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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창우 Dec 06. 2018

사색11. 싱크로나이즈드

3월 3일(월)

“창우, 테니스 치자”


아침 9시, 목사님 전화가 온다. 밖으로 나갈 의욕이 없는데 목사님께서 테니스 치고 싶은가 본데 공 좀 쳐드리지, 라켓을 들고나간다.      


월요일 아침, 사무실 책상 앞이 아닌 눈앞에 펼쳐진 테니스 코트 붉은 흙이 익숙하지 않다. 라켓에 맞고 붕 뜬 테니스 공 마냥 내 몸도 공중으로 붕 뜬다. 분명히 다리는 땅에 붙어있는데 몸은 풍선처럼 자꾸 공중으로 뜨는 느낌이다. 집중할 수 없어 공도 잘 맞지 않는다. 공이 랠리로 이어지지 못하고, 두세 번 왔다 갔다 하다 자꾸 끊기니, 목사님께서 적당히 했으니 밥 먹자고 하신다.       


아침도 점심도 아닌 걸 먹는 게 브런치, 스크램블드에그, 햄으로 목사님표 브런치를 먹는다. 예수의 생애 중 인류 구원 활동으로 가장 현실적인 게 ‘죄인들과 같이 식사하셨다’, ‘제자들의 식사를 준비하셨다’이다. 목회 방식 중 가장 예수 같은 것은 음식을 뚝딱뚝딱 요리해 성도와 함께 먹어주는 게 아닐까. 목사가 설교만 잘하면 된다 하지만, 설교 말고 다른 것, 더 중요한 것도 있다. 은혜로운 브런치를 먹고 있는데 내 전화기가 울린다. K회사에서 내일 면접 보러 오란다. 어젯밤 문득 마감하는 채용공고 하나를 보고 급하게 지원서를 접수시켰는데 오늘 아침에 당장 면접을 보러 오란다. 반응이 빨라 신기하다. 전화를 끊고 브런치를 다시 먹는데, 긴장감이 목구멍으로 넘어와 헛구역질을 일으킨다. 목사님은 요리가 맛없냐며, 긴장하지 말고 내일 면접 잘 보라고 격려해주신다.      


집으로 가는 길 수학을 공부하며 박사를 따려고 노력하는 정지인을 만난다. 차를 한잔 마시며, 지인이가 연구하는 분야 이야기를 듣는다. ‘싱크로나이즈드’라는데, 쉽게 말하면 공연장에서 연주가 끝나고 관중이 손뼉 칠 때 시작은 동시 다발적이지만 나중에는 규칙적인 짝짝짝 박수가 된다는 것이다. 듣고 보니 그러네. 군중의 발걸음도 처음에는 불규칙하다가 가다 보면 척척척 규칙적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그러네. 그런 동기화를 수학으로 모델링하고 있단다. 학문이란 게 내가 아는 것과는 다른 생소한 영역, 그 방대함에 놀란다.      


집에서 차근차근 면접 준비를 한다. K회사의 역사, 대외적으로 알려진 사장, 지금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 성과, 재무 등 살펴보기 시작한다. 경력직 면접에서는 뭘 물어볼지 모르지만, 뭐라도 준비를 해야 면접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마음 편하다. 저녁을 버스 차 식당에서 또 함박스테이크를 시킨다. 비빔밥을 먹을까 하다 면접 잘 보라고 스스로 격려하며 함박스테이크를 시킨다. 어제 외상으로 산 것을 같이 계산하며 얼굴값을 갚는다.     


저녁에 침대에서 기도한다. 이렇게 회사를 옮기게 한 이유가 뭘까, 뭔가 특별한 의미가 있나 하며 의뭉스러운 기도를 하다가 내일 면접으로 바로 재취업하면 좋겠다는 노골적인 소원,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신앙인 다운 반응을 보일 수 있도록 용기를 달라고 기도를 마친다.       


잠이 오지 않는다. 그러다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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