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몸과 마음이 하나라고 굳건히 믿는다. 바꿔 말해, '영혼'이 따로 존재한다고 믿지 않는다. 자유 의지도 믿지 않는다. 이 주제로 친구와 논쟁을 했는데 그가 이렇게 말해서 졌다. 우리가 아직 영혼을 '측정'할 방법을 찾지 못했을 뿐이야. 캬.
나의 박사 논문 주제에 대해 동료와 얘기를 나눴다. 동료는 내 주제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를 건드리기 때문에 100% 진실을 쓸 수 없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실제로 파일럿 스터디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몇몇 참여자들이 어떤 부분에 대해서 삭제해달라고 요청했다.
나는 씩씩대며 말했다. 내가 10% 정도의 진실을 써낸다면, 나 다음의 누군가가 11%의 진실을 쓰겠지.
여유가 생긴다면 점점 내 생존에만 유리한 것을 편애하지 않는 방향으로 쓰고 싶다.
고민은 없어지지 않는다. 장르와 주제만 바뀐다. 난 그게 점점 재밌다.
올해 처음으로 생일을 적극적으로 맞이했다. 케이크도 주문하고, 축하를 적극적으로 요구했다. 생일은 늘 존재론적인 고민에 휩싸이는 음울한 날이어서 성인 이후로 대부분 알바를 하면서 보냈다. 어릴 때도 해본 적이 없는 '오늘은 내가 주인공' 역할을 수행하면서 속으로는 내 생일이 권력처럼 작용할까 봐 평소보다 남의 눈치를 더 살폈다. 매년 하다 보면 늘겠지. 이것이 평생교육인가.
요즘은 성격적 장점과 단점의 구분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장점과 단점으로 발현되는 환경이 있을 뿐이다. 버터나이프로 스테이크가 안 썰린다고 분풀이를 하지 않는 것처럼. 덕분에 누군가를 편집해서 좋아할 일도 미워할 일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