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 7시, 휴대폰 알람 소리에 일어납니다. 아침을 대충 해결하고, 아내와 함께 부랴부랴 꽃 도매시장으로 향하는 중입니다. 금요일 밤에 들어온 주문 건 때문에, 가게에 있는 꽃 양으로는 주문을 처리하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녀는 고객의 요청사항에 맞춰 어떤 꽃을 사야할지, 미리 사입한 꽃들과의 조화를 고려했을 때 어떤 꽃이 더 나을 지 고민하는 중입니다. 꽃 시장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반포대교 옆 강물을 바라보며, 저는 오늘도 별탈 없이 무사히 하루가 끝나기를 바랍니다.
꽃 시장에 도착한 저는 꽃 도매시장이 있는 고속터미널 상가 3층 중간 계단에 잠시 대기합니다. 아내가 시장에서 산 꽃을 제게 전달하고, 일정 양이 모이면 차로 실어나르는 일을 반복 합니다. 꽃을 몇 송이 사는 것이 아니라, 몇 단(일반적으로 1단은 꽃 10송이를 의미)씩 사기 때문에, 장을 보는 내내 구매한 꽃을 들고 다니려면 보통 힘든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묶음으로 사면 무게가 꽤 나가는 쇼핑백이나 포장지도, 제가 도울 수 있는 날에 보통 구매하고는 합니다. 1시간 정도 장을 보며 구입한 꽃과 부자재를 차에 싣고, 드디어 가게로 향합니다.
가게 문에 들어서자마자, 사입한 꽃들의 포장을 다 제거하기 시작합니다. 꽃을 꽃다발이나 부케와 같은 상품으로 만드려면 컨디셔닝이라는 과정이 필수적인데요, 꽃의 외관이나 보관 시 방해가 되는 잎이나 줄기, 가시 등을 제거하는 작업입니다. 아내가 컨디셔닝을 바로 진행할 수 있도록, 꽃을 싼 신문지나 비닐을 제거하고 한쪽에 정리해둡니다. 그녀가 컨디셔닝한 꽃을 넣을 수 있는 화병도 준비해야 합니다. 여러개의 유리 화병에 차가운 물을 적당히 담아, 그녀가 꽃을 넣을 수 있는 위치에 세팅해둡니다. 컨디셔닝하기 어렵지 않은 꽃들의 경우에는 제가 꽃을 정리하기도 하는데, 손이 느린 저는 그녀로부터 가끔 꾸중을 듣기도 합니다.
부산하게 움직여야하는 그녀의 동선을 방해하지 않게, 빗자루와 쓰레받이로 청소를 하기 시작합니다. 꽃을 컨디셔닝하면서 버려진 줄기와 잎의 양은 생각하시는거보다 훨씬 많은데요, 꽃다발로 받아보시는 꽃의 길이는 도매시장에서 산 꽃의 길이에 3분의 2 정도 밖에는 안될 것 같습니다. 주문이 많은 날에는 가게 안 곳곳을 누비며 작업을 하니, 싱크대 근처, 현관 도처에 꽃의 줄기와 잎들이 바닥에 어지러이 놓여져 있습니다. 포장할 때 사용하는 종이도 꽃 상품 사이즈에 맞게 제단해야하니, 잘린 종이들이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기 일쑤입니다. 그 모든 것들을 쓸어담고 나면, 50L 규격의 주황색 종량제 봉투가 금방 꽉 차버립니다. 빵빵해진 쓰레기 봉투와 종이, 플라스틱 등을 분리배출 하고 나서는 잠시 숨을 돌립니다.
이제 화분 관리만 끝나면 저만의 영업 시작 루틴도 끝입니다. 개인적으로 키우는 화분들도 있지만 대부분이 판매하는 화분들이라, 식물 친구들의 상태도 수시로 살펴야 합니다. 마른 잎이나 가지는 가위로 깨끗이 정리해준 후, 습도계를 이용해 속 흙이 건조한지 확인합니다. 작은 화분들은 싱크대에 가지런히 놓고 수전으로 듬뿍 물을 줍니다. 큰 화분들은 가게 밖 반양지로 옮겨 놓은 후, 물 조리개를 이용해 화분 밑으로 물이 충분히 흘러나올 만큼 넉넉히 줍니다.
이후부터는 고객분들의 꽃 상품 픽업을 준비하는 사장님을 서포트하는 것이 저의 주 업무 입니다. 쇼핑백 세팅, 절화보존제/브랜드 태그 준비, 물 주머니 꺼내놓기 등의 자잘한 일들이죠. 주문들 사이 틈나는 시간에는 종이 영수증 내역을 정리합니다. 아직도 꽃 도매시장에서는 거래 시 종이 영수증을 사용하는데요, 비용 처리를 위해서는 도매 거래처마다 영수증 내역을 정리 해놓아야 연말에 영수증 폭탄을 피할 수 있습니다. 월초에는 전월의 매출/비용 내역을 정리해 이번 달에는 어떤 상품의 판매 실적이 좋았는지, 수익률은 어땠는 지 사장님께 리포트도 하곤 합니다.
드디어 주말 영업 마감시간인 3시가 되었습니다. 이 때 만큼은 금요일 퇴근 준비를 하는 직장인의 마음과 크게 다를 바 없습니다. 일사불란하게 가게를 떠날 준비를 합니다. 남아있는 꽃들을 넣어놓고, 꽃 냉장고 물도 재빨리 비웁니다. 히터 끄기는 두번 세번 확인 후, 가게 안밖 조명을 끄면 오늘 영업도 무사히 이렇게 끝이 납니다.
아내가 꽃집을 시작한 후로, 저는 평일은 직장에서 주말 하루는 꽃집에서 일을 합니다. 사실 주 6일제인 셈이니, 주위에서는 힘들지 않냐고 물어보기도 하지만 꽃집에서의 하루는 제게는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직장에서는 조직의 목표달성을 위해 필요한 수만가지의 일들 중 일부분을 맡아, 문제가 없도록 관리하고 개선하는 일들이 주요 업무이니, 제가 하는 일의 효용이나 가치를 체감할 수 없는 날이 훨씬 많습니다. 하지만 꽃집에서의 일은 훨씬 더 직관적이고 단순합니다. 고객의 주문에 따라 꽃을 사입하고, 아름답게 디자인하여 고객에게 상품을 전달합니다. 그 과정에서 고객이 느끼는 만족감과 행복감을 다정한 감사나 얼굴 표정을 통해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제가 직접 꽃을 만들지는 않더라도, 내가 하는 일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세상에 어떤 가치를 더하는 일인지 공감하는 데 어려움이 없습니다. 가끔은 피곤하기도 하고 아내에게 자주 혼나기도 하지만,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저는 주말 출근이 싫지 않습니다.
아내의 사업이긴 하지만, 동시에 우리의 사업이라는 생각도 합니다. 자본은 물론이며, 작게는 새로운 상품의 가격 책정을 돕는 일까지 저의 노력이나 고민도 사업에 조금은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죠. 그 과정에서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합니다. 성과와 결과가 어찌되었든, 선택의 책임과 주체가 오롯이 아내와 제게 있다는 점은 부담스러운 부분이기도 합니다만, 중요한 무언가에 대한 자기 결정권으로부터 오는 묘한 해방감이 반가울 때도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혼자 업장을 꾸려나간다는 건 보통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CS부터 상품 생산까지 1인이 모든 걸 도맡아 해야하니, 무언가 어느 한 부분에 문제가 생기면 그 문제를 해결하느라 다른 일들이 원활히 돌아가지 않습니다. 가령, 주문을 받았는데 갑자기 도매시장에서 특정 꽃의 수급이 불가능한 상황이 되면 그 대체재를 찾고 새로운 디자인을 고객이 납득할 때까지, 신규 고객 응대며 플라워 클래스 준비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는 거죠. 사업이라는 것이 변수의 연속이다 보니 누군가의 도움이 없다면, 주기적으로 맞닥뜨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 반면에 직장인인 저는 상대적으로 조금은 쾌적하고, 안정적인 상황에서 일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도 아내의 일을 도와주는 것은 동반자로서 당연한 일이지 않을까 합니다.
아내가 언제까지 이 일을 할지는 모르겠습니다. 가끔은 능력의 한계를 느끼기도 하고, 또 가끔은 누군가의 배려없는 말과 행동으로 상처를 받기도 하는 걸 보면, 아마도 '꽃'이 싫은 날이 올 수도 있겠죠. 일을 그만두는 것이 영원한 '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니, 잠시 쉬어간다 해도 그것 나름대로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바라는 한 가지가 있다면, 경제적 대가와 관계없이 그녀가 가진 재능과 자질이 이 세상과 사회에 기여하는 어떤 가치로 계속 존재했으면 하는 것입니다. 앞으로도 저는 옆에서 그녀의 길을 계속 응원하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