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6일(수)
저녁 8시쯤 사무실에 짐 싸러 간다. 직원 두 명이 퇴근하지 않고 있다. 겨우 하루 안 봤을 뿐인데, 몇 년 만에 보는 얼굴처럼 어색하다. 현태진 차장이 짐작은 하면서도 묻는다. “낮에 오지, 왜 이렇게 늦게 와?” 짤린 사람이 짐 싸고 있으면 다들 불편하잖아, 그런 말투다. 북적이는 걸 같이 보고 있기 힘들었는지, 남아 있던 직원들도 하나둘 퇴근한다.
어두운 창밖, 텅 빈 사무실. 혼자 야근하던 날도 많았는데, 오늘은 짐을 빼느라 혼자 있다. 쫓겨나는 사무실을 마지막으로 혼자 차지하고 있다. 짐이 많다. 무슨 책을 이렇게 많이도 사무실에 두고 있었을까. 짐 싸게 될 줄 모르고 마구 뒀나 보다. 다음에 새로운 곳에 취직하게 되면, 책도 물건도 아무것도 남기지 않을 생각이다. 볼펜 한 자루만 두고, 다시 쫓겨나게 되면 그 볼펜은 쓰레기통에 버리고 쓩 사라지겠다.
사무실을 나서는 등 뒤로 익숙한 팩스 수신음이 울린다. 저 소리도 그리울 것 같다. 그만큼 여기서 일하는 걸 즐겼다. 즐거웠던 기억이 발걸음을 *씁섭하게 만든다.
*글 중에 쓰인 ‘씁섭’은 ‘씁쓸하고 섭섭하다’는 뜻으로 지어낸 말입니다. 응용해서 ‘썹쓸’이라고 하면 ‘섭섭하고 씁쓸하다’는 의미로도 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