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으로서의 독서가 - 독서가 직업

제 2부 제 4장 독서가가 직업

by 사브리나 Sabrina

제 2 부


제4장 독서가가 직업


이제 본격적으로 직업으로 독서가가 어떤 삶을 사는지 나눠보려고 합니다. 물론 직업란에 독서가는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독서가이기에 지금 아이들도 만나고 어른들도 만나고 더불어 돈도 벌고 있습니다. 직업란에는 보통 프리랜서 혹은 교육서비스업으로 표현을 합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는 독서가입니다. 제가 먼저 숙련된 독서가, 전문 독서가가 되었기에 지금 이일들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책은 읽으면 읽을 수록 재밌고 좋았습니다. 하지만 무조건 많은 책을 읽는 것이 무의미함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의미있는 좋은 책을 선별해서 읽는 것이 얼마나 필요한지 알게되었습니다. 그리고 독서라는 것이 글자를 읽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과 행간의 비어있는 곳을 채워가며 읽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숙련된 독서가가 되면서 이런 독서의 진미를 알려야했습니다. 알리는 방법으로는 교육이라는 것이 함께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독서가가 직업인 저는 독서교육가이기도 합니다.


독서교육 커리큘럼을 만들었습니다.

앞장에서 언급한 그 과정들을 통해 ‘인문고전’ 책들이 커리큘럼의 바탕이 됩니다. 이러한 커리큘럼은 초등 1학년부터 대학생까지, 아니 성인대상까지 모두에게 적용할 수 있어서 책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커리큘럼에 맞춰서 1:1 수업이나 대안학교 리터러시 수업 등을 하는 학교 밖 선생님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의 가정에 직접 방문해서 아이들이 있는 환경에서 책을 같이 읽습니다. 주로 제가 가져가는 책을 읽기도 하고 아이들 집에 있는 책들을 활용해서 함께 읽기도 합니다. 독서 자체를 가르치기 보다 독서하는 예시를 보여준다고 할까요? 홀수 쪽 짝수 쪽 번갈아가며 소리내어 읽습니다. 소리내어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늬앙스와 끊어읽기를 배우게 됩니다. 줄도 치고 동그라미도 하고 평소 제가 독서하는 방법대로 책을 읽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질문도 함께 합니다. 평소 같으면 메모하고 생각할 부분을 소리내서 같이 이야기하며 자연스럽게 토론이 되는거죠. 독서교육 전문가로 아이들과 책을 읽는 것은 독서가의 모습 그대로 보여주는 것으로 아이들이 독서가가 되도록 이끌어주는 것이죠. 대단한 기술을 학습시키는 교육이 아니라 도제처럼 제자를 키우는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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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독서토론논술 특강

제자라고하면 뭔가 거창하기도 한것 같지만 나와 같은 또다른 숙련된 독서가를 양성한다는 차원에서 제자라는 표현이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독서가 직업이 된 근본적인 이유를 따져보면 바로 이 지점인것 같습니다. 나와 같은 숙련된 독서가를 만드는 것. 그러기 위해서 교육방법을 고민하고, 커리큘럼을 연구하고, 관련 분야에 대해 배우고 학습하면서 독서가를 만드는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독서전문 교육가가 된 것입니다. 교육에 대한 돈이 지불되고 그것으로 삶을 꾸려나가는 사람이 된 것입니다. 독서가이면서 독서를 가르치는 사람이 바로 저입니다. 독서로 돈을 버는 방법이 생각과 다르셨을 것 같습니다. 물론 독서교육이 저의 수입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만 독서가로서 만들어지는 결과물들을 통해서도 돈을 벌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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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학교 수업 모습
부모교육 강의

15년을 직업으로서의 독서가로 살아오다 보니 그동안 책과 관련된 자료들이 풍성하게 있습니다. 책마다 읽어내면서 메모하고 질문하고 했던 것들을 공유사이트에 올렸더니 적은 돈이지만 판매가 되어서 수익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또 독서교육과 관련해서 학부모님 상대로 강의를 하게 됩니다. 어떤 독서가 보다 가정에서 부모님들이 독서가가 된다면 그 보다 더 좋은 독서가 양성 프로그램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부모님들을 만나는 자리는 늘 환영하며 지방 먼 곳이어도 참석하며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동안 어린이들이 주 대상이었다면 이제 전세대를 다 만나고 있습니다. 7세부터 성인, 노인에 이르기까지 책 읽기와 글쓰기, 표현하기 등으로 또다른 독서가들을 양성하는데 노력하고 있습니다. 어느때보다 문해력이 이슈가 되고 있는 요즘이라서 직업으로서의 독서가는 더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독서가가 직업이면 어떤 좋은 점이 있을까요? 우선 좋아하는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습니다. 일주일에 1권은 기본으로 읽습니다. 여기서 한 권은 온독하는 한권이고 보통 3-4권 같이 읽습니다. 동시에 읽는거죠. 책을 여러권 같이 읽어도 되냐? 물으시는 경우들 있는데 그때마다 드리는 말씀은 드라마입니다. 월화드라마, 일일드라마, 주말드라마 등등 다 동시에 보지 않냐고. 그래도 다 기억하고 재밌게 보시지 않냐고. 그러면 더 이상 묻지는 않으십니다. 물론 요즘은 몰아보기, 정주행이 있어 집중해서 보기도 합니다만 같은 맥락에서 책도 동시에 읽기가 가능합니다. 15년쯤 되니까 아이들 독서로드맵에 있는 책들은 거의 다 읽게 되었고 요즘 새로 나오는 좋은 책이 있으면 계속 읽어나갑니다. 또 학교에서 읽어야 하는 책들을 같이 읽자고 할 때는 새롭게 읽기도 합니다. 수업과 관련없이 정말 읽고 싶은 책들도 일단 구입해서 눈에 띄는 곳에 둡니다. 집에 있는 책장 중에 하나는 네 칸 책장인데 여기 꽂혀 있는 책들은 앞으로 읽고 싶은 책들만 꽂아 두었습니다. 갑자기 시간이 나거나 수업관련 읽을 책이 특별히 없을 때 꺼내 읽기 시작할 수 있도록 구별해서 꽂아 두는거죠. 이렇게 책을 읽다보니 보통은 어린이 고전 문학책, 역사관련 책, 시사 관련책, 교육 관련책. 이런 종류들을 거의 보게되는 것 같습니다. 그 외 신앙서적이나 일반소설들도 읽습니다. 독서가가 직업이면서 가장 읽지 않는 책 종류는 자기계발서. 그 이유를 물으신다면 제가 기본적으로 다루고 읽는 인문고전책들이 자기계발의 바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인문 고전책들을 읽고 자기만의 통찰과 성찰을 통해 자기 삶을 변화시켜 나가는 사람들이 독서가라 생각합니다. 이들이 각자가 자기계발서를 써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 또한 굳이 자기계발서를 찾아 읽기보다 계속해서 인문 고전책들 안에 통찰과 성찰을 맞보려고 합니다.

9788937432361.jpg 늘 읽고 싶지만 못 읽고 있는 책


한편 독서가가 직업이면 어떤 점이 안좋을까요? 우선 제가 읽고 싶은 책을 뒤로 미뤄둬야 할 때가 있습니다. 책을 읽는다면 어떤 책이든 환영이지만 가끔은 수업과 관련없는 개인적인 책 읽기를 하고 싶기도 합니다. 아주 가벼운 웹툰 책부터 신앙서적 그리고 연애소설까지말입니다. 하지만 보통은 고전, 인문, 역사 관련 책들을 많이 읽습니다. 이미 읽은 책이 300여권이 넘어도 아직 읽지 못한 책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언제든 우선순위에 놓여지는 책들이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가끔은 그냥 소비하는 독서도 하고 싶어질 때가 있습니다. 얼마전에 드라마로도 방영된 [유미의 세포] 웹툰이 너무 보고 싶어서 책으로 전권 구매를 했습니다. 하지만 2년이 다 되어가도 아직 13권 중에 4권까지 밖에 못 읽은게 현실입니다. 어딘가 아무일도 안하고 1주일만 짱 박혀 읽고 싶은 책 다 읽고 나오면 좋겠다고 자주 이야기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의 이야기입니다.


경제적인 면에서 독서가가 직업이 되면서 프리랜서로 일하게 됩니다. 좀 더 정확히는 독서교육전문가로 일하게 되고 그러면서 저의 수업은 늘 경쟁해야했습니다. 영어학원과 수학학원과 말이죠. 요즘은 그래도 문해력이 이슈가 되면서 독서 수업에 대한 인식도 높아지고 필요도 많아져서 이전 보다는 수요가 많아지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주요과목이나 시험이라도 있을 때는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됩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리터러시가 모든 과목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도구적인 과목임에도 불구하고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밖에 없는 거죠.


또 독서라는 것이 뭔가 눈에 띄게 보이는 결과물이 있지 않아서 지속적이기보다 단기간에 해결보려고 하는 경우들도 많이 있습니다. 시간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제가 주로 초등학생들을 많이 만나는데 2,3학년때 시작해서 6학년, 고등학교 1학년이 된 아이들을 보면 그것이 증명됩니다. 그럼 여기서 잠깐 저와함께 책을 읽어오는 아이들의 성장을 이야기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영수(가명)는 2학년 겨울방학때 만났습니다. 고전책들은 경험이 없었고 비문학 작품에 대한 이해도 떨어지는 아이였습니다. 2학년이니까 충분히 그럴 수 있지요. 3학년 올라갈 즈음이었으니까 비문학 독해를 함께 하면서 커리큘럼에 맞춰 고전책들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원전 책에 가까운 책들로 피노키오, 호두까기 인형 등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보통 저랑 글을 읽고 토론하고 나면 독후감을 쓰지 않습니다. 토론하고 이야기 나눈 것 중에서 특별히 의미있게 이야기 했던 것을 논제로 해서 글을 씁니다. 논제라고 하는 이유는 단순히 글쓰기 주제가 아니라 자기 생각의 글을 쓰는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


처음에 영수가 써내는 글들은 대부분 감정에 치우친 표현들과 생각들이 많았습니다. 아직 논리가 생기지 않았기도 했고, 내 생각을 쓰는 생각글쓰기 즉 주장하는 글쓰기의 경험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첫 단계에서는 감정과 관련된 단어들 - 슬프다, 너무, 정말, 기쁘다, 좋다. 등 아이가 자주 쓰는 단어들을 의지적으로 빼는 것을 연습시켰습니다. 그래서 글을 좀 더 담백하게 쓰도록 연습시켰습니다.

영어유치원을 다녔던지라 한글 어휘가 많이 부족했습니다. 한자어 학습이 필요해서 그 부분과 함께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사전에서 찾아 노트에 뜻을 찾아 쓰고, 예문을 쓰게 했습니다. 이렇게 한 이유는 어휘를 알아가도록 한 점도 있지만 사전에서 설명하는 문장들은 감정을 뺀 설명하는 문장들이기도 했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문장 연습도 되기 때문입니다.


3학년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고전 책들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재밌게 읽었다고 했던 [천로역정] 그 후에도 [해저2만리]가 최애 책이 되었다.

로빈슨 크루소나 허클베리 핀의 모험등도 읽어나가고 4학년 겨울부터 한국사를 가르치면서 한국 고전들 - 홍길동전, 숙향전, 금오신화 등을 읽어 나갔습니다. 그리고 5학년이 되어서는 세계사도 배우면서 올리버트위스트, 레미제라블 등 시대별 이어 읽어냈습니다. 6학년이 된 지금은 사회과학책들 - 이기적 유전자, 발견하는 즐거움 등을 읽으면서 철학사 관련 책을 읽고 있습니다. 토론할 때마다 깜짝 깜짝 놀라게 됩니다. 어느새 아이가 이렇게 성장했구나. 이런 생각을 하다니. 가끔 생각지 못한 이야기를 할 때나 저보다 더 잘 이해하고 연결해서 이야기할 때면 독서가로서의 직업에 보람을 느낍니다.


처음부터 이런 책들을 계획하고 읽었다면 아마 이만큼 읽어내지 못했을 것입니다. 아이가 초반에 독서에 대한 습관들, 글쓰기 습관들을 고쳐나가는 데 시간이 필요했지만 그런 부분이 정돈되고 질서가 잡히니까 그 뒤로 수월하게 읽어내고 역사와 철학이 만나지니까 이제 어떤 책이든 역사적, 철학적 사고로 읽어내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글도 이전보다 더 담백하게 근거있게 쓰게 되었습니다.


유민이는 2학년때 만났는데 표현이 자유로운 아이였습니다. 마인드맵 하는 것을 좋아하고 잘 표현했습니다. 그림도 개성있게 그리고 표현도 잘 해냈습니다. 중간에 아버지 회사 이동으로 인해 싱가폴에 가게 되었는데 그곳에서도 고전책 전집 가지고 가서 읽고 저랑 한 달에 한 번 정도 스카이프 화상전화로 토론 수업을 이어갔습니다. 그때는 줌 수업이 없을 때였는데 어머니도 아이도 열심을 내주셔서 저에게는 첫 화상 수업으로 기억됩니다.


이 친구는 일반 중학교에 진학했다가 국제학교로 진학하게 되었는데 입학 시험을 보고 어머니께서 급하게 메시지를 보내주셨어요. 아이가 렉사일 지수가 대학생 수준으로 나왔다고. 렉사일(Lexile) 지수는 지난 1984년도에 미국에서 설립된 저명한 교육연구기관인 메타메트릭스(MetaMetrics®)의 철저한 과학적인 연구를 기초로 개발된 영어 읽기 능력 지수입니다. 그동안 책 읽고 토론하고 했던 것들이 이렇게 결실을 본다고 무척 좋아하셨습니다. 이제 수민이는 저한테 학생이기보다는 독서 메이트에 가깝습니다. [죄와 벌], [등대로], [삶의 한 가운데],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투명인간], [모히칸족의 최후] 등 성인의 수준을 뛰어넘는 책 읽기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동안 읽은 책들이 쌓이니 그 책들과 연결지어 이야기도 나눌 수 있고, 또 어느 작가의 책을 더 읽어보고 싶다 해서 다음 책으로 연결되기도 합니다. 고전책을 읽어나가는 것이 아이의 삶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우리 유민이를 보면 답이되기도 합니다. 가끔 이일을 하는 방향에 대해서 고민될 때가 있습니다. 엄마들이 아이들이 좋아하는 커리큘럼으로 하는게 더 좋은 건가 하다가도 유민이를 생각하면 제가 하고 있는 독서교육에 한번 더 확신을 가지게 됩니다. 책으로 크는 아이가 바로 유민이 같은 아이지. 아이가 더 많은 생각을 하고 자기것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독서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유민이가 있지. 하고 말입니다.


최근에는 도서관에서 하는 자원봉사로 아이들에게 그림책 읽어주는 봉사를 해서 인터뷰도 하고 기관지에 이야기가 소개되었습니다. 봉사하는 영상을 보다가 마음이 먹먹해졌습니다. 유민이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장면이었는데 제가 유민이한테 읽어주던게 생각이나서 기분이 참 이상했답니다. 지금도 유민이는 저의 좋은 독서메이트로 함께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다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숙련된 독서가로 자라고 있는 아이들을 보는 것은 저에게 큰 기쁨이자 일에 보람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봉사나 취미였다면 이렇게 성과 - 아이들의 성장이 저에게는 성과이니-를 보지 못했을 것입니다. 직업으로 아이들을 꾸준히 책으로 만나고 독서로 이어지고 교제할 수 있어 저에게도 참 좋은 직업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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