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창우 Dec 26. 2018

사색31. 매도 고지

3월 23일(일)

일요일 아침, 서울에 있었다면 한창 자고 있을 오전 시간, 고향 교회 주일 예배를 다녀왔는데도 오전이 한참 남아있다. 오전이 어색하다.   

    

예전에 고향 와서 일요일을 맞아 교회 왔을 때는 설교 시간이 지루하기만 했는데 지금은 실직 중이라 그런지 설교에 집중하고, 집중하니 들을 말이 있더라. 설교 중 신앙인이 하나님께 집중하는 데 혹시 방해되는 것들을 한 가지씩 정리해보란다. 난 신앙인으로 무엇이 신에 대한 내 신뢰를 방해하나 생각해보니, 지금 가지고 있는 주식이 떠오른다. 그럼 주식을 처리해야 하나, 주식은 왜 내 신앙생활에 방해될까. 예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성모 마리아에게 임한 수태고지처럼 ‘주식을 정리해라’는 매도 고지를 받은 것 같다.        


실직해서 또 새로운 직장을 찾는 과정, 살면서 ‘생각하지 못한 변수’를 미리 고려해 피해 가는 게 현실적인가. 생각하지 못한 변수, 보통 이런 걸 역경이라 한다면, 실직을 역경이라 하기엔 사이즈가 좀 작게 느껴지지만, 역경을 만났을 때 어떻게 대응하는가가 현실적인가. 수많은 역경을 버티신 지금 우리 아버지, 어머니 같은 노년 세대가 존경스럽고, 물론, 어른이라고 다 같은 게 아니고, 잘 대응해 온 어른과 그렇지 못한 어른이 있을 텐데, 사실 ‘잘 대응한다’는 게 각각 다양하고, 사람마다 정답이 없겠지만, 종교적으로 승화하면 매사에 어떤 게 신앙인다운 선택이냐 고려해보는 게 아닐까. 예를 들면 운전하면서 도착지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앞에 시야를 막는 짖은 안개, 장애물, 옆 차선의 차량, 내비게이션의 안내 등 상황에 맞춰 즉시 어떻게 대처하다 보면 목적지에 도착하듯이 인생살이도 이런 운전 같이 미시적인 대처가 중요하지 않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사색30. 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