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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창우 Dec 09. 2018

사색15. 기다림

3월 7일(금)

경력직 면접은 보통 면접 본 당일 저녁이나, 하루 이틀이면 결과를 알려준다. 지난 화요일에 면접을 봤는데 삼일이 지나도록 연락 없다. 오늘이 금요일, 주말에 연락을 줄 리 없으니 오늘 중 연락 오지 않으면 다음 주 까지 기다림을 끌고 가야 한다. 미치겠다. 결과를 기다리는 것, 수능 점수를 기다리고, 대학 합격 발표를 기다리고, 첫 취직 발표를 기다리고, 그러면서 기다리는 일은 좀 줄어들 줄 알았는데 여전하다. 살아보니 기다리는 일이 줄어들기보다는 기다림에 익숙해져야, 잘 기다릴 줄 알아야 하더라. 허나, 알 수 없는 결과를 기다리는 건 얼마나 싫은지.      


우리는 늘 어떻게 해주세요, 어떻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하고 결과만 두고 기도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에 기도를 들어주는 입장은 직접 답을 주기보다 결과가 날 때까지 과정을 어떻게 즐기거나, 기다림 자체를 견뎌보라고, 기왕이면 함께 해보자는 게 마음 아닐까.      


점심 먹는데 왼쪽 아래턱이 아파온다. 혹시 사랑니가 문제인가 싶어 치과로 간다. 의사는 사랑니 주변 잇몸에 가벼운 염증이 있단다. 사랑니를 직접 빼기보다 염증을 치료하자고 진단한다. 여성인데, 마스크로 가린 그녀의 치아는 어떤지 궁금하다. 치과 의사가 마스크를 쓰는 건 내 얼굴에 자기 침을 튀지 않게 하려는 걸까, 치료 중 내 치아 파편이 자기 얼굴로 튀는 것을 막으려는 걸까. 쩍 벌린 내 입에 얼굴을 들이대며 치료하는데, 모처럼 여성 얼굴이 가까이 있으니 어쩔 줄 모르겠다. 그렇게 그녀는 그녀의 일하고, 나는 내 처지도 모르고 두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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