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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vid Feb 25. 2023

목숨이 달린 시험, 암 환자의 정기 검진

암 걸린 공무원 이야기

 암에 걸린 후 한동안 그때의 충격과 치료 과정의 고통에 대한 기억이 나를 지배했다. 하지만 시간은 어느덧 2년이 지났고, 성난 파도도 시간이 지나면 잔잔해지듯 가장 충격적이었던 2개월이 아닌 그 이후의 시간에 대해서도 되돌아볼 수 있는 차분함이 생겼다.


 정기 검진에 관심을 가지게 된 데는 치료 종료 후 고열로 응급실에 입원하면서부터이다. 비인두암의 경우 치료에 2개월가량이 소요된다. 최소 30회의 방사선 치료와 6회의 항암 치료(원격 전의, 즉 암이 신체의 다른 부위까지 퍼져 있는 경우는 더 오랜 기간이 걸린다.)가 필요한데 방사선 치료의 경우 평일에만 이루어지다 보니 7주 정도 걸리기 마련이다. 


 그 2달이 지나고 나면 내 몸은 앙상한 나뭇가지처럼 변한다. 힘도 없고, 의욕도 없고, 식욕도 없다. 누워 있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하려는 의지가 생기지 않는다. 치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음식을 삼키는 것조차 쉽지 않았고, 목소리도 잘 나오지 않았다. (부작용으로 장기간 목소리를 잃어 성대 관련 치료를 받는 환우분들도 있다)


 문제는 갑자기 열이 나면서 집 근처의 병원 응급실에 방문하게 되면서 발생했다. 본 치료 병원은 서울이었는데, 서울까지 가기에는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집 근처 병원을 방문했더니 CT 촬영부터 모든 검사를 다시 해야 했다. 본 치료가 끝났기 때문에 생긴 여유에서였을까? 난 치료 후 내 몸속의 암 덩어리가 얼마나 작아졌는지 궁금해졌다.


 병원에서 돈 만 원을 주고 CT 영상 CD를 받아왔다. 그런데 영상을 보고 나니 치료 전 CT도 보고 싶어졌다. 둘을 비교해 봐야 치료 효과를 알 수 있는 것 아닌가?


 서울 본 병원에서는 영상을 꽤 자주 찍었다. 치료 초창기에는 코에 있던 암은 2CM, 목에 있던 암은 4CM였다. 치료 한 달 후 찍은 영상에서는 코에 있던 암은 보이지 않았고, 목에 있던 암은 2.3 센티미터 정도로 줄어 있었다. 선생님께서는 치료 효과가 좋다고 하셨다.


 하지만 응급실에서 찍은 영상을 확인했을 때 나는 너무 실망했다. 암의 크기가 거의 줄지 않았기 때문이다. 암세포는 항암제에 내성을 갖는다고 하던데 내성이 생긴 것일까? 


 마음속에 불안이 생기면 인간은 어떻게든 그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 암 발병이 의심될 때는 암이 아니라는 증거를 찾기 위해 인터넷을 뒤졌고, 암 치료가 끝나고 나서는 암이 작아지고 있다는 증거를 찾기 위해 정기 검진 때마다 CT 영상을 구매했다. 매 번 만 원을 써가면서 말이다. ㅠㅠ


 암은 서서히 작아졌다. 1년이 지나니 1센티미터가량으로 줄어들었다. 중간에는 주치의 선생님께서 불안하시다며 조직 검사까지 시행했다. 결과는 '암세포 발견되지 않음'


 3개월마다 병원에 가서 CT를 찍고 진료를 받는다. 이제는 더 이상 CT 영상을 확인하지 않는다. 사실 내가 봐도 잘 알지도 못할뿐더러, 돈도 아깝고, 내가 신경을 쓰든 안 쓰든 암은 재발하면 할 거고 하기 싫으면 안 할 테니 그냥 신경 안 쓰기로 했다.


 아침마다 거울의 목도 안 쳐다본다. 한동안은 트라우마에 목의 혹이 커진 것은 아닌지 늘 확인했는데, 이제는 그렇게 불안해하느니 결과를 담담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적어도 불안감이 적어지니 몸에는 더 좋은 것 같다.


 그래도 마음 한 구석에 불안감은 있다. 혹시 이번 진료에는 암이 다시 발견되면 어쩌지? 이런 막연한 불안감. 그런데 그런 일이 생기면 그때 생각하련다. 그런 정신 상태가 바로 오늘, 지금 이 순간을 더 행복하고 즐겁게 해 주니까. 끝.


 이번 시험은 한 달 남았다. 잘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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