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상자
행복하세요?
행복하세요!
둘은 같은 말처럼 들리지만 어감에 따라 다르게 들린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하는 생각에 몇 개월을 고민한 적도 있었다. 그러던 내가 올해 정말 행복했던 때가 있었다.
마음이 아픈 어떤 친구와 한 달간 같이 일을 한 적이 있었는데, 둘 모두 아픈 상태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위로가 되던 때였다. 아침이면 웃는 얼굴로 인사를 하고 커피 한잔과 담배 하나로 모든 게 다 안정적이고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영국에서 미술을 배운 친구였는데, 예의상 하는 말로 내 그림이 좋다고 말해주곤 했다.
어느 날 그 친구가 문득 말했다.
'사장님은 사물을 보지 않으면서 그림을 그리는 것 같아'
'내가 그랬나?'
'그러면 한번 도화지도 보지 말고 그려봐'
'...'
그 친구의 말에 잠시 생각한 뒤 그려 나갔다.
'아침에 사람 냄새나는 이와 만나는 건 행복하다.'
그림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잘 보이는 곳에 붙여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