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가게를 운영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사장님이라면 가져야 할 '덕목'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덕목은 능력의 고하와 상관없이, 한 업장을 이끌어가는 이가 가져야 할 태도와 마인드에 대한 것인데요, 업장의 생존과 번창은 사실 탁월한 능력에서 비롯되기보다는 사장님이 삶을 대하는 방식으로부터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능력이 시절(時節)을 잘못 만나는 경우도 허다하며, 이른 성공에 취해 빠르게 쇠락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몇 년 전 우리를 공포에 떨게 했던 코로나가 유행하던 시기에 창업했던 대다수의 가게들은, 그들이 가진 재능과는 무관하게 실패를 경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트렌드가 지속될 거라 판단하고 무리하게 세를 확장하다 유행의 끝을 마무리한 가게들 역시, 외면하는 고객들의 마음을 다시 돌리는 데 실패했었죠. 그러나 실패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발판 삼아 재기한 이들도 있었는데요, 그런 그들은 제가 말하고자 하는 그 '덕목'들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 덕목 1. 스스로에 대한 끊임없는 동기부여
어떤 아이디어든, 어떤 아이템이든 그것이 빛을 발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아무리 객관적으로 탁월한 것일지라도 그것이 누군가에게 닿지 못하면 소용없는 일입니다. 설사 닿는다 하더라도, 그때 그 순간 고객의 니즈와 만나지 못하면 그 연결은 소멸해 버리곤 하죠.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이 존재하고, 그런 그들이 가진 관심사 역시나 너무도 다양합니다. 이들 중 나의 상품이 선호에 맞는 고객들이, 하필 그것을 지금 필요로 할 확률이 얼마나 될까요. 아마도 극히 낮은 확률일 겁니다. 하지만 그 확률을 0.1%라도 조금씩 높이는 것이 사장님이 해야 할 일이고, 언젠가 고객에게 적중할 그날을 기다리는 것 또한 사장님이 감당해야 할 일입니다. 결국 '기다림'이 요구된다는 건데요, 이 '기다림'이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확률이란 어떻게 보면, 누군가는 낮은 확률에도 기회를 맞이한다는 뜻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높은 확률임에도 계속 성공이 비껴갈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그러니, 사장님은 이 기다림의 순간 동안 끊임없이 스스로를 독려해야 합니다. '오늘도 허탕이지만, 내일을 다를 거야.' , '내가 추구하는 가치와 비전에 누군가는 공감할 거야.'라며 동기부여해야 합니다. 매 순간, 스스로를 의심하게 되는 순간들이 찾아올 겁니다. 내 생각이 틀린 건 아닐까, 잘못 판단한 부분은 없을까라며 자신을 자책하고 다그치기도 할 테죠. 그럼에도 내가 이루고자 하는 무언가를 가슴에 품은 채, 때로는 근거 없는 자신감을 지렛대 삼아 자가발전 해야 합니다. 물론, 계속 동기부여하면서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는 말은 아닙니다. 고객을 감동시킬 확률을 높이는 노력들을 멈추지 않는 상태에서의, '기다림'과 '동기부여'이어야 합니다.
- 덕목 2. 불만족, 완벽 지향
고객들은 생각보다 변화에 민감합니다. 처음 서비스나 상품에서 느꼈던 만족감을 만들어낸 여러 요소들이 있을 텐데, 이러한 요소들 중 뭔가 하나라도 달라지면 바로 알아채고는 하며 그것이 재방문의 촉매가 되기도 혹은 방해물이 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상품의 질을 동일하게 유지하거나 더 나은 상태로 만드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이 바로 사장님의 '불만족'입니다. 사장님은 다수의 고객들에게 매일 동일한 서비스와 상품을 제공해야 합니다. 그런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알게 모르게 디테일을 놓친 상품들이 나오기도 하며, 바쁠 때에는 '이 정도는 상관없겠지, 고객들이 모를 거야.'라며 합리화하고 상품의 퀄리티와 타협하고 싶은 순간들도 찾아옵니다. 하지만, 사장님은 만족해서는 안됩니다. 그 어떤 순간에도 자신이 세운 기준과 원칙을 완벽하게 지키고자 노력해야 하며, 더 나은 상태를 추구해야 합니다. 어쩌면 이것은 사장님 스스로를 괴롭게 만드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본인이 만들어낸 무언가의 장점을 보기보다는 결함이 없는지 집착하는 시간들이 많아지니, 일에서 느끼는 보람이나 성취와는 더 멀어질 수도 있겠죠. 그러나, 고객에게 있어서는 상품에 대한 경험이, 본인의 시간과 돈을 대가로 맞바꾼 결과물일 뿐입니다. 어느 날엔가 불만족스러웠다면 그 인상과 기억이 매우 깊게 자리 잡고, 발길을 끊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운이 좋게도, 몇 번의 실수나 타협은 괜찮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것이 '기준'이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하며, 본인만큼은 자신의 상품과 서비스에 계속 불만족해야 합니다.
- 덕목 3. 작은 실패들을 기꺼이 수용하는 태도
가게를 운영하다 보면 무수히 많은 실패를 경험하게 됩니다. 야심 차게 시작한 웨딩 제휴 프로모션이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나는 것부터 시작해서, 손익분기점 달성에 실패해 월세를 내고 나면 수익이 없는 달도 있습니다. 실패하지 않는 날을 찾는 게 어려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내의 꽃집을 아직 성공이라는 말로 표현하기에는 이른 것 같아,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라는 말이 사실이라 단정 짓기는 어렵겠습니다만은 '작은 실패들은 큰 실패를 막는 예방주사'임에는 분명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실패는 항상 '시도', '도전'이라는 행위를 수반합니다. 무언가 시도하지 않았다면 실패할 일도 없겠죠. 우리 모두가 실패는 성취를 위해 불가피한 일임을 알고 있지만, '얼마나' 실패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그렇기에 사업을 시작한 후 겪는 수많은 실패를 감당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따라서 실패는 성공을 위한 것뿐만 아니라, 더 큰 실패를 막기 위한 일임을 받아들이고 기꺼이 계속 실패해야 합니다. 디자인에 도움이 될 것 같아 도전적으로 사용했던 꽃이 물이 잘 오르지 않아 주문을 망치는 경우가 있었지만, 브랜드 행사에 그 꽃을 요구한 클라이언트의 요청에 현명하게 대응할 수 있었던 것도 작은 실패 덕분이었습니다. 작은 실패들을 통해 크게 실패할 확률을 줄이는 것이 어쩌면, 고객을 위해 더 나은 결정을 할 확률을 높이는 일이 아닐까 합니다.
위 덕목들이 공통적으로 내포하고 있는 건, 사장님이라는 자리는 끝까지 버텨내야 하는 자리라는 것입니다. 직장처럼 의지할 수 있는 동료, 상사들이나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 무수히 많은 실패와 좌절의 순간을 오롯이 혼자 견뎌내야 합니다. 가게를 차리기로 결심한 그 순간부터, 현실은 뜻대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매 과정에서 마주하는 변수들은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는 것들이고, 몸소 겪어가며 배우는 수밖에 없죠. 그때 결국 나를 지탱해 주는 건 ’나 자신’입니다. 내가 바라던 것을 끝까지 해보겠다는 의지와, 수많은 실패에도 불구하고 내 것을 잘 해내고 싶다는 열망이 그 과정을 버틸 수 있게 하는 동력입니다. 여기서 꿈의 크기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사회가 규정하는 틀에 맞춰 본인의 꿈을 제단 할 필요 없이, 각자의 진심이 담긴 목표가 있다면 그뿐입니다. 속도가 빠를 필요도 없습니다. 걸어가다 힘들면, 잠시 쉬기도 하고 뒤를 돌아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속도보다는 본인만의 리듬과 템포를 찾는 게 훨씬 중요한 일일 겁니다. 눈앞에 결승선이 보이는 길을 가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등 혹은 주변 풍경만이 보이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길 위를 걸어가고 있기 때문에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