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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쵸 Feb 17. 2023

빈집

공상과학

그 남자가 어릴때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었다.


'멋진 집을 사겠다. 돈을 많이 벌겠다. 행복하게 해주겠다.'


그 모든 이야기가 대부분 미래에 어떻게 하겠다는 등의 말이었다. 현재에 무얼 어떻게 하겠다. 어떻게 즐기겠다는 생각은 도통 없어 보였다. 조금은 가여운 느낌의 그 남자였다.


그 남자가 중학생때 였던걸로 기억한다. 소아마비를 앓고 있는 동네 친구가 있었는데, 태어 날때부터 한쪽 다리를 움직이지 못하는 불편함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등하교 할때면 그 남자가 친구의 가방을 들어주곤 했다. 집이 근처라는 이유도 있었고, 평소 예의 바르고 정이 많은 그 남자의 성격이 그럴만 했다.

그는 친구의 집을 항상 부러워했다. 커다란 이층집에 잔디가 깔려있는 마당, 티비에서 보는 부잣집의 모습이었으며, 그런 공간에서 가족들이 항상 화목하게 남부러울것이 없이 살아가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층집과 잔디마당과 같은 그런 물질적인것도 부러움의 대상이었지만, 사실 가장 부러워한 점은 화목한 가정의 모습이었다. 그런 화목한 모습을 만들 수 있는 동력이 무엇인가 골몰히 생각하곤 했다. 아마도 어린시절 부모님의 잦은 부부싸움으로 인한 연유가 아닌가 하다.


여튼 어린 마음에 그런 친구의 가정을 보면서 자신의 가족도 저런 모습이었으면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한 방법으로 생각해낸 것이 돈을 많이 벌어 멋진 집을 사고, 그 공간에서 돈걱정 없이 살아간다면 그런 가족을 만들 수 있을거란 결론을 다다랐다. 생각해보면 뜬금 없는 생각이지만, 티비에서도 항상 단란한 가족은 그런 집에서 살고 있으며, 커다란 강아지와 예쁜 옷을 입은 어머니와 멋진 양복을 입은 아버지 그리고 귀여운 여동생등등 뭐 그런것들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었던것 같다. 그 남자는 가족의 모든 문제가 경제적인 이유에서 출발 한다는 조금은 조숙한 생각을 그때부터 시작한듯 하다. 그래서 그는 지금도 가끔 이런 말을 자주 하곤 한다.


'세상에서 제일 해결하기 쉬운 문제가 어찌보면 돈으로 해결하는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성인이 된 뒤에 돈을 벌기 위해 노력했다. 그당시 가세가 좀 기울어 부모님들은 그 남자에게 어떤 지원도 해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홀로 아무런 자본금이 없이 돈을 벌어야했다. 그럴려면 회사에 취업하거나 공무원이 되어선 불가능할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사업을 시작했고, 계획한대로 서른이 되기전 집을 구입했다. 물론 그가 원하던 잔디깔린 마당에 근사한 이층집은 아니었다. 그 정도면 기뻐할만도 했지만 그는, 이제 조금만 노력하면 원하던 목표에 다가갈 수 있어라 생각하며 자신에게 더 채찍질을 하였다. 계속된 채찍질 덕분인지 그는 그가 바라던 그런 공간을 얼마후에 얻을 수 있었다.


'어떻게 그 나이에 돈을 모아 집을 살 수 있게되었어?'


가끔 지인들은 그에게 묻곤했다. 그럴때면 그는 별다른 방법은 없었다고 말한다. 그냥 돈을 벌어야 겠다는 목표가 있었고, 그것을 위해서 열심히 일하고, 말그대로 전력투구 했던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은 없었던것 같다고 대답했다. 특히나 부모나 지인들의 도움을 받을 형편도 아니었기에 현실 인식이 정확했던것 그게 주요한 요인 이었던것 같다 했다. 그 남자는 노동의 가치를 중요시 하는 사람이었다. 노동의 결과는 절대 그를 배신한적이 없었다. 무슨 일이든 결과와 상관없이 끝까지 하면 무조건 이루어진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점이 그 남자로 하여금 다양성을 바라보지 못하는 시각을 갖게 한점은 아쉬운 대목이었다.


그에게 있어 집이란 가족의 안녕과 행복을 담아주는 그릇이었기에 그도톡 간절히 원했던 것이다. 다만 그 목표가 이루어진 이후 그 집에 같이 살고 싶어하는 가족은 그 주위에 아무도 없었다. 안타까웠다. 그도 그럴것이 그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리면서 주변을 살펴보지 못했으며, 지금보단 미래의 모습에만 집착한 나머지 가족간의 정을 쌓을 만한 어떤 추억도 나누지 못했다. 그는 단지 집을 갖고 싶었던것이 아니었는데, 결과적으로 잘못된 선택을 했던것 것이다.


그 남자는 집을 구하기 위해 들인 시간들이 후회되었다. 그 시간 차라리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으로 선택했다면 집이 없어도 그가 꿈꾸던 그런 이상적인 가족을 만들 수 있었을지 모른다. 오히려 지금에 와서 그는 가족들과의 시간이 어색한 사람이 되었다. 생각은 있지만 울타리속에서 살아가는 방법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 되었다.  항상 현재보단 미래의 모습만을 바라보는 그에게 가족들도 등을 돌리게 된것이다. 결국 그는 가족뿐 아니라 어느 누구와도 현재를 즐길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 그간 들인 시간과 노력의 양만큼이나 되돌리기란 어려웠다.



그가 그토록 원하던 커다란 이층집은

가족은 물론, 그도 없는 빈집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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