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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쵸 Mar 14. 2023

불안감

공상과학


새벽에 눈이 뜨여졌다.

어딘가 놓아둔 핸드폰이 있을것이다. 핸드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정확히 새벽 4시.


평소보다 두시간이나 이른 시간이었다. 그녀의 가슴에 답답한 마음과 불안감이 밀려왔다. 자신도 모르게 어금니에 힘을 주었다. 창문을 열어 고개를 내밀어 하늘을 바라 보았다. 눈에 띄는 별이 하나 있었다. 그리고 화장대 위에 있는 아이코스를 피웠다. 함께 가슴에 응어리지던 답답함이 조금은 가시는듯 했다. 그래도 여전히 남은 불안감은 어금늬에 힘이 들어가게 했다. 문득 시원한 커피한잔을 마시고 싶었지만 집에 그 흔한 믹스 커피도 하나 없었다. 평소 좋아하는 아메리카노를 한잔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지금 이 시간에 문을 연곳은 없기에 아침까지 기다려야 한다. 다시 눈을 감고 다시 잠에 들려고 노력했지만 원하는것에 대한 집착감이 원인인지 잠이 오지 않았다. 그래도 자려고 노력 또 노력했다.

 

이제 오픈한 커피집이 있을 만한 시각이다. 포털 사이트를 열어 주변 검색으로 현재 오픈한 카페가 있는지 검색해 보았다. 다행이 이곳에서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오픈한 가게가 하나 있었다.

아직은 쌀쌀한 기운이라 두꺼운 츄리닝에 커다란 점퍼 차림으로 문을 나섰다. 가까운 거리지만 가본적이 없는 곳이었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주로 다니는 길에 있는 것이 않아 그런거라 생각했다. 그래도 커피 매니아인 그녀가 근자의 거리에 있는 카페를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건 참 의아한 일이었다.


한 골목 떨어진 저곳에 조용한 커피집 하나가 있을 것이다. 작고 오래되어 보이는 카페였다. 카페라 하기엔 너무 빈티지한 느낌이라 커피집이라는 단어가 더 잘 어울리는 곳이었다. 회색 담벼락을 마주하고 있는 그 커피집앞엔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알쌍한 느낌이 풍기고 있었다. 쉽게 들어가기 힘든 알 수 없는 그런 느낌. 그렇지만 반대로 서정적이고 조금은 슬픈 느낌을 가진 작은 커피집이었다. 뭔지 모를 매력에 휩싸여 나는 그곳으로 들어섰다. 우선은 시원한 아메리카노가 너무 마시고 싶었기 때문이다.


서둘러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주위를 둘러 보니 아침 햇살이 창으로 투영되어 부서지는 보석과 같았다. 마당의 앙상한 가지들로 인해 그려지는 그림자가 햇살과 대비되어 분위기를 더해주었고, 오래 되어 보이는 물건들이 중구난방으로 진열되어 있었다. 어떤 통일성도 없는 이런 인테리어가 낯설었다. 그냥 주인이 쓰다고 그곳에 두어 지금의 그자리가 된것 같은 그런 모양새였다. 그렇지만 정감이 갔다. 꾸미지 않은듯 한 그런 모습이 솔직해보여 좋았다. 짙은 나무색, 베이지의 햇살, 짙은 회색의 그림자, 보석처럼 반짝이는 먼지들까지 모두 좋았다. 실내는 시간이 멈춘듯한 공기의 부서짐이 느껴지고, 한쪽에서는 커피를 제조하는 소음이 들렸다. 스피커로 들려 오는 기타연주곡을 듣는 난, 아침의 이유 모를 짜증을 잊은지 오래였다.


잠시 후 저음의 목소리로 '맛있게 드세요'라는 말과 함께 커피가 건네졌다. 커피에서 피어오르는 김이 마치 향을 피운듯한 그런 부드러운 움직임과 함께 춤을 추고 천장으로 향했다. 고개들어 바라본 천장은 석가래가 오랜 시간을 버티고 내려다 보고 있었다. 오래된 곳이구나 하는 생각이 커피의 시간과 함께 내 마음을 적셨다. 순간 생각이 들었다.

'난 아이스 커피를 주문했는데...'

 따뜻한 커피가 나왔다. 조금 고민했다. 커피를 바꿔 달라 할지 아니면 그냥 마실지를 고민했다. 하지만 그냥 마시기로 결정했다. 왜냐하면 오늘의 모든 과정은 나의 생각과 달리 너무도 편안하고 순탄하게 흘러 가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따뜻한 커피 한모금이 나의 몸의 긴장감을 모두 내려 놓게 해주었다. 새벽에 눈을 떠서인지 졸음이 밀려왔다. 잔에 담겨있는 커피가 조금 파장을 일으키고 있었다. 조금씩 커져가고 있었다.


잠시 잠에 들었던것 같다. 눈을 떠보니 사람들이 실내에 거의 차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난걸까? 핸드폰의 시간의 확인해 보니 오후 5시 15분을 가르키고 있었다. 그 동안 잠이 들었나 보다. 커피는 식어 있었다. 다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잔 더 주문했다. 점원이 바뀌었는지, 여직원이 커피를 건네주었다. 시원한 한잔을 쉬지 않고 마신후 카페를 나왔다.


커피집 맞은편 담벼락에 비친 햇살도 조금은 저녁의 빛깔로 들어서고 있었다. 햇살이 따스한 그곳에 고양이 두마리가 나란히 앉아 있었다. 그리고 나란히 그녀를 바라 보며 눈인사를 해주었다. 그녀도 눈인사를 했다.



그리고 눈을 떴다. 갈증이 났다.

'커피가 마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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