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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cony Review Mar 30. 2020

병원 쇼핑

조금은 유별난 암 투병일기 (8)

밥을 먹고 집에 오는 길에 갑자기 문뜩 '이번에 쓰기로 한 약은 최선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선 항암 때 사용했던 Docetaxel (도세탁셀)과 이번에 사용하기로 결정한 약 두 개 Cisplatin (시스플라틴)과 Paclitaxel (파클리탁셀) 중 파클리탁셀이 암만 봐도 도세탁셀과 이름이 비슷한 게 찝찝하였다. 


네이버와 다음 카페 그리고 구글의 힘을 빌려 좀 알아보니 둘은 같은 Taxane계열의 약이였
다. 그리고 선 항암과 다르게 삼중음성 4기에서는 첫 치료가 병원/교수마다 조금씩 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우리가 파클리탁셀을 사용했을 때 암의 반응이 시원치 않았기에 또다시 Taxane계열을 쓰는 것이 의아했다. 다시 외래를 잡아보려고 하니 다음 항암 치료하기로 한 날짜 이전에 예약이 되질 않는다. 


난 일단 다른 병원들 교수들이라도 만나봐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날부터 항암 날까지 네 군데 병원을 돌면서 교수님들께 의견을 여쭤보았다. 


'삼중음성 유방암은 반응이 와도 어차피 얼마 가질 못해요'

'이걸 써도 그만 저걸 써도 그만인데 아마 주치의께서 잘하시는 분이니 생각이 있으셨을 거예요'

'저희도 해드릴 수 있는 게 없어요'


크게 도움이 되는 조언을 못 들었다. 


마지막 병원 방문을 마치고 근처에 내가 요즘 즐겨 찾는 검색어인 '유기농 식당' '건강 식당' 등으로 찾아낸 유기농 밀가루에 유기농 토마토로 직접 만든 소스를 쓰는 피자식당을 향했다. 와이프는 임신하고부터 피자를 참 좋아했다. 치즈를 늘여트려가며 정말 맛있게 먹는 와이프를 보고 '지금 이 상황에도' 행복했다.


집에 돌아가는 길 눈이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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