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비백산
두 세트가 다르게 보이나요?
병가를 내고 병원 은행 세 곳씩을 방문하고 귀가하려다 지나가는 길이라 구도심의 머리 커트까지 하려고 중간에 내렸다.
마침 쿠폰 문자를 받은 화장품 가게가 있어 들렀다.
얼굴이 하도 땅겨 영양크림이나 하나 사려고 했는데 점원의 적극적인 화술에 그만 한 세트를 사들고 나오게 되었다.
권하는 장사 뭐 한다고 그녀를 믿고 나에게 선물한다고 생각하자 결정은 쉬워졌다.
덤으로 진정크림도 주고 샘플도 받았다.
그런데 문득 쿠*에 들어가 보니 무려 만오천 원이나 더 주고 산 것이 아닌가.
이거 정말 낚였다고 판단하자 귀찮지만 반품해야겠다는 생각이 미치자 짜증이 솟구쳤다.
내가 경솔하게 전혀 계획에 없던 걸 떠안고 와서 골머리를 썩이는 시추에이션이다.
받은 제품 모두와 영수증을 챙겨두고 다시 사이트에 들어가 찬찬히 낱개의 가격을 봐도 일이천 원이 저렴하다.
그 정도는 감수할 각오는 되어 있다.
헌데 화면을 조금 더 넘기자 둘은 다른 상품이었다.
영안과 소생이란 문구가 다르고 값은 내가 산 가격보다 천오백 원이 더했다.
그럼 그렇지 그 아가씨를 철석같이 믿었는데 그럴 리가 없어야지.
어쩜 꼭 같게 만들어 사람 헷갈리게 하는 건지 이것도 상술인가?
낚였다는 불쾌함이 만회되고 평화가 도래했다.
쇼핑도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돈이 나간다.
그러자니 비교하다 보면 결정 장애로 결국은 사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오프라인에서 직접 보고 반액 세일 할 때가 적기인걸 알고 오늘 갔던 것이다.
내가 나를 전적으로 신뢰하지 못한 해프닝이다.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리는 전형적인 노화 현상이다.
만오천 원에 오늘 저녁 난 널뛰기를 하다가 제자리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