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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브리나 Sabrina May 15. 2023

도망가자

바다가 좋은 걸까 운전이 좋은 걸까


   태어난건 대구이다. 자란건 부산이다. 중학교 졸업쯤부터 해운대에 살았다. 그래서 바다를 좋아하고 바다에 대한 추억이 많이 있다. 

   서울에 올라와서 살기 전에는 한강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드라마에 나오는 한강은 운치 있고 데이트하기 좋은 곳으로 보였으니까. 하지만 막상 내가 만난 한강은 물비린내 나는 곳이었다. 첫인상이 그랬다. 지금도 한강 근처에 살지만 러닝을 위해 갈 뿐 한강 자체가 위안이 되지는 않는다.

   나에게 숨구멍이 되고 위안이 되는 것은 오직 바다. 그것도 동해바다이다. 속초 낙산 해변은 늘 그렇게 내가 문득 달려가는 곳이다. 이번에도 그렇게 바다고파하다가 훌쩍 당일로 다녀왔다. 집에서 출발하면 보통 2시간 15분. 휴게소도 들리지 않고 줄창 달려간다. 줄창 달리면서 대부분 좋아하는 플레이리스트를 틀어놓고 열심히 따라 부르며 달려간다. 

   이번에 가면서는 달랐다. 목감기에 노래를 따라 부르지도 못했고, 평일인데도 중간중간 계속 차가 막혀서 시원하게 달리지 못했다. 그러면서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이 아니라 쌓이는 느낌이 들었다. 아... 나는 어쩌면 이 막힘 없이 달리는 운전을 좋아했던 것은 아닐까. 바다가 정말 좋은게 아니라. 바다에 머무는 시간이 몇 시간 안되는거 보면 아무래도 바다가 목표는 아닌가보다. 그저 운전을 하면 핸드폰과 잠시 단절되기도 하고 운전에만 몰입하면서 뭔가 떠나는 그 느낌. 그 느낌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바다를 보고 앉아 조용히 멍... 하고 있는 시간도 이젠 즐긴다. 늘 바쁘고 목표지향적으로만 사는 내게 이런 아무것도 안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내 생활 터전에서는 어렵기도 하고, 일하다 그러고 있기는 죄책감이 드니까. 

   당신에게는 이런 숨구멍이 있는가? 그 숨구멍이 사람일 수 있고 자연일 수 있고 또 쇼핑일 수 있다. 나에게는 일상의 자리를 잠시 떠나는 것. 탁 트인, 거칠 것 없는 바다를 보는 것. 오가며 오롯이 혼자 있는 차안. 그 삼박자가 숨구멍이 된다. 

   아마 6월에도 또 계절이 바뀌는 어느 날에도 도망가있을거다. 낙산해변에. 

   

도망가자 노래가 그림책으로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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