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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vid Sep 02. 2023

이 놈의 걱정

암 걸린 아재의 육아일기

 나는 프로걱정러다. 어떤 상황에서든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고, 그것에 대한 대안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불안해한다. 내가 암에 걸린 이유도 걱정과 불안이 아닐까 생각한다. 암 환자들 상당수가 이런 성향을 가지고 있다. 심리적으로 편안해야 우리 몸의 면역 체계가 잘 작동하는데 불안과 초조함이 가득하니 면역력이 약해지고 병에 걸리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암에 걸리면 걱정이 줄어든다. 죽을 날이 코 앞이라 생각하면 어지간한 일들은 신경 쓸 필요도 없을 만큼 사소하다고 느끼게 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잊으며 다시 예전의 습관이 되살아난다. 


 내 글을 지속적으로 읽으신 분들은 알겠지만 내 딸 앵두와 주말을 보내는 것은 그 무엇보다 큰 기쁨과 즐거움이다. 하지만 어디에 가서 무엇을 할지 정보를 찾고 결정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데 이번 주는 아내가 시에서 주최하는 연극 티켓을 사 와서 그런 수고를 할 필요가 없어졌다. 그런데 티켓은 두 장뿐이다. 이런! 내 역할은 아내와 딸을 공연장 근처에 내려다 주고 공연이 끝나면 다시 집에 데리고 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 할 일을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해 본다. 공연장 근처는 차들로 즐비하다. 주차장은 이미 꽉 찼고, 근처 도로의 차들은 거북이걸음을 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근처 대로변에 아내와 아이를 내려다 주고 주차할 장소를 찾는다. 이 지역 지리에 익숙하지 않은 나는(벌써 3년째에 접어들고 있지만 집에서 회사로 향하는 길 이외에는 아는 바가 없다) 공연장 주변을 계속 뱅뱅 돌지만 주차장은 차들로 가득하고 심지어 불법주차할 자리조차 찾기 힘들다. 그러다 길을 잘못 들어 병목현상이 나타는 곳에 들어서니 5분이 지나도 차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큰일이다. 이제 곧 공연이 끝날 시간인데, 아내와 아이가 있는 곳까지 어떻게 간단 말인가? 그때 아내에게서 전화가 온다.

 “오빠 어디야?”


 아, 끔찍하다. 공연장으로 향하는 내내 계속 주차 걱정뿐이다.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해 주차할 만한 장소가 있는지 계속 탐색한다. 그러는 사이 공연장 근처에 도착했다. 공연장 맞은편 유료 주차장이 눈에 먼저 들어온다. 

 “어? 자리 많네. 저기다 대야겠다.”

 그때 아내가 제지한다. 

 “오빠, 그냥 공연장 주차장에 대면되겠네. 차 없는데?”


 이럴 수가... 10대가량 주차가 가능한 조그마한 주차장에 차는 3대뿐이다. 나의 기우였다. 내가 사는 곳은 지방중소도시이지 서울 한복판이 아니었다. 시에서 공연용 티켓을 풀어도 그 공연을 보러 올 아이도, 관심 있는 부모도 얼마 되지 않는다. 


 차에서 내려 건물로 들어간다. 운 좋게 서점이 있어 나는 이 책, 저 책 뒤적이며 아내와 아이를 기다린다.  연극을 다 보고 온 아내가 관람객은 12명뿐이란다.


 이렇게 오늘도 다시 배운다.

 걱.정.좀.하.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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