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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쵸 May 12. 2023

미라이

공상과학

도쿄의 세련된 이층칩에 살고 있는 미라이씨는 30년간 결혼생활을 성실히 수행 하며 살아온듯 합니다. 성실한 아버지, 다정한 남편이자 아들로서 잘 살아온게 틀림없습니다. 그의 프라다 반지갑에 끼워있는 가족사진만 봐도 알 수 있지요.

하지만 그는 걱정이 하나 있습니다. 자신의 미래에 대한 걱정입니다. 흔히 도쿄에 사는 가장으로서의 하는 그런 걱정은 아닙니다. 치매에 걸릴 수도 있다는 걱정입니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치매로 인해 자신의 젊은 날 저지른 단 한번의 부정이 들통날지 모른다는 걱정이지요.


그는 결혼 하고서 얼마되지 않아 후미코라는 여성을 알게 되었습니다. 후미코는 미인상은 아니었지만 미라이씨는 그녀의 목에 있는 커다란 반점을 좋아했습니다. 대략 10센티 가량되는 커다란 반점이었는데, 미라이는 여성의 반점에 매력을 끌리는 요상한 취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물론 그의 아내는 그의 취향을 모른답니다.

어느 누가 봐도 이상한 느낌을 주기 충분한 관계였습니다. 비록 삼십대 후반의 아저씨지만 누구보다 성공했고, 세련된 모습을 가진 그가 누가봐도 센스도 없고 남루해 보이는 그녀를 그렇게 사랑스런 눈빛으로 본다는걸 이상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렇기에 어느 누구도 그가 그녀와 그런 부정의 관계라 생각하는 이들은 없었습니다.


"미라이 나 오늘 예약했어"

"무슨 말이야"

"나 성형외과에서 이 목덜미의 반점을 제거하기로 했어"

후미코가 말했다.


그는 그녀의 말에 조금 당황했지만 그래도 그녀의 컴플렉스였던 반점을 없앨 수 있다며 흥분해 하는 그녀에게 반대의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후미코는 사진을 보냈습니다.

요상한 이모티콘과 함께 반점이 없어진 목덜미 사진을 보냈습니다. 그렇습니다. 미라이는 이제 그녀에게서 어떤 매력도 느끼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를 사랑했던 기억은 남아있습니다. 그게 마지막이었습니다.



미야자끼 미라이씨는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습니다. 그의 아버지도 치매에 걸렸고, 그의 할아버지도 치매에 걸렸습니다. 치매가 유전인지는 모르지만 두분 모두 치매걸렸기에 불안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의 아버지가 치매에 걸렸을때 어떤 여성의 이름을 말했는데, 한번도 들어본적이 없는 이름이었습니다. 아마도 어떤 형태로든 아버지의 기억에 오랫동안 남았던것만은 틀림없습니다. 그래서 미야자끼상도 불안합니다. 만일 치매가 걸린다면 병상 또는 집 어딘가에서 젊은 날 아내 몰래 바람을 피운 후미코란 이름을 말할지도 모릅니다.


미야자끼는 운동을 합니다. 치매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 입니다. 미야자끼는 후미코란 이름을 생각하지 않으려 합니다. 이 두가지를 노력합니다. 어느 순간 그는 나이에 비해 젊어 보이는  몸과 건강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후미코라는 이름은 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막내가 아내가 될 여자를 데리고 왔습니다. 이름은 후미코라 합니다. 큰일입니다. 미야자끼는 후미코를 지우려 했습니다. 큰일이라 생각했습니다.


'잊어야 할 사람과 며느리가 될 사람의 이름이 같다니 평생 이 이름은 잊을 수 없겠군'


하면서 단념하기로 합니다. 후미코는 우주를 가졌지만 그 우주를 버렸다. 그건 날 버린것과 같다라는 이상한 생각으로 걱정과 불안으로 부터 벗아나려 합니다. 그리고 한편으로 다행일지 모른다 생각했습니다. 후미코가 며느리가 된다면 혹시 치매가 걸려 후미코란 이름을 불러도 그건 며느리라 생각할테니까요.

그후 미라이씨는 후미코와의 추억을 마음껏 생각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 행복만큼 그는 운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필요성이 없어진것입니다. 그리고 결국 치매에 걸렸습니다. 하지만 임종전까지 후미코란 이름은 그에게서 나오지 않았습니다.


아무도 후미코 존재를 알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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