업하는 곳이 가장 많은 곳이 목욕탕이라고도 했다.
다녀오면서 마트에서 바나나우유 네 개를 산다.
목욕탕 다녀오면 의례히 그걸 먹던데 난 다 늙어서 요즘 그 맛을 들이고 있다.
그 옛날에는 그것도 사 먹을 돈이 없었을 게 뻔하다.
오다가 하나를 마신다.
주말에는 굶어 보기로 했다.
집에 있으니 언제든 먹을 수 있기도 하고.
속을 비우면 편하고 좋다.
주중에는 점심시간을 지켜야 하니 반드시 먹어야 한다.
그럴 때면 먹을 때도 먹은 후에도 힘들다.
공복일 때가 가뿐하고 상쾌하다.
하지만 더 지속되면 신호가 온다.
배가 고픈 것보다는 눈이 침침하고 우울감이 스멀스멀 비집고 나와 짜증까지 간다.
그래서 차에 기름을 채우듯이 음식을 넣어줘야 한다.
나이 들어보니 섭식도 소화도 더디다.
그러니 소식으로 질 좋은 음식을 섭취해야 한다.
그런데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오히려 시골 할머니들 물에 말아 김치로 한 끼 때우는 식으로 변해 가고 있다.
미식가를 자처하는 나는 금쪽같은 한 끼에 목숨 거는 스타일이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혼자 잘 먹자고 요리하기를 포기한 상태다.
세일하는 햇반 잔뜩 배송시키고 데우기만 하면 되는 음식들이 전부다.
밀반찬은 동네 반찬가게에서 해결한다.
먹어봐도 내가 한 것보다 맛있고 세상 편하다.
그 대신 비용은 지불된다.
값이 비싸고 양이 적은 건 감수해야 한다.
하긴 많아도 처치곤란일 때가 많다.
일을 하고 있으니 수입은 들어오고 에너지가 없으니 그저 편리함을 적극 애용하는 것이다.
요리하지 않으면 장을 보지 않아도 되고 설거지나 음식쓰레기도 없다.
일거 오덕쯤 된다.
오늘은 일일 일식으로 배송 새우바스타와 생딸기주스로 하기로 한다.
그렇다면 단백질 새우와 오일소스 지방과 탄수화물 면과 딸기로 비타민을 섭취한다는 결론이다.
근데 먹자마자 피곤이 밀려와 눕방이 나의 루틴인 게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