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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cony Review Oct 22. 2020

행복한 할머니 운 좋은 진흙

조금은 유별난 암 투병일기 (마지막 이야기)

와이프를 떠나보내고 나는 정말 미친 사람처럼 울었다. 와이프가 눈 감던 순간이 너무 생생했다. 눈을 감은 와이프는 이젠 안 아프다고 안심시켜주듯이 엷은 미소를 띠고 있었고 그 모습조차 너무 이뻤다. 


괴로운 일은 바로 입원하고 있던 병원의 장례식장에 전화를 했더니 오늘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몇 군데 병원에 전화를 돌린 뒤에야 우린 장례식장을 정했고 그리고 가족들은 미리 병원으로 나는 와이프 옆에서 같이 장례식장의 차를 기다렸다. 와이프의 몸은 아직 따뜻했다. 이렇게 편안하게 자는 모습을 보는 것도 오랜만이었다. 병원 오고 나서는 항상 괴로운 잠을 잤기에. 얼마나 괴로웠을까. 난 그렇게 괴로운 것도 모르고 무작정 내 곁에 있기만을 바랬던 건 아닌지. 


우리 사랑하는 와이프 잘 가요 안녕 내천사




2-3년간 투병을 하면서 난 거의 내 사람을 만나지 않았다. 연락도 거의 씹었고 먼저 연락을 하지도 않았던 것 같다. 


장례식장에서 한 사람 한 사람 얼굴이 나타날 때 난 왜 그렇게 눈물이 났는지 모르겠다. 너무 반가웠고 얼굴을 보는 것 자체로도 위로가 많이 되었다. 


그런 위로들을 받아서 난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슬픈 며칠임과 동시에 행복함을 느끼기까지 하였다. 



지나고 봐서 생각하니 와이프의 마지막까지의 행동들은 정말 기적 같은 일이었다. 


자신의 영정사진을 고르고, 나 부모님 아들에게 각각 편지를 쓰고, 그리고 심지어 눈 감기 2시간 정도 전에 나랑 장모님한테 갑자기 셀카를 찍자고 하였었다. 병원 와서 자기 못생긴 모습 싫다고 사진 그렇게 찍기 싫다고 하더니. 와이프는 끝까지 정신을 잡다가 이젠 됐다고 생각했나 보다. 


친구들도 다 보고 아들도 보고 편지도 썼으니 이젠 가도 된다고 생각했나 보다. 


난 준비 안됐는데. 그래도 네가 준비됐다니 다행이야. 잘 가야 돼, 정말. 잘 있어야 돼. 거기선 기침하면 안 돼. 뛰어다녀. 나도 금방 갈게. 아들 잘 키워놓고 너가 잘 볼수있게 멋진 아빠 아들로 잘 살아갈게. 너무 보고 싶어. 


너 블로그 제목처럼 항상 행복한 할머니 같다고 운 좋은 사람 같다고 느껴줘서 너무 고마워. 나도 진짜 행복한 할아버지고 운 좋은 사람인 것 같아. 이제야 깨달어. 사랑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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