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

by 사부작

짧은 시간이지만 아내가 가게를 운영하는 것을 보니 자영업은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천천히 올라갈 때도, 갑자기 추락할 때도, 혼이 나가도록 360도 회전을 할 때도 있습니다. 인생이 다 그런 것 아니겠냐마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빈도와 코스의 위험도를 감안하면, 한 가게를 영위한다는 것은 꽤 난이도가 높은 기구인 것만은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그 누구의 강요도 없이, 제 발로 롤러코스터에 몸을 실었으니 누구를 탓하거나 불평할 수 없다는 걸 아내도 잘 알지만, 생각보다 낙차가 이렇게 클 줄은 몰랐을 겁니다. 게다가 꽉 잡고 있는 안전바도 불안해 보이는 건 왜인지, 가끔은 마음이 쿵하고 내려앉는다고 하네요.




사업적인 특성에 따라 다르겠지만, 매출만 하더라도 계절에 따라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합니다. 봄에 접어들어 날이 따뜻해지면 서서히 매출이 늘어나고 어버이날을 기점으로 '피크'를 찍는데, 이후 여름에 접어들면 다시금 매출은 바닥을 향해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가을이 되면서 조금씩 수요가 늘어나고 연말이 되면서 어느 정도의 매출 수준을 회복합니다. 사실 꽃은 필수재가 아니니 특별한 때가 아니고서야 살 필요는 없기 때문에, 계절에 따라 성수기/비성수기일 때의 차이가 확연하게 납니다. 일관성 있고 안정적인 사업 환경을 바랐던 건 아니지만, 얼마간의 직장 생활 동안 경험했던 생활과는 너무나도 거리가 먼 것이죠.



무엇보다도 사업은 늘 변수가 있기 마련입니다. 여러 상황에서 생각하지 못했던 요인들이 계속 변화하는데, 고객이 요청한 부케를 위해 생각했던 꽃이 도매시장에 없거나 갑자기 너무 비싸지는 경우 등의 작은 일들은 빈번하게 발생하고, 근처에 새로운 꽃집이 생긴다거나 코로나와 같은 천재지변으로 인해 병원에 꽃을 들고 갈 수 없는 상황처럼 사업환경이 크게 바뀌는 경우들도 있습니다. 이러한 변수들은 예측하기가 너무 어렵기 때문에 사장님들을 곤란하게 만들고는 합니다. 사업이 순조롭게 흘러간다 생각이 들 때쯤이면,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이를 해결하는데 몇 날, 몇 개월을 고생하면서 마음 졸여야 하는 거죠.


그렇다고 변수가 꼭 부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가끔, 예상하지 못했던 '운'이 따르기도 합니다. 언젠가 한 번 팔로워수가 50만 정도 되는 인플루언서분이 본인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꽃집들 중 하나로 아내의 가게를 언급해 준 적이 있습니다. 소위, 샤라웃(shout-out)이라고들 하는데, 누군가가 선물로 아내의 꽃을 전달한 적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인플루언서분이 아내의 가게를 방문하여 인사를 한 적이 있다거나, 그분에게 선물로 갈 줄 알고 특별히 무언가를 준비한 적은 없었습니다. 순전히 '운'으로 누군가의 태그가 큰 광고 효과를 가져왔고 이후로 아내의 가게 인지도와 매출이 많이 상승했었습니다.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말을 살면서 종종 듣고는 했는데, 아내가 사업을 하면서 그 '운' 혹은 '변수'라는 것 때문에 울고 웃는 걸 보니 마냥 근거가 없는 말이 아님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비단, 사업의 성과만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건 아닙니다. 사장님의 마음 또한 그러한데요, 본인의 길에 대한 확신을 유지하기란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일 겁니다. 그러나, 자영업을 한다는 건 좀 더 특별하고 분명한 자신만의 확신을 요구로 합니다.

세상에 나의 생각과 바람을 하나의 업장으로 드러내는 순간, 수많은 가게들과 자연스레 경쟁하게 됩니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면 눈에 띄는 곳들이 역시나 존재합니다. 오랜 기간 업계에서 입지를 다져온 가게들은 물론이며, 나와 시작연차가 비슷한 곳이지만 sns상에서 더 이목을 끄는 곳들도 보이는 거죠. 단순히 직장에서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다른 직장인들과 비교하던 때와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직장인의 경우 어디까지나 ‘내 몫’의 일만 다하면 된다라는 생각이 크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나를 직장과 분리하는 것이 어렵지 않습니다. 때문에 나보다 좋은 직장에서 일하는 누군가가 내 자존감을 뒤흔든다거나 존재의 방향성을 고민하게 할 일이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자영업은 공간, 상품, 인터넷상에 존재하는 가게와 관련된 콘텐츠 모두 '내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나와 가게를 동일시하기 쉽고, 이는 늘 마음이 취약해지기 쉬운 위치에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경쟁업체들의 선전, 영수증 리뷰나 SNS 계정의 팔로워 수와 같은 '가게=나'를 평가하는 지표들이 매일매일 기록되니 그럴 만도 합니다. 어느 날에는 자신 있다가도, 또 어느 날에는 땅 밑으로 숨고 싶습니다. 그러다, 언제 한 번은 이대로 꽃집을 운영하는 게 맞을지 스스로를 의심하고, 다른 사업 방향을 고민합니다. 매일매일이 이러한 흔들림의 반복이자, 자기 자신과의 마찰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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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새해에도 아내는 롤러코스터에 탑승한 채, 다른 고저의 하루하루를 경험할 겁니다. 가끔은 그 낙차를 견디기 어려운 순간도 있겠죠. 하지만 적어도 그 열차가 뒤로 가는 일은 없지 않을까 합니다. 무서운 속도로 급강하는 도중 심장이 내려앉는 그 순간에도, 갑자기 뒤집혀 하늘이 노래 보이는 그 순간에도 말입니다.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본인이 차곡차곡 쌓아온 노력이라는 안전바를 꽉 잡고, 올해도 무사히 탑승을 마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또한 저 역시 아내 옆에 앉아 손 꼭 잡고, 그 시간을 함께할 겁니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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