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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cony Review Jul 07. 2021

52시간제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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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52시간제가 시행되면서 (특히 스타트업들을 포함한 작은 회사들까지 적용이 되면서) 많은 토론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토론들은 역기능보다 순기능이 많을 것이라고 믿으며 완벽한 규제는 없기에 앞으로 규제가 더 다듬어지는데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런 획일화된 규제에 비판은 하기 쉽지만 또 그만큼 나은 대안을 제안하기도 힘든게 사실. 


일단 52시간제가 시행되기로 한 이상, 단순한 저항과 반대로는 이 규제를 엎지는 못할 테다. 하지만, 차분하게 왜 이런 획일화된 규제가 문제인가를 살펴봐야 하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생각한다. 뚜렷한 대안을 제시한다기보단 생각의 정리를 위해 메모해본다. 


먼저, 일주일에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똑같다. 이렇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에 대한 선택은 개인에게 있다고 믿는다. 그럼, 52시간 (꼭 52라는 숫자가 중요한 것은 아니고 평균 이상으로 일하는 시간 XX) 이상 일하게 될 경우가 무엇이 있을까?


1) 고용주의 파워로 어쩔 수 없이 평균 이상으로 일하게 사람들

2) 사회적 압박으로 평균 이상으로 일하게 되는 사람들

3) 먹고살기 위해 평균 이상으로 일하는 사람들

4) 선택적으로 평균 이상으로 일하는 사람들 


이 밖에도 있을 테지만 이런 4 부류가 있다고 쳐보자. 


1) 고용주의 파워로 어쩔 수 없이 평균 이상으로 일하게 사람들

1)의 경우가 52시간 제도의 아마도 순기능이 적용되는 부분일 것이다. 기본급이 너무 낮고 계약직의 경우 시간당 수당을 받게 된다면 일정 이상 수입을 올리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52시간 혹은 그 이상 일을 해야 한다. 그리고, 만약 내가 52시간을 일을 안 했을 때 그 누군가에게 자신의 기회가 돌아가서 날리게 되는 기회비용을 고려 안 할 수 없는 고용적 관계에서 약자의 위치에 놓인 사람들이다. 52시간제로 이 분들의 과로/피로로 산업재해가 발생하거나 그 외의 피해가 오는 것은 조금을 줄일 수 있지 모르나, 이들도 추가로 수입을 올릴 기회가 없어지는 것은 문제이다. 이것을 방지하기 위해선 기본급의 증가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이런 면에서 고용주는 반대의 스탠스를 일하는 사람들은 찬성 스탠스일 가능성이 높다.


2) 사회적 압박으로 평균 이상으로 일하게 되는 직원들

2)의 경우는, 52시간제에 찬성 스탠스일 가능성은 높다. 상사의 눈치를 봐야 하고 같은 포지션의 동료는 52시간 이상을 일하는데 자신은 그러지 못할 경우 자신에게 불이익이 돌아올 것 같은 사회적 압박에 어떻게 보면 '억지로' 일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 어떻게 보면 이런 문화적 그리고 사회적 요인을 막기 위해 규제를 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불필요해 보일 수도 있다. 쓰는 시간과 결과가 꼭 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우리가 잘 알고 있지만, 어떻게 보면 효율보다는 성실함과 노력을 중요하시 하는 문화 그리고 옆의 사람과 비교를 하는 문화적 요인들 때문에 일어나는 일들이다. 이러한 사회적 비효율성을 줄이는 차원에서 52시간제는 한 번에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는 제도이긴 하다. 하지만 문화라는 것은 쉽게 바뀌지 않는 것이기에 편법 혹은 사각지대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고용주 입장에서도 형식상 야근 수당을 위해서 평균 이상을 일하던 지출이 살아지는 것은 좋은 점일 수도 있겠다.


3) 먹고살기 위해 평균 이상으로 일하는 사람들

3) 4)의 경우 다른 예도 있겠지만 창업과 창업자가 고용한 직원들이 좋은 예이다. 


보통 창업에는 push- (어쩔 수 없이 하는 창업)과 pull- (기회에 이끌려하는 창업)을 나눌 수 있다. 물론 후자의 경우도 먹고 살 돈은 벌어야 하지만 push에 해당하는 창업들은 주로 자영업자들에 해당한다. 이러한 자영업자들의 예로는 길거리에 있는 식당, 커피샾 등을 들 수 있다. 이들은 임대료, 알바 고용 등을 감당하기 위해 평균 이상으로 일하는 게 다분한 타입이다. 


이런 자영업자들이 고용한 직원들은 어떨까? 시급을 받는 알바의 경우 1)의 경우에 해당될 수 있고 월급을 받는 직원의 경우 1) 2) 다 해당될 수가 있다. 그리고 만약 52시간제로 인해 1명의 알바가 아닌 2명을 고용해야 하는 경우, 1명의 직원이 아닌 경우 2명의 직원이 나올 가능성이 생긴다. 그런 면에서, 고용주는 52시간제의 피해를 받을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물론 52시간 이상 한 직원을 써야 하는 게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만약 해당하는 직원들이 나의 생계를 꾸리기 위해 지금 최저임금으로는 52시간으론 부족해!라고 말할 수 있을 수도 있다. 또한 과로와 피로 그리고 과다한 스트레스가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직업군에서는 52시간제가 순기능이 있을 수 있겠다. 


4) 선택적으로 평균 이상으로 일하는 사람들

4)의 경우는 위에서 나온 창업자의 분류에서 pull- (기회에 이끌려하는 창업)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창업자들은 당연히 52시간이 문제가 아니라 일주일 내내 일을 하는 경우도 많을 테다. 특히 이러한 스타트업에서는, 지금의 월급/연봉보다는 미래의 업사이드를 보고 일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최저임금보다 덜 받으면서 일하는 경우도 수두룩 할 테다. 그렇기에 창업자들은 52시간제에 적용을 받지 않고 이러한 면책조항은 타당하다고 볼 수 있겠다.


마찬가지로 중소기업이나 대기업에서 기업에서의 미래를 보장받기 위해 선택적으로 드물겠지만 (사회적 압박에 관계없이) 평균 이상으로 일하는 사람들도 있을 테다.


그럼 스타트업 직원들은 어떨까? 


스타트업 직원들은 초기 직원일 경우에는 지분을 부여받을 수 있다. 이런 경우도 52시간제가 적용되는 것은 조금은 불합리적이다. 일반 월급제와 다르게 이런 초기 직원들 같은 경우도 주 40시간에 역량에 맞게 대우를 안 받는 경우도 있고 그만큼 그 기업의 미래를 미리 지분으로 받은 경우이기에, 자신이 더 일하는 시간이 그 페이오프에 맞게 비례한다고 믿는 경우이다. 


그럼 스타트업이라고 1)과 2)의 경우가 없을까? 있을 수 있다. 지분이 없는 직원, 그리고 계약직이나 인턴들. 여기서도 또 두 부류로 나뉜다. A) 선택적 스타트업 취직: 대기업이라는 좋은 직장을 박차고 나왔거나 스타트업의 업사이드에 매력을 느껴 스타트업에 조인한 선택적 스타트업 직원, B) 필요적 스타트업 취직: 그리고 대기업/중소기업을 시도해보았지만 갈 곳이 없어서 어쩔 수 스타트업에 취직한 스타트업 직원. 


전자 (A)의 경우, 동기부여가 확실하기 하고  이 스타트업의 미션 혹은 대표의 비전에 어필이 되어 조인을 하였기 때문에 주 52시간제가 합리적이지 못하다. 이 분들은 더 일하고 싶을 테다. 일과 생활의 구분이 없는 게 바람직하다고만 볼 순 없지만 일부 사람들의 경우 "인생을 갈아 넣을 정도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 


후자 (B)의 경우는 조금은 덜 좋은 스타트업 및 작은 기업에 더 종종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는 위의 1) 2) 케이스가 또 해당될 가능성도 있다. 


결국 여러 케이스들을 살펴보면 52시간제가 그나마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는 경우는 1)과 2), 그리고  4)의 B정도인 것 같다. 획일화된 규제의 문제는 이들뿐만 아니라 모두를 규제하기 된다는 점. 보통 한국의 규제들의 문제는 5%의 문제 때문에 나머지 95%도 규제를 하는 게 문제라고 느꼈었다. 이번에는 5% 보다는 큰 그룹의 문제를 다루긴 하지만 획일적이어서 문제인 것은 마찬가지. 나라고 뚜렷한 대안이나 해결책을 제안할수있는것은 아니지만 이런 정책과 규제들에 조금 더 섬세함이 있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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