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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vid Mar 20. 2023

암 환자의 두 번째 코로나 경험기

 코로나가 중국에서 발생해 전 세계가 뒤집히고 정확히 1년 뒤 암 진단을 받았다. 암을 진단받기 전에도 코로나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사람들의 기억에서 흐릿해졌겠지만 코로나의 초기 사망률은 꽤 높았다. 또한 감염이 될 경우 직장에서는 그 책임까지 물을 기세였다.   

 암에 걸린 후에는 더욱 조심하게 되었다. 코로나는 노약자나 기저질환자에서 치명률이 높았는데, 암 진단과 동시에 나 역시 기절 질환자에 속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와 동시에 코로나 백신이 개발되었다. 문제는 백신의 안정성이었다. 물론 효과도 확인된 바는 없었다. 백신을 맞고 목숨을 잃거나 심각한 부작용을 앓게 된 사람들이 우후죽순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백신을 맞지 않기로 했다. 방사선 치료를 위해 요양 병원에 입원했을 때부터 백신 접종을 수도 없이 권유받았지만 계속 거절했다. 운이 없어서 죽어야 한다면 코로나에 걸려 죽는 게 덜 억울할 것 같았다. 암 치료 중이라 면역력이 약해진 상황이었기에 사람들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했다.


 퇴원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대부분 집에 있었으며 동네 뒷산에 갈 때는 마스크를 꼭 꼈다. 맞은편에서 다가오는 사람이 마스크를 끼지 않은 경우에는 속으로 열을 내며 스트레스를 받았다. 3달에 한 번씩 서울에 있는 병원으로 진료를 받기 위해 고속버스를 탈 때는 버스 안에서도 절대 마스크를 벗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문자를 하나 받았다.

 '확진자와 같은 버스에 탑승한 것으로 판단되니, 조속히 코로나 19 검사를 받기 바랍니다.'

 이런 내용이었다.

 놀란 마음을 겨우 진정시키며 근처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다. 다행히 음성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사람들은 코로나에 점점 무뎌져 갔다. 사망자도 점점 줄어들고 있었고, 바이러스가 몇 번의 변이를 거치며 약해지고 있다는 뉴스도 들려왔다. 감염자 수는 파도처럼 오르락내리락했지만 이제 코로나는 삶의 일부가 되어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마스크를 낀 것처럼 자연스럽게 여겼다. 나도 코로나를 조금씩 얕보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코로나에 걸렸고, 나와 내 딸에 전염됐다. 가족이 모두 걸린 것이다.

 

 코로나가 약해졌다는 것을 알았고 최근에 코로나에 걸린 사람들에게는 큰 부작용이 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두려움은 없었다. 집에서 자가 키트로 점검을 하고, 다음 날 병원에 가서 확진을 받았다. 며칠 정도 몸살 기운으로 힘들었지만 처방해 준 약을 먹고 쉽게 회복했다.


 그게 작년 9월의 일이다. 그 후로 코로나는 완전히 잊은 채 살았다. 이미 약해진 바이러스이고, 한 번 걸리면 면역 효과가 수개월은 지속된다기에 코로나 감염 걱정은 하지 않았다. 마스크도 의무적으로 껴야 하는 곳에서만 꼈다.


 그런데 지난주 월요일부터 몸이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이유 없이 힘이 없었다. 저녁에 요가를 해야 하는데 그곳까지 갈 힘이 나질 않았다. 수요일이 되어서는 목이 조금씩 간지럽기 시작했다. 오후가 되어 머리가 아프면서 계속 힘이 빠졌다. 코감기가 오나 싶어 이비인후과에 가서 약을 받아 왔다. 목요일에는 조금 더 심해졌지만 과 회식이 있어 회식에 참여했고, 저녁 늦게 집에 왔다. (늦었다고 표현했지만 9시가량이다. 술을 마시지 않기 때문에 이 시간이면 굉장히 늦게 집에 온 것이다.) 회식 때 먹은 삼겹살을 겨우 소화시키고 거실에서 잠에 들었는데, 그때부터 통증이 시작됐다.


 자정을 넘은 시간부터 동이 트기 전까지 지속적인 복통과 두통, 근육통이 이어졌다. 식은땀이 계속 났다. 아침 햇살에 눈은 떴지만 몸을 움직일 수는 없었다. 병원에 가보라는 아내의 말에도 그냥 누워 있을 수밖에 없었다. 도저히 일어날 힘을 낼 수가 없었다. 점심을 먹고 다시 잠들었고, 통증과 괴로움은 이어졌다. 오후 4시 정도 되었을까? 잠을 많이 자서인지 병원을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마침 장모님이 오셨고, 아내도 수액 주사를 맞으라고 노래를 불렀기에  병원에서 수액 주사도 맞아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평소 나는 수액 주사의 효능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생각을 바꾼 것을 보면 내 몸이 느끼는 고통이 꽤 심각했나 보다. 


 병원에 갔더니 간호사가 체온부터 잰다. 37.6도. 평상시보다는 높은 온도다. 열이 나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병원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사 선생님께 증상을 말씀드리니, 독감도 살짝 의심된다면서 3일 치 약을 처방해 주셨는데, 이전에 먹던 약보다 훨씬 강도가 센 약이라고 한다. 수액 주사를 맞고 싶다고 말씀드리니 염증을 줄이는 성분도 넣어주겠다고 하신다. 마지막으로 진료실을 나서며 코로나는 아닌지 여쭤봤더니 증상은 같지만 최근 코로나 환자가 적어서 굳이 권하지는 않는다고 하셨다. 


 수액 주사를 맞는 데는 30분 정도 걸렸다. 자주색 비트 주스의 색이다. 자색의 액체가 내 몸속에 모두 들어왔을 때 몸이 조금은 가볍게 느껴졌다. 집에 왔더니 언제 아팠냐는 듯 몸이 멀쩡하다. 몸이 건강하면 호기심이 발동하기 마련이고 내가 코로나에 걸린 건 아닌지 확인하고 싶어졌다. 


 결과는 내 이전 글을 읽어보신 분은 아실 것이다.

 그렇게 난 두 번째로 코로나에 걸렸다.


 진단 확정을 받고 추가적으로 약을 더 받아왔다. 목이 간질거리는 증상과 기침, 누런 콧물은 계속 나오고 있었지만 치명적인 증상은 없다. 물론 일반적인 코감기보다 증상이 더 오래 지속되고 있다. 그렇다고 건강에 위협이 되는 정도는 아니다. 


 최근 벌인 일들이 많았다. 공모전에 참여하기 위해 글도 많이 쓰고 있고, 책도 많이 읽는다.  월요일, 수요일에는 요가를 하고, 사이버 대학교 강의도 들어야 한다. 자꾸 욕심을 내며 일을 늘리다 보니 몸이 알아서 쉴 기회를 만들어준다. 참 다행이다. 한동안 브런치에 글 쓸 여유가 없었는데, 3일 연속으로 브런치에 글도 올리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암 환자의 두 번째 코로나는 독감 정도의 고통과 증상으로 지나가는 중이다. 더불어 내게 일주일의 휴식 시간을 주며, 다시 내면을 정비할 여유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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