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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vid May 06. 2023

얼마나 더 아파야 하는 걸까?

 얼마 전부터 아침에 일어날 때 극심한 어깨 통증이 느껴졌다. 통증이 어느 정도 수준 이상이 되면 만사 제쳐두고 병원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회사에 병가를 내고 병원에 가기로 결정은 했는데 어느 병원에 가야 할지가 문제다.

 사실 어깨 통증은 몇 달 전부터 시작됐다. 팔이 잘 들어지지 않았다. 오십견일까? 거기에 목 뒤쪽에 큰 혹이 하나 생겼다. 대충 검색해 보니 버섯목 증후군이었다. 몸에 문제가 자꾸 생기니 겁이 났다. 통증의학과에서 주사를 몇 번 맞았더니 통증은 쉽게 완화됐다. 하지만 병원에 가지 않으면 다시 통증이 생겼고 근본적 치료를 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담당 선생님이 바뀌질 않나 병원에서는 내 상태에 별 관심이 없어 보였다. 선생님이 바뀌니 치료 방법도 바뀐다. 그 이전의 치료 내역이 분명 있을 텐데 전혀 인수인계가 안 되는 느낌이다. 병원을 바꾸고 싶어졌다.   


  문제는 어느 병원을 갈 것인가였다. 과연 이번에는 정확한 진료와 처방을 해줄 의사 선생님을 찾을 수 있을까? 인터넷으로 각 병원의 후기를 검색해 봐도 '이거다'라는 느낌이 드는 병원은 찾을 수 없었다. 


 결국 아내에게 괜찮은 정형외과 아냐고 물었더니 아내의 회사 동료가 갔던 병원을 추천해 준다.

 병가를 내고 그 병원으로 향했다. 지도앱을 켜고 목적지를 입력한 후 겨우 겨우 도착했더니만 주차 자리를 찾는 것이 만만치 않다. 주변을 맴돌다 우연히 괜찮은 자리를 찾은 후 병원으로 향했다. 설레는 맘으로 빌딩에 들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병원이 있는 층에 내렸는데 병원 안이 암흑처럼 깜깜하다. 진료 시간을 보니 목요일은 오후에만 진료한단다.


 힘이 빠진다. 주차도 어렵게 했건만 헛수고를 했다니! 진료 시간을 확인하지 않은 내 잘못이다. 물론 평일에는 오전, 오후 진료를 다 하는 것이 보편적이긴 하지만 누굴 탓하랴. 점심을 먹은 후 다시 병원을 갔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내 팔을 이리저리 돌려보시더니, ct상에서는 문제점을 발견할 수 없고 mri를 찍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한다. 무슨 막이 찢어진 것으로 의심된단다. 수술밖에 방법이 없다고 한다. 수술을 하면 몇 개월간 깁스를 하고 불편한 생활을 해야 한다고 한다. 눈앞이 또 캄캄해졌다.


 불확실한 상태에 있는 것을 원체 싫어하는 나는 mri 검사가 가능한 병원으로 즉시 움직였다. 간호사 선생님께서 환자들이 많이 가는 병원을 추천해 주셨다. 신속히 차를 몰아 그 병원으로 갔더니 의사 선생님이 7분이나 계시는 큰 병원이다.


 병원에 오게 된 과정을 설명하고 mri를 찍었더니 아니나 다를까 특정 부위가 찢어졌다고 한다. 하지만 수술을 권하지는 않는다. 크게 불편하지 않다면 그냥 살란다. 류현진이 다친 곳과 똑같은 곳인데 운동선수가 아닌 한 수술을 권하지 않는다고 한다. 앞으로도 팔을 들 수 없는 거냐고 물으니 들고 싶으면 수술을 하란다.


 갑자기 10년 전의 그 일이 떠올랐다. 회사 내 야구 동호회에 가입하여 한참 공을 던질 때의 일이다. 멀리, 빠르게 던져야겠다는 욕심에 과도한 속도로 팔을 휘둘렀더니 어깨 쪽에서 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그 후로 공을 던지지도 않았지만 병원에 가지도 않았다. 아프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깨 통증은 암에 걸린 후 조금씩 심해졌다. 오른쪽으로 누워서 자는 경우가 많다 보니 오른쪽 어깨에 문제가 생기는 것 같았다. 통증은 점점 심해졌고 통증의학과에 들락날락하게 된 것이다. 물론 암에 걸린 후 운동 욕심이 생겨 헬스를 조금 무리하게 한 것 같기도 하고, 턱걸이를 과하게 한 것 같기도 했다. 어쩌면 최근 시작한 요가가 다친 부위를 더 자극했는지도 모르겠다.


 암에 걸린 후 갑상선 기능 저하증 때문에 매일 새벽 공복에 약을 먹는다. 한 시간 이상 공복을 유지해야 해서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입에서 침이 나오지 않아 구취 때문에 사람들과의 대화에 불편함을 느끼고 저하된 체력으로 일상생활을 활력 있게 해 나가기 어렵다. 면역력도 약해져 감기도 자주 걸리는 것 같다. 


 건강이라는 것은 한 번 잃으면 회복하는데 그 이전보다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한 듯싶다. 몸이 건강할 때 잘 지켜야 한다. 그리고 절대 무리하지 않아야 한다. 이제는 정말 정적이고 부드럽고 부담이 안 되는 운동 위주로 해야 할 것 같다. 


 암은 내게 더 낮은 자세와 겸손한 태도를 요구한다. 만신창이가 된 내 몸은 그에 순응한 채 더 느리고 여유로운 삶을 살자고 내게 말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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