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15. 기다림

3월 7일(금)

by 사창우

경력직 면접은 대개 당일 저녁이나, 늦어도 하루 이틀 안에 결과를 알려준다. 나는 화요일에 면접을 봤고, 오늘은 금요일. 삼 일이 지나도록 아무 연락이 없다. 주말에 연락이 올 리 없으니, 오늘도 소식이 없으면 다음 주까지 기다림을 이어가야 한다. 미

다.


수능 점수, 대학 합격자 발표, 첫 취직 발표… 기다림은 늘 그래 왔다. 나이를 먹으면 그런 일이 줄어들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기다리는 일은 줄어들지 않는다. 기다림에 익숙해져야 한다. 나이를 들수록 잘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알 수 없는 결과를 기다리는 건 여전히 지긋지긋하다.


우리는 기도할 때도 결과만을 구한다. “이렇게 해주세요. 제발 이렇게만 되게 해주세요.” 그런 기도는 많다. 하지만 기도를 들어주는 입장에서 보자면, 기도란 원하는 결과를 바로 주는 일이 아니라, 그 결과에 이르기까지의 시간을 함께 겪어보자는 뜻은 아닐까. 개에게 밥을 줄 때도 “기다려” 한마디를 먼저 하지 않나. 기다림 그 자체를 견디는 시간, 어쩌면 그게 성숙일지도 모른다.


점심을 먹고 나서 왼쪽 아래턱이 욱신거린다. 혹시 사랑니 때문인가 싶어 치과에 간다. 의사는 사랑니 주변 잇몸에 염증이 조금 있다고 말한다. 당장 뽑기보다는 약으로 염증부터 가라앉히자고 한다. 여성 의사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얼굴은 잘 보이지 않지만, 그녀의 치아는 어떨지 궁금하다. 마스크는 환자의 침이 의사에게 튀는 걸 막는 걸까, 아니면 치료 중에 날아갈 치아 파편을 막기 위한 걸까. 처음보는 사람 앞에서 입을 쩍 벌리고 누운 채, 가까이 다가온 그녀의 눈을 바라본다. 오랜만에 이토록 가까운 거리에서 여자를 마주하니 어쩔 줄 모르겠다. 그녀는 묵묵히 제 일을 하고, 나는 그저 두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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