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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브리나 Sabrina Aug 06. 2023

허영의 시장

현타온 나의 일상

최근에 두 드라마를 연속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보면서 이전에 봤던 '기생충'도 생각이 났습니다. 


저는 강남에서 독서수업을 한 지 12년 되었습니다. 주로 소개로 수업을 이어가다 보니 한동안 한남동에서 수업을 많이 했습니다. 내 자취방보다 큰 아이들 수업 방에 처음에 주눅도 들고 다 까진 구두도 신경쓰이고 말입니다. 제가 명품 가방 하나 가지지 않은 이유는 어쩌면 어설픈 명품으로 주눅들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소비패턴을 고쳐보려해도 답을 잘 못찾았습니다. 주로 소비 목록은 생활용품들, 책, 식재료, 식비, 주거비 등 특별한 사치라고 할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저축은 쉽지 않고 무엇때문일까 늘 고민되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 드라마를 보면서 저의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상대적 박탈감은 내가 소비할 수 있는 책, 생활용품, 식재료 등에서 과소비를 불러 일으킨 것입니다. 갤러리아 백화점 명품관에서 가방 하나는 못 사도 다이소에서는 10개 20개 사면서 대리 만족하는 그런 거랄까요? 


집이든 차든 늘 물건이 가득합니다. 물론 필요할 때 뭔가 없으면 사야하는 상황이 싫어서 미리 챙겨 다니는 거라고 그렇게 명분좋게 이야기하지만 사실은 물건으로 나를 채우려 한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수업을 다니면서 알게 모르게 눈에 보이는 좋은 집들 좋은 차들 값비싼 선물들. 전혀 신경 안쓰고 있다 생각했는데. 사실은 내 삶에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면서 SNS의 불편함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저와 같은 책 수업 하시는 분들 팔로우 하고 있는데 배울점은 배워야겠다. 했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다들 온라인으로 수입을 만드나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 수록 제 수업과 비교하게 되면서 자꾸 다른데 눈돌리게 되는 저를 보게 되었습니다. 저 사람도 저렇게 하는데 왜 나는 안되는거지? 나도 저런거 해볼까? 하면서 말이죠. 이것저것 시도를 해봐도 생각만큼 반응이 없어서 생각지 못한 좌절감도 느끼게 됩니다. 그러면서 제 수업에 대한 자부심이랄까요? 그걸로 지금까지 버티고 나름 소신껏 수업해왔는데 어느새 그 소신이 흔들리는 겁니다. 


이렇게 뭔가 엉망이 되어가고 있는 나를 드라마를 보면서 문득문득 깨닫게 됩니다. 결국 정돈이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그래서 일단 SNS는 개인 계정부터 정돈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팔로우도 정리를 하고 말입니다. 그 동안 해온 것처럼 가야할 길은 그대로 가도록. 다른데 눈돌리고 비교 하지 않도록. 중심을 잡도록 다른 것들은 의지적으로 차단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방문수업을 줄여갈 생각합니다. 소박해도 내 공간에서 아이들을 만나려고 합니다. 온라인 수업도 더 늘려서 하고 말입니다. 


아닌척 했지만 나도 모르게 영향을 받고 있었던 것들에서 의지적으로 나를 분리시키려 합니다. 잘 될지 또 어떤 손해를 감내해야할지 모르겠지만 깨달았으니 행동으로 옮겨야겠죠. 


현재 진행사항 - 옷, 책 두 박스 정리

책장 하나 없애는 것이 목표. 읽지 않는, 옛날 책들 다 정리하기! 

집 규모 줄이기, 차 팔기. 

방문수업 정리


앞으로 어떤 변화가 더 필요할지 모르지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법. 지금이라도. 더 늦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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