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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vid Apr 18. 2023

항암(방사선) 치료의 부작용

비인두 암 치료 후 2년이 지났다. 10년이 지나도 재발하는 환자가 있는 만큼 절대 안심해서는 안되지만 위험한 고비는 넘긴 셈이다. 재발 환자의 80% 이상이 2년 이내에 재발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재발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정말 감사할 일이다. 하지만 항암 치료를 받은 환자들, 특히 목과 코 부위에 방사선 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감내해야 할 대가가 있다. 바로 항암 부작용이다.

 항암 치료를 마친 후 가장 심각했던 문제는 체중 감소였다. 체중의 10% 이상이 빠졌다. 치료 전 체중도 정상에서 약간 마른 편이었기에 항암 치료를 마친 후 비쩍 말라버린 내 몸은 정말 힘이 없어 보였다. 실제로 걷는 것도 힘들었다. 누가 살짝 치기만 해도 넘어져 버릴 것만 같았다. 체중의 감소는 근육의 소실을 의미했기에 건강에도 적신호였다. 정말 내 몸은 노인의 몸 같았다. 항암 치료 기간 중 밥을 먹지 않아 위는 쪼그라들었고, 미각 세포도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음식의 맛이 이상하게 느껴져 식욕이 사라져 버렸다.  

 억지로 먹고 걷기를 반복하자 다시 예전의 몸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겉모습뿐이었다. 입에서 침이 잘 나오지 않았다. 방사선이 침샘을 파괴한 모양이었다. 늘 입 속이 건조했고 말을 할 때는 냄새도 심하게 났다. 코로나로 인한 마스크 의무 착용 덕분에 입 냄새를 막을 수 있었지만 이런 문제는 대인 관계에서 자신감을 잃게 했다.

 

 갑상선에도 문제가 생겼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 갑상선에서 분비하는 호르몬에 문제가 생긴 모양이다. 다행히 약을 복용해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죽는 날까지 평생 약을 복용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하루에 한 번 비타민 먹듯이 먹으면 돼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의사는 말했다. 암이라는 병이 목숨을 앗아가니, 죽는 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 그래도 평생 약을 복용한다는 것은 매우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6개월 한 번씩 병원에 방문하여 호르몬 수치를 재고 약을 처방받는다. 공복에 약을 복용해야 해서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근육에도 문제가 생겼다. 어깨, 턱 쪽 근육에 경련이 자주 일어난다. 환자에 따라 치료를 필요로 할 정도로 악화되는 경우도 있다. 나의 경우는 양치할 때나 밥을 먹을 때 턱 근육이 경직되며 통증이 몰려와 몇 초 동안 고통을 느낀다. 

 

 귀에 물도 찬다. 한쪽 귀에 물이 차면 소리가 이상하게 들리는 데 하도 반복되다 보니 이제는 그 상태에 익숙해졌다. 약을 먹어보았지만 나아지는 것은 없었다. 컨디션이 좋아지면 다시 정상이 된다. 이제는 귀에 물이 차 소리가 잘 안 들려도 그러려니 하며 병원 가지 않는다.


 피로감도 심하다. 어찌 보면 가장 심각한 문제이다. 자고 일어나 몇 시간만 지나면 급격하게 피곤해진다. 낮잠을 자지 않고 하루를 버티기가 힘들다. 체력이 안되니 무언가에 장시간 집중하기가 어렵다. 글을 쓰는 시간을 내는 것도 어렵다. 암을 통해 글을 쓰게 되었지만 후유증으로 글쓰기에 전념하기는 어려우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무언가에 열정을 갖기가 어렵다.


 다른 환자들에 비하면 내 부작용은 감내할만한 수준이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힘이 없고, 온몸이 쑤시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런 어려움은 누군가에게 말을 하기도 병원을 가기도 참 애매하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겉으로 멀쩡해 보여도 나처럼 컨디션이 좋지 않은 암 생존자도 있음을 알고 주변 암 환자들을 대하면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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