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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cony Review Apr 01. 2020

행복을 찾아서

조금은 유별난 암 투병일기 (9)

다른 항암 옵션을 열심히 알아보았으나 소득은 없었고 결국 4기 암환우로써의 첫 항암 날이 다가왔다. 이전 약들과 다르게 하루 전날부터 물을 2리터 마시고 오라고 돼있었고 '약이 엄청 독한가 봐' 이러면서 물을 원래 많이 안 마시는 와이프에게 물을 먹이느라고 애를 먹었다. 


정확한 진단은 삼중음성 유방암 4기 폐 전이였다. 그리고 쇄골에도 림프절에 암이 만져졌다. 하지만 항암의 부작용인 탈모나 오심 그리고 구토 외에는 기침이나 호흡곤란 등 폐에 병변이 있어서 생길 수 있는 증상은 1도 없었다. 


두 가지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오진아냐? 암 아닌 거 아냐?' 같은 이상적이고 감정적인 생각도 들었고 '남은 인생 중 오늘이 와이프가 제일 건강한 날일 수도 있어. 하루도 헛되게 보내지 말자' 같은 현실적이면서도 감정적인 생각도 들었다. 


와이프는 3기 환우 시절 모범 환우였다. 항암, 특히 세포독성 항암제를 쓸 때는 항암제에 의해 백혈구 특히 호중구가 많이 죽기에 감염에 위험하였다. 그래서 웬만하면 항암 하고 1-2주가량은 조심하는 편이 좋다. 와이프는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며 '안전'하게 보냈던 것 같다. 5달가량 항암을 하면서 응급실은 딱 한번 갔으니 나름(?) 선방한 거라고 우린 생각했다. 


하지만 4기 환우가 되고 나서는 달랐다. 와이프는 남은 인생이 1-2년인데 그 기간마저 집에서 보내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밖에 나가게 할 수도 없기에 보호자인 나로선 그 중간의 적당한 선을 찾았다. 그래서 우린 매 항암 사이클마다 여행을 하기로 하였고 첫 여행지로 제주도를 찾았다. 귤을 따는 아들과 아들의 웃음소리에 우린 낯선 행복함을 느꼈다. 


이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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