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으로서의 독서가 - 독서의 필요2

독서의 필요 2

by 사브리나 Sabrina

그러면 독서가 도피성이 되고 칭찬 받는 일이라는 것은 어린시절의 이야기라면 지금 어른이 되기까지 독서가 이어지고 있고 독서가 직업이 되었을까 의문이 생기게 됩니다. 어린 시절의 독서는 생각하고 통찰을 얻는 고차원적인 독서라기 보다 책 안에 있는 이야기의 재미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유치원 때 부터 이야기를 좋아했습니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사건들과 그 사건들이 결국 해결되는 것이 신기하고 재미있었습니다. 이야기가 좋았었구나 생각하는 또 다른 이유는 주말마다 봤던 “주말의 명화”, “베스트셀러 극장” 등의 영화나 드라마에 있습니다. 주말이 되면 TV가 있던 안방에 부모님과 언니랑 나 가족 모두 함께 잤습니다. 그러면 마지막 애국가가 울릴때까지 다 보고 자는 것은 바로 저였죠. 그때는 모르고 봤지만 주말마다 봤던 영화들은 지금 아이들이나 어른들과 이야기 나누는 세계 고전들을 바탕으로 하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누구를 위해 좋은 울리나?] [오즈의 마법사] [모던타임즈] [동물농장] [닥터지바고] 등등 민음사나 열린출판사의 책들에서 볼 수 있는 이야기들을 어릴 때 영화로 먼저 접하게 된 것입니다. 단막극 위주의 “베스트셀러 극장”이라는 프로그램도 짧은 이야기지만 그래서 좋았습니다.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지 않고 마무리 짓고 끝나는게 좋았기 때문입니다.


중학교에 진학하면서는 책으로 호기심을 다 채워나갔습니다. 모르는 것이 있거나 하면 도서관을 통해 책을 찾아보았습니다. 어떻게 보면 책하고 진짜 친해진것은 이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독서라는 것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때가 언제인가 하면 중학교때 부터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독서를 어떻게 해야하는지,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지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다만 국어교과서에 나오는 책들, 입시와 관련된 한국 고전, 단편 소설들을 찾아 읽게 되었습니다. [봄봄], [운수 좋은 날], [감자], [수난이대], [소나기] 등을 읽으며 재미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공부로 읽어가는 책들도 싫지는 않았습니다. 이제는 정서적인 필요보다는 학업에 필요해서 독서를 이어갔습니다.


여전히 책이 도피성이 되고 독서를 하는 내 모습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이야기를 좋아하고 책과 친하게 지낼 수 있었고 관련해서 국어를 좋아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국어선생님들께 잘 보이려 더 열심히 책도 읽고 공부도 하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진로도 국어교사가 되는 것이 되었습니다. 그때도 직업으로 독서가가 아닌 국어선생님이 될거라 생각했습니다. 아니 굳게 믿고 있었습니다.


결국 대학 학부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는 전공책들을 분석하며 읽는 고차원적 독서를 경험하게 됩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수업이 바로 [춘향전] 원전으로 읽는 수업이었습니다. 할머니 교수님이셨는데 세로로 15세기 한글로 쓰여진 원전을 나눠서 읽고 독해하고 뜻을 논의하고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책 한권을 제대로 분석해서 읽는 경험이 그때가 처음이었습니다. ‘아… 책을 이렇게 분석해서 읽을 수 있구나. 이렇게 읽으니 더 내용을 잘 알고 기억할 수 있구나…’하며 아하 모먼트를 경험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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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 독서가로 한 발짝 다가선 것 같습니다. [춘향전] 수업때 교수님께서 해주셨던 것 처럼 책을 분석하며 읽게 되었습니다. 책 한권을 읽어내는데 시간이 더 들었습니다. 메모도 하고 줄도 긋고 정리하면서 읽는 독서가의 루틴이 생겨났습니다. 신기했던 것은 이런 루틴이 생기고 나서 책을 두번 세번 읽지 않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해되지 않아서 그냥 덮어버리거나 재미 없으면 덮고 다른 책을 찾는 다혈질적 독서를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한 권을 정독하고 깊이 읽고 내것으로 만드는 진정한 독서로 나아가게 되었습니다.


결국 독서라는 것으로 도피했다가 그 안에 있는 이야기에 재미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학생의 입장에서 공부를 위한 책읽기로 이어가다가 전공에서 만난 [춘향전] 분석이 독서가로 성장하는데 영향을 주게 되었습니다. 독서가 필요했던 아이는 자라서 독서를 제대로 사용하는 어른이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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