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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창우 Jan 22. 2019

사색41. 이 기간이 길어질 수도

4월 2일(수)

이 실직 기간, 이 기록이 40여 일 정도면 끝날 줄 알았다. 신약성경에서 예수가 광야에서 40일을 금식하고, 묵상했다 해서 내 짧은 사색의 모음을 40일 정도로 예상했다. 한 달 조금 지나면 실직을 끝내고 새 회사에서 들어가는 걸로 이 기록을 끝내려 했다. 어제 면접이 그걸 완성시킬 수 있었는데, 그런데 면접 결과가 좋지 못한 듯하다. 면접 당일부터 아직까지 연락이 없다. 

이다. 이 기간이 훨씬 더 길어질 수도 있다는 예감이 든다.      


또 다른 불만은, 채용 측은 면접 후 면접자에게 얼른 결과를 알려주도록 노력해야지 신입도 아니고 경력직인데 결정을 미루며 되도록 빨리 결과를 알려주려 노력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시팔 지들도 넓게는 피고용인이면서 다른 사람 마음을 이리 불안하게 두고 있고 싶나. 지들은 평생 그 자리에서 면접 보면서, 사람 기다리게 하는 포지션으로만 있을 건가. 그런 착각, 배려가 없는 행태에 화가 난다.      


비관, 불만으로 오는 스트레스를 피하려 오후에도 잠을 잔다. 혼란스럽다. 이번 우연에는 꼭 될 것이라는 필연을 확신했는데, 그렇지 않다는 필연, 그런 필연과 필연 사이에서 점점 지쳐간다. 면접 때문에 계획보다 훨씬 일찍 부산에서 서울로 왔는데. 사실 이번 주말이 아버지 기일인데 면접 연락 온 게 아버지 기일 전에 재취업할 것 같은, 아버지가 주신 선물이 라고, 그런데 그냥 그렇고 그런, 이런 결과, 예상 밖의 결과를 마주하면 기운이 빠진다. 언제 끝날 것 같다는 타이밍, 내가 ‘언제’를 예상할 수 있나. 할 수 없다. 할 수 없는 것을 예상하고 필연으로 확신해서 실망하나. 실망으로 힘 빠지는 것뿐만 아니라, ‘언제’만 집중하면 이 기간을 대응하는 올바른 태도를 가질 수 없다. 문제는 ‘언제’가 아니라 ‘어떻게’ 아닐까. 사건을 대응하는 자세를 바꾸자. 우연을 필연으로 확신하지 말자. 내가 할 수 없는 영역에 대해 기대, 예상, 확신하지 말자. 지금 이 순간에 할 수 있는 할 일을 즐기자. 그런데 기운이 빠져 즐길 힘이 없다.      


매달 20일 월급날, 어머니께 용돈을 보냈다. 어머니, 아버지께서 날 키우면서 쓴 돈에 비하면 투자 회수율이 저조하다. 지금 실직자라 소득이 없는 데 돈을 보내야 하나 고민하다가, 당분간 저축해 놓은 돈에서 보내면 된다. 오히려 놀고 있는 아들 돈을 받는 어머니 마음이 더 어떨지 조심스럽다. 용돈 조금 가지고 속이 상할까 싶지만, 한때 소위 ‘내려놓는다’라는 어떤 기준까지 포기하는 것이 유행했던 것처럼, 적은 돈이라도 내 자존심, 어머니 자존심까지 내려놓아야 하지 않을까. 아니, 근데 실직자가 뭘 더 내려놓아야 한단 말인가. 아니 뭘 위해서 내려놓아야 하나. 아니, 그냥 오는 20일 전에 다시 취직했으면 좋겠다. 오늘이 2일인데, 이제 18일 남았다. 이런 18. 어머니께 용돈이라도 드린다며 자식 도리 하는 것 같아 으쓱했던 월급날이 이제는 우울하게 변했다. 돈, 좋지. 그러데 실직자 아들이 자존심 때문에 보내는 용돈에 어머니는 어떨까. 분명히 마음 쓰릴 게 뻔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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