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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창우 May 26. 2019

사색61. 부패

4월 22일(화)

오전 10시에 일어났다. 일찍 일어나다니, 놀랍다.      

A사, B사에 지원서를 보낸다. A사는 오래전부터 같이 일해보고 싶었던 사장이 있다. 내가 어떤 사장과 함께 일하고 싶다는 게 취직에 충분한 조건은 아니다. 보통 내 기대와 결과는 전혀 매칭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B사는 구미가 당기지는 않는데 내가 짤린 회사 바로 옆이라, 혹시 여기 채용되면 뻔뻔하게 전 사장 얼굴을 다시 마주하며 다니고 싶다. 여하튼 채용 공고에 맞춘 지원서 작성을 마친다. 기회가 올지 모르겠다.      


오늘자 중앙일보, 조선일보를 읽는다. 중앙일보는 이번 세월호 사건의 원인을 청진해운회사의 소유주인 '유 씨 일가의 문제점'으로 기조를 잡는 것 같다. 유 씨 일가의 부정부패로만 본다면 이번 사건의 구조적인 원인을 살피는 접근이 될 수 없다. 어느 회사도 마찬가지겠지만 2500억 원 규모 자산을 굴리는 회사에 부패 혐의가 없을 수 있나. 또, 언론은 해수부 고위공무원이 은퇴 후 선박협회로 재취업하는 알력 관계, 관리자와 관리 대상자의 이해관계에 집중한다. 이는 비단 해수부뿐만 아니라 정부 각 부처에서 일하는 관료들 모두 퇴직 후 나중 자회사 비슷한 구조의 회사에서 자기 자리를 준비하거나, 혹시 제안받을 수 있다는 함수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소수 경제학자는 은퇴 후 갈 수 있는 민간 회사(주로 로비, 대관)에서 얻을 급여가 높아야 공직에 있을 때 부패를 저지를 유인이 줄어든다며, 전관예우 같은 것도 현실적으로 이해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나 검사를 해야 할 감독 기관이 검사 대상 유착 관계가 발생하는 건 단순히 고위 공무원의 퇴직 후 자기 미래 준비를 한다는 개인의 유인 범위를 벗어나는 문제다. 혹자는 박근혜 정부에 대해서 비판하는데, 누구의 임기에서 일어난 리더십의 문제라기보다는 정부가 존속해온 동안, 정부 자체의 문제이다. 구조를 건드리기란 얼마나 힘든 일인가. 스스로 문제라고 인식할 수 있는 것도 대견할 정도의 일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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