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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브리나 Sabrina Jul 13. 2023

스토너 - 무엇을 기대했는가?

독서후기

  대부분 독서모임에는 리더로, 호스트로 참여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주로 인문고전책을 다루다보니 편향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의지적으로 참여하는 독서모임이 하나 있습니다. '이승화 리터러시 코치'가 진행하는 [북렌즈]라는 온라인 독서모임이다. 지난번 환경관련 책으로 타일러가 쓴 [두 번째 지구는 없다], 정도언 [프로이트의 의자], 심윤경 [나의 아름다운 정원] 등을 그 동안 같이 읽었습니다.


   이번에도 참여하게 되었는데 책을 사놓고 읽지 못하고 있었던지라 이번기회에 읽어보자 하고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아무 정보없이 읽어가는데 읽을수록 무기력해지는 느낌이랄까요? 스토너 이 사람이 이해가 잘 되지 않고 뭔가 살아내고는 있는데 의지나 열정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독서모임에는 결국 다 읽지 못한채 참석하게 되었는데 다른 참여자들의 반응이 의외였습니다. 스토너를 이해하고, 충분히 행복했다는 것입니다. 


   모임이 끝나고 오기가 생겼습니다. 이 스토너 도대체 너는 누구냐? 끝까지 읽어봐야겠다. 하고 말입니다. 


   우선 독서모임을 통해 놓치고 있었던 사실을 깨달았는데 바로 소설 배경이 제1,2차 세계 대전일 때라는 것이다. 물론 전쟁에도 방관자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시절 사람들이라면 그럴 수 있다는 점들이 있을 수 있음을 놓치고 읽었던 부분이 있었습니다. 특별히 이디스와 관계나 부모와의 관계 등을 생각해볼 때 그 시대였기에 그럴 수 있다 납득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스토너 인물을 좀 더 분석해보며 읽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아들 스토너

 - 스토너는 농부의 아들이었다. 19살 때 농업을 공부하려고 미주리 대학에 입학한다. 본인의 의지에 의한 것은 아니고 아버지의 권유였다.

- 농사는 결국 아버지와 어머니 몫이 되었고, 아버지는 아픈데도 일하러 나갔다가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데 장례식에 참여한 스토너를 보면 부모와의 애착이 제대로 없었음을 느낄 수 있다. 


제자 스토너

- 아처 슬론 교수를 알게되고 영문학의 매력에 빠져 2학년때 전과해서 공부하게 되고 영문학 박사과정까지 공부하고 교수의 자리까지 가게 된다. 영문학을 하게 된것도 아처 슬론의 권유였고, 교육자가 되리라는 것도 아처 슬론의 입에서 먼저 나온다. 

 


남편 스토너

- 제일 이해 안되는 스토너의 역할 모습이다. 부인 이디스 엘레인 보스트윅. 분명 사랑에 빠졌었다. 이디스 부모님께 인사드리면서 자연스럽게 결혼으로 이어지고 좋은 아내가 되겠다고 했지만 전형적인 그 시대 딸로 큰 이디스와 그 시대 아들 스토너의 만남은 결국 무미건조한 결혼생활로 이어진다. 그러다 갑자기 아이를 가져야겠다고 생각한 이디스는 사랑이 앞선 아기의 탄생이 아니라 뭔가 본능적인 추구로 아이를 만들어(?) 낸다. 

- 이디스가 전형적인 인물이라고 표현했지만 절대 평범한 인물은 아니다. 그런 부인을 이해하려거나 아니면 정말 크게 싸워보거나 하지도 않는다. 그저 이 결혼이 실패작이라고 결정해버렸다. 그 이후 방관하고 피한다.

- [브리저튼]처럼 서로 싸우더라도 각자의 연약함을 알아차려주고 또 기다려주고 그 아픔을 안아줬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아빠 스토너

- 그레이스가 태어났기에 이 가정은 유지될 수 있었다. 하지만 엄마 이디스는 산후 우울증인지 그레이스를 돌보지 않았고 육아는 온전히 스토너 몫이었다. 그리고 그레이스랑도 기질이 잘 맞았던 것 같다. 부인이 처갓집으로 가고 오히려 딸과 있는 시간을 즐거워한다. 

- 개인적으로 이야기 중에 가장 평안해 보이는 장면이 이때 그레이스와 함께 했던 장면인거 같다. 

- 아이와 잘 지내는 자신을 보며 교육자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 하지만 엄마의 자리를 같이 나누고 부모로 함께 양육했다면 어땠을까? 엄마자리를 아빠가 뺏은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결국 이디스가 질투처럼 아이의 양육에 나서며 스토너와 사이를 갈라놓는다. 

- 부부가 별개였기에 아빠도 엄마도 부모가 되지 못하고 별개로 그레이스에게 다가간다. 그로 인해 그레이스의 혼란은 누구도 책임져 주지 않았다. 그 결과 그레이스는 이 가정에서 벗어나려 잘 알지도 못하는 남자의 아이를 가지고, 결혼하고, 알콜중독에 빠지게 된다. 


교수 스토너

- 자신의 학문적 영역에 대한 열심과 자신감이 있다. 학자로는 충빈하지만 선생님으로는 의문이 든다.

- 끝까지 교수로 남아있고 싶어했지만 이른 퇴직을 권고받기도 한다. 

- 롤모델이 슬론 밖에 없어서 그랬을까? 좋은 선생님은 아니었던것 같다. 스스로도 그렇게 느낀 것 같다. 

- 세미나에 참여한 찰스 워커에 대한 처우를 볼 때 학문적으로는 절대 양보되지 않는 무언가가 있는 듯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나중에 연인이 된 캐서린을 워커가 세미나에서 공격 아닌 공격을 했다고 생각해서 그런것도 같다. 

- 또한 학생이자 동료였던 캐서린과 연인관계로 발전은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 부인은 40대 남자의 딴짓(?) 정도로 넘겨버리지만 그래서 더 이해 되지 않는다.    


동료 스토너

- 로맥스 교수와의 갈등이 계속 이어진다. 

- 인기많고 한편으로는 제멋대로인 ( 스토너와 반대) 로맥스와 잘 지내보려 여러 노력을 했지만 찰스 워커를 중간에 두고 결국 적으로 돌아서게 된다. 

- 재밌는 장면이 하나있었는데 집으로 로맥스를 초대했다가 집으로 돌아가기 전 아내와 인사를 하다가 키스를 하게 되는데 그것을 본 스토너의 감상(?)이 이해하기 어려웠다. 정숙한 키스라니. 부인과 로맥스는 어떤 관계였을까? 부인과 로맥스 이야기로 부록이 있어도 재밌겠다. 

- 로맥스는 학장이 되면서까지 영향력있는 자리에 오르게 되고 그 덕분에 스토너는 수업 일수, 수업 시간, 과목 등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 하지만 끝까지 버티며 학교에 남는다. 


친구 스토너

- 친구도 많지 않았지만 전쟁으로 잃은 친구를 계속 떠올리며 산다.

- 스토너를 유일하게 친구로 대해주고 끝까지 곁에 있어준 것은 핀치. 그러나 핀치에게 남다른 우정의 마음을 표현하거나 하는 모습은 없었다. 오히려 핀치가 로맥스와 사이에서, 불륜소문이 떠돌때 그 사이에서 스토너를 지켜낸다.  


연인 스토너

- 캐서린과의 사랑에서 자신은 사랑을 알았다고 말한다. 그럼 이디스는 뭐였던가. 

- 정서적 사랑과 육체적 사랑이 함께한 사람이 바로 캐서린인 것 같다. 캐서린과 이디스랑 비교해본다면 스토너의 의지가 더 있었고, 그가 사랑한 학문을 함께 공유할 수 있었던 그녀이기에 가능한 관계였던것 같다. 그녀가 다른 전공생이었거나, 그에게 논문을 읽어봐달라 요청하지 않았다면 이런 관계의 발전은 어려웠을 것이다. 

- 할 수 있는게 강의 밖에 없는데 워커 일로 수업이 어렵고 상황이 좋지 않을때 유일한 피난처가 된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 그러나 결국 관계를 정리한다. 뜨겁게 안녕이 아닌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않겠다고 하면서. 




    스토너는 결국 종양이 발견되고 수술했지만 온몸에 전위되어있어서 완치되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합니다. 그의 쓸쓸한 퇴직식부터 뭔가 안쓰러워지면서 스토너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계속 이어지는 질문.


 넌 무엇을 기대했나?




    이 질문을 처음 들었을때는 자신의 삶이 어땠나 돌아보는 질문이라 생각했습니다. 스토너가 정말 기대했던 삶은 뭐였을까? 진정한 교육자가 되고 싶었나?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스토너는 어쩌면 자신이 기대없이 살아온 것에 대한 후회를 하고 있었던것 같습니다. 너는 기대를 하기는 했었니? 하는. 

    

    그의 삶은 흘러가는 대로 있는 그대로 살아낸것이라 할 수 있지만 자신의 삶을 적극적으로 살아내며 주도적인 삶을 향해 달려갔다 하기가 어려워 보입니다. 물론 그런 삶이 무조건 맞다 할 수도 없지만 말입니다. 저에게 있어서는 너무 무기력하고 흘러가는 대로 또 그 고집대로 살아가는 스토너의 삶을 읽어내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럴 수 있겠다. 그의 삶을 함부로 폄하할 수 없겠다는 마음으로 책에대한 생각을 마무리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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