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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cony Review Mar 26. 2020

현실과 희망 사이

조금은 유별난 암 투병일기 (7)

며칠 뒤 와이프는 일주일 금식과 함께 게실염에서 회복하였다. 안 그래도 마른 몸에서 4kg가 더 빠졌다. 


종양내과 교수님과 외래를 잡고 집으로 왔다. 


앞으로 어떤 치료를 받게 될까? 이제 와이프는 4기 암 환우였다. 4기 암 환우는 완치가 아닌 수명 연장을 목표로 치료를 한다고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난, 남편인 난, 와이프를 위해 뭘 할 수 있을까? 머릿속이 복잡했다. 


너무 갑작스러웠지만 우리는 일단 바람을 좀 쌔기로 했다. 강원도에 1박 2일로 그날 예약 가능한 숙소를 잡고 바로 출발했다. 


가는 길에 뮤지엄 산에 들려서 뚫린 공간에서 산책도 하고 아야진 바닷가에 도착하였다. 


그날 우리는 언제나 그랬듯이 진지한 얘기를 많이 하였다. 삶과 죽음 그리고 그 이후에 대해서. 


와이프가 암에 걸린 이후로 난 항상 와이프와 나의 감정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게 어려웠다.


와이프의 개인적인 감정인 '모든 사람은 죽어. 난 좀 더 일찍 죽는 것뿐이고 그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해'와 나의 개인적인 감정인 '아무리 그렇지만 더 살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진 않았으면 좋겠어' 


'좀 더 일찍 죽을 가능성은 높아졌지만 더 살려고 노력해보자' 정도로 추후에 결론이 낫지만 와이프는 끝까지 현실과 희망의 분리를 어려워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설악산 국립공원을 들려 내가 예전에 가봤던 한옥카페에서 커피를 한잔 하였다. 




외래 날이 되었다. 


3기 시절 마지막 항암을 하고 교수님을 뵀을 때 교수님이 이런 말을 했었다.

"이제 저 다시 보면 안 돼요. 알겠죠?"

그 말의 톤과 억양이 잊히기도 전에 우린 교수님 진료실 앞에 오게 되었다. 


교수님은 많이 안타까워하였다. 


현실적인 와이프는 현실적인 질문을 하였다. 

"교수님 저 죽어요?"


교수님은 한숨을 내쉬곤 말하였다.

"진짜 알고 싶어요?"


첫 질문 물어볼 때와 다르게 목소리가 좀 작아진 와이프는 "네"하고 대답하였다. 


"평균적으로 치료가 잘돼 면 2년 안되면 1년 정도예요. 근데 이것도 뭐 평균이니깐."


'이것도 뭐 평균이니깐'은 평균보다 오래 살 수 있다는 위로였을까? 아님 평균이기에 그것보다도 적게 살 수 있다는 경고였을까? 아직도 모르겠다. 위로이길 바랬었고 위로로 받아들였던 것 같다. 


난 와이프 앞에서 웬만하면 다시 안 울기로 다짐을 하였었고 우는 와이프를 가만히 안아주었다. 그리고 지난밤 알아놓은 건강한 유기농 음식을 파는 식당으로 차를 몰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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